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모바일 게임 수요 트렌드 변화로 시장 경쟁 강도↑·게임 수명 단축
리니지 시리즈 매출 감소·신작 부진...영업 적자로 이어져
“올해 영업수익성 개선 전망되나 큰 폭 이익창출력 회복 어려울 듯”
한국신용평가가 엔씨소프트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 사진=김근현 기자
한국신용평가가 엔씨소프트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 사진=김근현 기자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위태롭던 엔씨소프트의 신용등급이 결국 하향 조정됐다. 실적이 나빠지는 동안에도 엔씨소프트는 매우 우수한 수준의 신용등급을 유지했지만, 주요 게임 매출 하락과 신작 부진, 업황 악화로 조정을 피해 가지 못했다.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추가적인 등급 하락도 가능하다는 우려가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23일 엔씨소프트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한신평은 하향 조정 이유로 ▲모바일 게임 수요 트렌드 변화로 영업 가변성 확대 ▲외형 및 이익 창출력 저하 ▲투자 자금 소요 확대 가능성 존재 등을 들었다.

특이한 점은, 평가방법론상의 모델 등급에 정성적 평가요소가 대폭 하향되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성적 평가요소는 쉽게 변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지난해 평가에 비해 ▲수요의 안정성 ▲사업포트폴리오 ▲서비스역량 등이 한 단계씩 하향되었고, 종합 모델 등급은 'AA'에서 'A'로 하향되었다. 엔씨소프트의 내려간 신용등급인 'AA-'보다 모델 등급이 여전히 낮다는 점이 우려된다.

한신평은 '영업이익률 5% 이하 지속'과 '대규모 투자로 재무여력 약화'를 향후 등급 하향 트리거로 제시했다. 한신평의 추정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2025년 영업이익률은 5%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를 비롯한 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MMORPG) IP를 핵심 수익 기반으로 보유하고 있고, ‘리니지’ 시리즈 모바일 출시를 통해 2022년까지 외형을 확대해 왔다.

한신평은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 야외활동 증가, 경기 둔화 및 OTT·숏폼 미디어 유행 등으로 모바일 게임 이용자 수와 유료 콘텐츠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며 “게임 자체도 높은 몰입도를 요구하는 MMORPG보다는 낮은 몰입도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방치형 게임 등으로 모바일 게임 수요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때문에 MMORPG 위주의 게임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회사의 매출 기반이 약화하고 영업가변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리니지M’, ‘리니지2M’의 흥행 이후 ‘오딘: 발할라 라이징’(카카오게임즈), ‘나이트크로우’(위메이드) 등 리니지 시리즈와 유사한 디자인과 시스템을 지닌 MMORPG 경쟁작들이 다수 출시되면서 시장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게임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엔씨소프트의 기둥을 세운 리니지의 매출이 줄어들었고, 2023년 이익창출력이 크게 저하됐다. 한신평은 “주력 게임 매출 감소와 더불어 주요 신작의 출시가 지연되거나 초기 흥행 성과도 미흡했다”며 “최근 몇 년간 크게 상승한 인건비 부담도 영업수익성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해 일회성 구조조정 비용까지 발생했으며, 리니지IP의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리니지 모바일게임 3종의 매출이 2022년 대비 약 51% 감소했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도 2022년 5590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2023년 1373억원으로 감소하고 지난해에는 109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신규 IP 확보를 위해 자체 개발 신작 역량 강화, 게임개발사 M&A, 퍼블리싱 투자 확대를 추진했다.

하지만 2023년 출시한 쓰론 앤 리버티(TL)의 성과가 부진했고, 지난해 출시한 호연(수집형 RPG), 저니오브모나크(방치형 RPG)의 흥행 실패, 2024년 10월 아마존을 통해 출시한 ‘TL 글로벌’의 빠른 매출 하향이 이어지면서 리니지 IP기반 모바일 매출의 감소를 보완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신평은 “구조조정에 따른 인건비 부담 감소, 효율적인 마케팅비용 집행 등을 통해 올해는 영업수익성이 전년 대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나 비우호적인 모바일 MMORPG 시장 업황과 계획된 신작 출시 스케줄 등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에 큰 폭의 이익창출력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의 재무구조와 관련해서는 “핵심 게임 IP의 우수한 이익창출력을 토대로 잉여현금을 축적해 실질적인 무차입구조를 유지하는 등 아직 재무구조는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력 게임 매출 감소와 신작 공백으로 이익창출력이 저하되면서 영업창출현금 규모가 많이 감소했다”며 “당분간 글로벌 RDI센터 건립 자금소요가 지속될 예정이어서 과거 수준의 안정적인 잉여현금 창출 기조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신평은 향후 ▲신작 흥행 성과 ▲수익기반 다각화 위한 투자 가능성 ▲구조조정 이후 비용규모 절감 수준 등을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아이온2’, ‘프로젝트 LLL’ 등으로 대표되는 다중 플랫폼 신작들의 성과가 신용도 회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지난 4일에는 나이스신용평가가 엔씨소프트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나신평은 한신평과 마찬가지로 ▲국내 게임 시장 둔화에 따른 모바일 게임 매출 하향세 ▲주요 신작 공백 및 흥행 부진 ▲RDI센터 건립에 따른 현금흐름 개선 둔화 등을 하향 조정 이유로 꼽았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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