LCC 안전 우려에 FSC 고객층 흡수해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1분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실적이 전반적으로 약세다. 환율 상승으로 고정비 부담이 커진 가운데 LCC 안전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커지면서 항공권 가격까지 하락한 영향이 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1분기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대표적인 LCC 사업자들의 실적이 적자로 전환됐다.
제주항공 1분기 영업손실은 326억원으로 전년 동기 789억원의 이익을 본 것에서 141%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공항 참사 이후 운항 편수를 14% 감축한게 주효하다. 매출 역시 38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
티웨이항공은 1분기 매출이 4468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사업확대로 인한 투자비용이 너무 커 영업손실이 났다. 티웨이항공의 1분기 영엽손실액은 367억원으로 전년 동기 753억원의 이익을 본 것에서 148.7% 감소했다. LCC 중 유일하게 유럽에 취항 중인 티웨이항공은 "최근 새 항공기를 도입하며 중장거리 신규 노선 확장에 매진하고 있어 매출원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진에어도 매출이 41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뒷걸음질쳤다. 에어부산도 매출이 2496억원으로 8.3% 감소했다.
달러 강세로 인한 환율 부담이 항공사들의 실적 부진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LCC는 항공료 임차료, 정비비, 유류비 등을 달러로 결제하고 있어 환율 상승은 곧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2024년 평균 원·달러 환율은 1328원에서 2025년 1분기 1453원으로 크게 상승했다.
특히 무안공항 참사로 안전관리 영역인 항공기 MRO(정비·수리·분해조립)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며 해외로 MRO를 맡기고 있는 LCC들의 환율 부담은 커지고 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부품 정비와 인력 확대 등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 증가가 1분기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다.
MRO 인력 채용 역시 늘어났다. 각 사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올해 각각 65명, 60명 이상의 정비 인력을 신규채용한다. 티웨이항공은 유럽 노선 확대에 발맞춰 연내 170여명의 정비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과 에어프레미아도 평년 폭보다 정비 인력을 확충해 채용하기로 했다.
투자는 늘어났지만 가장 큰 수익원인 항공권 가격은 낮아졌다. 실제 진에어의 1분기 공급 좌석 킬로미터(ASK) 당 수익은 국내선은 8%, 국제선은 3% 감소했다. 에어부산도 1분기 ASK당 수익이 10% 줄었다. ASK는 항공사가 운송할 수 있는 좌석 수에 운항 거리를 곱해 산출하는 지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는 LCC 최대 성수기이지만 지난해말 무안공항 사고 여파로 근거리 여행심리가 위축됐다"며 "제주항공이 티켓 가격을 크게 낮추며 LCC 업계 전반적인 운임이 함께 내렸다”고 말했다. 화물 사업보다는 여객 사업 비중이 큰 LCC로서는 치명타였던 셈이다.
LCC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하락하며 환율 상승으로 인한 고정비 부담 속에 항공권 가격을 내리거나 MRO 투자를 확대하는 등 시름하는 동안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고공행진했다. 각사의 1분기 매출액은 3조9559억원, 1조74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6.7% 증가했다. 두 항공사 모두 1분기 사상 최대 매출 신기록이다.
소비자들이 FSC의 규모에 걸맞은 안전성을 기대하며 LCC를 이탈하면서 FSC는 기존 고객층에 더해 LCC의 수요까지 끌어안았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을 보면 올해 1분기 국내 LCC 여객 수는 1614만611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여객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 늘어난 1299만6266명으로 집계됐다.
환율 부담은 FSC에도 동일하지만 화물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익 방어에 성공할 수 있었다.
1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이 시행되기 전 재고를 쌓으려는 수요가 증가한 데다 중국발(發)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한 영향으로 화물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 안팎 증가했다. LCC는 제주항공(2대)을 제외하면 별도의 화물기를 운항하지 않는다.
들어오는 관광객보다 나가는 관광객이 많은 것도 향후 시장의 우려로 꼽히는 요인이다.
한 LCC 관계자는 "상황이 힘들지만 한국의 원화 가치 하락은 되려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관광) 수요 폭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였다. 계엄 여파만 아니었으면 여행객들은 더 많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엔저 현상으로 여행객 특수를 봤던 일본을 생각하면 한국의 원화 가치 하락이 외국 여행객들을 유입하지 못했다는 건 매우 아쉽다"라고 전했다.
박정현 기자 awldp21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