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책은행 모두 5년간 장애인 의무 고용률 미이행
"지원자 수 많지 않고, 업무도 제한적"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을 비롯해 한국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헹 3곳  모두 최근 법정 장애인 의무 고용 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스경제 DB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을 비롯해 한국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헹 3곳  모두 최근 법정 장애인 의무 고용 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스경제 DB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드라마는 현실이 아닌  단지 드라마일 뿐일까. 

지난 2022년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우영우 열풍'이었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최고 시청률 17.5%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 속 우영우는 명문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재학 중 로펌에 입사하는 동기와 달리 '장애인'이란 편견에 부딪혀 쉽사리 취업 문턱을 넘지 못했다.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우영우는 대형 로펌 가운데 하나인 '한바다'에서 어렵게 사회 첫발을 내딛고, 변호사로서 역량을 펼치게 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우영우가 사회 편견과 고정관념에 맞선 끝에 정규직 변호사가 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지만, 적어도 현실의 국책은행에서만큼은 '장애인'이란 장벽은 여전히 철옹성과 같아 보인다.  

국가·지방자치단체와 50명 이상 공공기관과 민간기관 사업자는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2021년 3.4% △2022년~2023년 3.6% △2024년 3.8%)으로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의무 고용률을 이행하는 국책은행은 고용이 극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2년 동안 장애인 정규직 채용이 전무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의 장애인 정규직 채용은 최근 6년간 4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1명을 채용했으나, 2023년과 2024년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장애인 고용률 역시 매년 법정 비율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2.37% △2020년 2.78% △2021년 2.27% △2022년 2.33% △2023년 2.39% △2024년 2.57% 등으로, 정해진 법정 비율은 물론 3%도 넘긴 적이 없다. 

한국산업은행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동안 장애인 정규직 채용은 9명이다. 한국수출입은행과 비교해 절대적인 숫자는 많지만, 2019년과 2023년에는 단 한명의 장애인도 채용하지 않았다. 

장애인 고용률은 3개 국책은행 가운데 가장 낮다. 지난 2019년 1.51%를 시작으로 2020년 2.07%·2021년 1.96%·2022년 2.04%·2023년 1.94%로 매년 1% 중·후반대나 2% 초반대에 머물러 있다. 

IBK기업은행은 국책은행 가운데 장애인 채용에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연도별 정규직 장애인 채용 건수는 △2019년 7건 △2020년 4건 △2021년 8건 △2022년 5건 △2023년 6건 △2024년 9건 등이다. 장애인 고용률은 △2019년 2.90% △2020년 3.09% △2021년 3.38% △2022년 3.44% △2023년 3.48% △2023년 3.58% △2024년 3.58%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고용인원 기준으로는 의무고용비율을 준수하고 있으나, 실제 채용된 장애인 인원수가 아닌 휴직자 등을 제외한 현재 근무 중인 장애인을 고용인원으로 산정해서 미이행으로 공시됐다"며, "IBK기업은행은 채용 시 장애인 별도 채용, 장애인 가점 부여 등 고용 확대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장애인 지원자의 절대적인 숫자 부족 등으로 현실적으로 장애인 의무 고용 이행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장애인 지원자의 절대적인 숫자 부족 등으로 현실적으로 장애인 의무 고용 이행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스경제 DB

상대적으로 장애인 정규직 고용 규모나 비율이 낮은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산업은행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을 인지하고, 채용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지원자 수가 선별해 뽑을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국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직원 채용 시 장애인 가점 부여를 비롯한 우대사항 적용, 청년인턴 채용 시 별도 장애인 쿼터제를 실시하는 것을 비롯해 장애인 채용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절대적인 지원자 수 부족으로 의무고용률 달성에 어려움이 있으며, 장애인 채용 홍보 강화 및 장애인 채용 적합 직무 검토 등을 통해 장애인 고용 확대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채용 홍보 시 자소설닷컴과 같은 일반적인 채용플랫폼 외에도, 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장애인 취업 네이버카페·대학별 장애학생지원센터 등 장애인 구직자가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산업은행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은행 관계자는 "별도 채용 실시, 모든 채용분야에서 우대가점 부여 등의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장애인 지원자의 절대적인 숫자 부족 등으로 현실적으로 장애인 의무 고용 이행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장애인 고용공단과 협력 강화, 적합직무 발굴 등 의무고용 이행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실제로 장애인을 채용해 업무에 배치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며, "장애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사무보조 등 단순 업무에 배치하는 것이 대부분어서 고용률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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