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EU 무관세 수출 물량 최대 14% 감소
한국 열연 쿼터 2만5214톤↓·업계 셈법 복잡해져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최근 미국의 철강 관세가 시행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이 보호무역주의에 입각한 철강재 수입량 감축 카드를 꺼내 들었다. 4월부터 유럽에서 무관세를 적용받는 할당량이 최대 14% 줄어들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철강업계가 미국의 관세 발효 대응에 집중하는 사이 관세 전선은 유럽으로까지 확장됐다. 주요 철강사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과 같은 경쟁력 제고와 판로 다변화 등으로 피해 최소화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25일(현지시간) 역내 철강산업 보호를 위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개정안을 확정해 관보에 게재했다. 확정된 개정안은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된다. EU의 세이프가드는 국가별로 지정된 쿼터(할당량) 수준까지는 무관세로 수입하되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주요 제품군별로 각국의 무관세 쿼터가 조정된 가운데 한국은 수출량이 가장 많은 열연 쿼터가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올해 2분기 기준 한국 열연 쿼터는 18만6358톤이었다. 하지만 개정에 따라 약 14% 줄어든 16만1144톤만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냉연·도금강판·유기코팅강판 등 한국이 EU로 수출하는 다른 제품군의 수입 쿼터도 소폭 축소됐다.
세이프가드 규정도 더 까다로워졌다. 기존에는 분기 내 할당된 쿼터를 소진하지 못할 경우 다음 분기에 미소진 물량만큼 무관세로 추가 수출할 수 있었지만 7월부터는 일부 제품군에 대한 이월 시스템이 아예 폐지된다. 즉 분기마다 할당된 쿼터만큼 통관을 마치지 못하면 수출국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제품별 수입총량을 제한하는 '글로벌 쿼터'의 경우 13%에서 최대 30% 수준의 상한선이 생겼다. 다시 말해 세이프가드 개정 이전에는 글로벌 쿼터에 따라 무관세 할당량이 남은 경우 어느 국가이건 수출량을 늘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상한선 이내에서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번 개정안은 기존 세이프가드가 역내 산업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해 강화해야 한다는 EU 회원국들의 요청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철강 관세가 지난 12일부터 시행되면서 EU의 세이프가드 강화 결정도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졌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EU는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하려는 제3국 제품이 EU로 대량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가 입을 수출 타격은 심화될 전망이다. 두 회사에 있어 유럽은 주요 시장 중 하나다. 양사의 철강 수출품 가운데 유럽 비중은 공히 17%에 달한다. 한국 전체 철강 제품 수출 물량을 기준으로 유럽 시장 비중은 약 14%(EU 430만톤)다.
국내 업계는 현지 공장 건설, 판로 다변화 등을 추진해 손실 최소화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미국의 철강관세 부과를 돌파하기 위해 25일 현지 공장 건설을 발표했다. 58억달러(약 8조5000억원)를 투자해 연산 270만톤 규모의 자동차강판 특화 전기로 제철소를 짓고, 현대차·기아는 물론 미국 완성차 메이커를 넘어 멕시코·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 완성차 업체까지 공략할 방침이다.
고부가가치 제품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대내외적 악재를 버틸 수 있는 대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포스코 관계자는 “국내 철강사들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품질향상과 제조원가 혁신 등 경쟁력 구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발 관세 부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태에서 이번 EU의 세이프가드 강화 개정안이 추가되며 철강업계의 ‘생존’을 위한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EU의 세이프가드로 수출 차질 영향이 분명할 것으로 보여 판매계획 다변화를 고심하고 있다"면서도 "미국과는 다르게 EU는 국가 쿼터와 글로벌 쿼터 등 규정이 더 복잡해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수립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준혁 기자 atm1405@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