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성노 기자] 꽃샘추위가 물러나고 포근한 봄날이 이어지고 있는 4월 중순이지만 IBK기업은행의 경영시계는 여전히 겨울에 머물러 있다.
올해 초 대규모 금융사고가 드러나며 은행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고개를 숙였고,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은 해를 넘겨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내우외환(內憂外患)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은 해를 넘긴 임단협 분쟁과 부당대출 사태에 분노하며 연일 머리띠를 두르고 길거리에 나서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노조 1500여 명이 결집해 '임단협 합의 촉구 및 부당대출사태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퇴장을 뜻하는 ‘레드카드’를 손에 들고 경영진 총 사퇴를 주장했다. 노조는 “경영진은 임단협에 당장 합의하라"며, "부당대출사태 후속 쇄신안을 폐기하고 노조가 만든 현장 혁신안 10가지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IBK기업은행 노조는 기획재정부 총액인건비에 저항했으나 경영진은 기재부·금융위원회를 설득하지 못하고 대규모 금융사고까지 쳤다며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봄이 왔지만, 역사적 총파업까지 거친 기업은행에는 아직 봄이 오지 않은 것 같다"며, "부당대출사태에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노동자의 힘으로 경영진을 끌어내려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IBK기업은행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기재부가 매년 설정하는 인상률 상한 이내에서만 인건비를 책정할 수 있다. 노조는 IBK기업은행이 ‘총인건비제’를 적용받아 시중은행과 비슷한 업무 강도에도 임금은 평균 30% 적으며, 1인당 약 600만원 규모의 시간외근무수당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경영진이 임단협 합의 등 노조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총파업과 본격적인 행장 퇴진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임금인상률 2.8%와 함께 부당대출 사태 해결을 위한 혁신과제로 △경영진 총사퇴 및 책임자 엄중 문책 △중기대출·창업기업·기술금융 KPI 폐지 △무한경쟁 유발 가산점 폐지 △부당지시자 엄중 처벌 및 취급자 면책 제도 도입 △부당대출 신고시 노조 포함 진상조사위원회 개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IBK기업은행의 직원 평균 보수 예산은 1억252만원이며,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8900만원이다.
사업보고서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 1억1900만원·신한 1억1900만원·하나 1억2000만원·우리 1억1400만원)의 평균 급여는 1억1800만원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과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급여는 차이는 있지만, 억대 연봉은 2100만 직장인에게는 꿈의 연봉이다.
실제로 2023년 귀속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 인원 2085만명의 평균 총급여액은 4332만원이며, 1억원을 초과하는 억대 연봉자는 139만명으로 전체 신고 인원의 6.7%에 불과하다.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은행권이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억대 연봉에도 총파업까지 진행하며 사측을 압박하는 노조는 크게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1억원이 넘는 급여에도 매년 임단협 과정에서 무리한 요구와 과격한 투쟁으로 '귀족노조'라는 오명과 함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기업은행 노조 요구안이 사측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은 극히 적다"며, "일부에선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고집한다는 시선도 있지만, 노조 집행부도 조합원의 요구를 전달하는 입장이다 보니 기대 역할에 따라 충실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자의 자주적인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설립된 국책은행이다. 시중은행과 다른 목적으로 설립된 은행인 것이다.
특히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로 중소기업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수출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국내 부품 업체의 44.7%는 연매출 3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이다.
노사가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할 수 있지만, 올해는 어느 해보다 IBK기업은행 노사가 설립 취지를 명확히 되새겨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하루빨리 노사가 절충안을 마련해 작게는 IBK기업은행, 크게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에 따뜻한 봄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이성노 기자 sungro5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