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20에 HBM3E 공급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H20 AI 반도체에 대해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신규 규제를 발표하면서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수위 높은 압박이 오히려 전 세계 AI 시장의 위축과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조치로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납품 중인 국내 메모리 회사들에도 영향이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9일 엔비디아에 H20의 중국 수출 시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통보했다. 허가 요구에 별도의 기한 제한은 없다. 미국 정부는 중저가의 AI칩 H20이 중국의 슈퍼컴퓨터에 활용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점을 규제 근거로 제시했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는 1분기(2~4월) 실적에 총 55억 달러(약 7조8300억원) 비용이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6% 넘게 떨어졌으며 16일 국내증시에서는 엔비디아의 공급사인 SK하이닉스와 H20용 HBM을 공급하는 삼성전자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다.
H20은 고성능 메모리 및 연산 칩 간의 연결성이 우수해 고성능 컴퓨팅에 활용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AI 반도체 공급망과 글로벌 메모리 시장,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 반도체 시장 전략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거대 AI 칩 시장으로 지목되는 중국에 대한 수출이 막히면서 향후 AI 반도체 수요는 빠르게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엔비디아에 이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에도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양사 모두 엔비디아를 향한 HBM 공급이 주요 사업 분야다. 특히 4세대 ‘HBM3’는 H20에 탑재되는 핵심 HBM 제품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아직 HBM3E의 엔비디아 품질 인증을 통과하지 못해 H20 공급망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과 함께 엔비디아의 4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3를 주로 공급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 규제로 H20 수요가 준다는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메모리 사업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2.5%, 삼성전자 42.4% 등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합산은 94.9%로 사실상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HBM의 대부분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HBM을 중심으로 AI 반도체 생태계에 깊숙이 연결된 K-반도체의 향후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단기적으로 볼 때는 HBM3은 주문형 제품이기 때문에 당장의 큰 타격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 우려, 공급망 불확실성 확대. 주가 및 투자심리 악화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번 조치로 단기적으로는 어려울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볼 때 글로벌 시장의 재편과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AI 반도체 시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이에 대응해 기술 혁신과 사업 다각화, 시장 다변화 전략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AI 반도체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유연한 전략 전환과 정부·기업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