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韓 경제 성장률, 3개월 전보다 0.6%p 하향...G20 중 하락 폭 3위
관세 직접 영향 멕시코·캐나다도 성장률 낮춰 잡아
‘관세 전쟁 진원지’ 미국, 자기 꾀에 넘어가...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OECD "근원 물가 관리하고 무역 장벽 해결 방법 함께 강구해야“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분별한 관세가 세계 경제를 분열시키고, 인플레이션을 다시 유발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관세 영향을 받는 국가와 세계 경제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OECD는 17일(현지시간) 발표한 ‘중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글로벌 경제 성장 전망치와 한국의 경제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OECD는 매년 2회(5~6월, 11~12월) 세계 경제와 회원국, 주요20개국(G20)을 대상으로 경제 전망을 내놓는다. 또 3월과 9월에는 중간 경제 전망을 통해 수치를 수정한다.

OECD는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을 각각 3.1%, 3.0%로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전망치(2년 연속 3.3%)보다 각각 0.2%p, 0.3%p 낮춘 수치다. 이 전망대로라면 올해와 내년 전 세계는 코로나19가 덮쳤던 지난 2020년(-3%)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OECD는 미국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분절화’를 성장률 전망치 하향의 주원인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물가 상승에 따른 통화정책 제약과 금융시장 변동성 ▲국방비 등 지출에 따른 장기적 재정압박 우려 등을 세계 경제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국제 교역이 줄어들며 수입품을 중심으로 물가가 오르고,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국방비 등 지출을 늘리며 장기적인 재정 지출 압박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OECD는 올해와 내년 G20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5%, 2.9%에서 각각 3.8%, 3.2%로 높였다.

OECD는 “무역 장벽이 불러온 물가와 지출 압박 때문에 투자와 가계 소비도 줄어들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 / 그래프=OECD '중간 경제 전망' 보고서 갈무리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 / 그래프=OECD '중간 경제 전망' 보고서 갈무리

◆ “한국 경제 성장 유지...다만 기존 예상보다 완만해질 것”

OECD는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낮췄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2.1%에서 1.5%로 석 달 만에 무려 0.6%p나 끌어내린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전망치와 같다. 국제통화기금(IMF, 2.0%), 정부(1.8%), 한국개발연구원(KDI, 1.6%) 등의 전망치보다 낮다.

한국의 2026년 성장률 전망치는 2.1%에서 2.2%로 0.1%p 상향됐다. 1%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과 올해 큰 폭의 하향 조정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G20 중 한국보다 성장률 전망치 감소 폭이 큰 국가는 ‘관세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멕시코와 캐나다뿐이다. 한국 경제가 다른 주요국에 비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장벽 확대 정책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최근 무역 장벽 확대와 지정학·정책적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주요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하락하면서 우리나라도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된 것으로 분석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 등 국내 불안정한 정치 상황도 한국 경제 전망에 악재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OECD의 기존 전망은 비상계엄 사태 바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 발표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국 관세 정책으로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3국 간 공급망 연계가 약화한 점도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이날 공개한 ‘북미 3개국 주요 산업별 공급망 연계 강화 정책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의 부가가치 수출이 1% 늘면 한국의 부가가치 수출은 약 11.7%, 총수출은 11.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지난달 한국의 일평균 수출액은 23억9000만달러(약 3조4580억원)로 1년 전보다 5.9% 감소했다. 특히 수출액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3.0% 줄었다.

내수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도 올해 한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3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 건설, 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 부문 중심 고용 애로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수출 증가세 둔화, 경제심리 위축 등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월에는 한국 경제의 핵심 축인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감소하는 ‘트리플 감소’가 나타나기도 했다.

OECD는 “최근 무역 정책 불확실성 증가로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 지표가 크게 상승했다”며 “한국의 성장세는 유지될 것이나, 기존 예상보다는 완만해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내년 한국 경제를 기존 전망(2.0%)보다 0.1%p 상승한 2.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 미국發 관세, 자국 성장률에 ‘악영향’...멕시코·캐나다도↓

트럼프 정부의 무분별한 관세 정책은 미국 자국의 성장률마저 끌어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OECD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성장률을 2.4%로 제시했는데, 관세율 인상 조치 발효로 성장률이 2.2%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6%로 0.5%p나 내렸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지목한 캐나다와 멕시코의 성장률 전망치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멕시코는 2.5%p나 낮춰 올해 1.3%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고, 캐나다는 3개월 전보다 1.3%p 낮은 0.7%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OECD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정대로 4월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추진한다는 가정하에 전망치를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이들 세 나라 모두에서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인플레이션이 자극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외에도 일본(-0.4%p), 독일(-0.3%p), 영국(-0.3%p) 등도 성장률 전망치 하락을 피해 가지 못했다. OECD는 “유로존의 경우 지정학적·정책적 불확실성이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 국가들이 관세 전쟁뿐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불확실성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4.7%에서 4.8%로 0.1%p 상향 조정했다. OECD는 “중국의 경우 관세 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정책 지원 강화로 대부분 상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역 분쟁이 심화했을 때의 세계 경제 성장 전망치 / 그래프=OECD '중간 경제 전망' 보고서 갈무리
무역 분쟁이 심화했을 때의 세계 경제 성장 전망치 / 그래프=OECD '중간 경제 전망' 보고서 갈무리

◆ 美 정부,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 인정...OECD "근원 물가 관리 중요“

관세의 진원지인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로 인해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NBC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인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누가 코로나19 사태를 예상했겠느냐”며 “경기침체가 오지 말라는 보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미국 증시 하락에 대해서는 “주가가 계속 올라가는 것은 과도한 희열 상태이며 이는 금융위기를 부를 수 있다. 조정은 건강하고 정상적인 일”이라며 “우리가 강경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이것은 지속 가능하기 때문에 조정이 뒤따를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최근 S&P500지수는 한 달 전 고점에 비해 8% 넘게 뚝 떨어지는 등 미국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에 대한 우려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과도기에 있다. 우리가 하는 것은 미국으로 부(富)를 다시 가져오는 큰일이며 이것은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답했다. 이는 미국 경제의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중국·EU·캐나다 등을 상대로 한 관세 전쟁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다.

이에 OECD는 ‘물가 관리’ 필요성을 권고하고 강조했다. 관세율 상승으로 전 세계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가격 변동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인 근원 물가가 뛰지 않도록 꼼꼼히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OECD는 올해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을 종전 1.8%보다 0.1%p 높은 1.9%로 예상했다. 

또한 재정의 지속가능성 보장과 무역 장벽 확대 방지를 위한 노력, 공급망 다변화 병행도 주문했다. OECD는 “무역 규제가 지금보다 더 확대될 경우 생활 수준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각국 정부는 상호 보복적 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글로벌 무역 체제 안에서 우려 사항을 함께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쟁 제한적 규제 철폐 등을 통해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고, 인공지능(AI) 기술 확산 등으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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