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수원)=김두일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미국 방문 이틀째인 10일(현지시간) 오후, 미시간대학교 포드스쿨에서 스티브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통상 이슈 및 한미 간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면담은 당초 순방 일정에 없던 비공식 일정이었으며, 김 지사의 미국 내 ‘관세외교’ 행보 중 마지막 일정이었다.
비건 전 부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활동했으며, 이후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해 외교정책 전반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그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측 고위급 인사와 협상을 주도한 경험이 있으며, 과거 15년간 포드 자동차에서 수석부사장으로 근무하며 무역 및 정치적 리스크를 관리한 바 있다.
김 지사와는 미시간대학교 동문으로,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 지사는 트럼프 정부 인사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았다. 비건 전 부장관은 김 지사와의 첫 대면에서 “미시간대 출신 경제부총리 얘기를 듣고 있었는데 직접 만나게 돼 반갑다”고 인사를 건넸고, 김 지사의 대선 출마 소식도 언급하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이번 만남의 핵심 의제는 자동차 산업 관세 대응 전략이었다. 김 지사는 “자동차 산업은 미시간주와 경기도 모두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라며 미국 내 보호무역 기조에 따른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한 조언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비건 전 부장관은 “한국은 미국 내 주요 투자국 중 하나이며, 현대차의 미국 내 생산 등은 협상에서 유리한 요소”라며 “여전히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밝혔다.
김 지사가 직전 회동이었던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와의 논의 결과를 설명하자, 비건 전 부장관은 “경기도와 미시간이 협력할 경우 세계 유수의 자동차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핵 관련 대화도 오갔다. 김 지사가 현재 북미 관계에 대한 평가를 요청하자 비건 전 부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 새 정부와 소통하려 할지는 의문”이라며 “북한의 태도 변화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중 갈등 등 국제정세 변화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은 대화 준비가 돼 있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협상에 나설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담 장소인 포드스쿨 강의실에는 학장이 직접 방문해 두 동문의 만남을 축하하며 “미시간대 출신 졸업생이 양국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김 지사는 이번 방미 일정에서 프랑스 대사를 지낸 유대종 국제협력특보와 대변인 등 최소 인원으로 구성된 10명의 대표단을 이끌고 현지에 도착했다. 그는 미시간주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 9곳의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한 뒤 휘트머 주지사와의 회동에서 자동차 관세 대응을 위한 4개 항의 전략적 연대를 이끌어냈다.
김동연 지사는 이틀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12일(한국시간)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김두일 기자 tuilkim@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