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FLNG 건조 경쟁사 ‘위슨조선소’ 거래금지 기업 지정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미국이 중국 조선·해운업 제재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K-조선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관측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한국 조선업의 반사이익 효과와 관련 대부분의 언론이 막연한 기대감을 표출하는데 머물고 있다.
한 해운업 전문가는 최근 공식석상에서 지난해 말 미국 의회에 발의된 ‘선박재건법’을 소개하며 이 법안 시행 시 한국 조선사들이 100척 이상의 수주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대중 제재로 인한 반사이익 효과 중 계량화된 예상치가 처음 나온 것이다. 이론적인 전망뿐만이 아니다. 미·중 간 해운·조선 주도권 쟁탈전이 격화되며 국내 대형 조선사가 ‘어부지리’로 이득을 보는 현상이 현실로 나타났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지난달 말 열린 제55회 선박건조금융법 연구회에 참석해 ‘선박재건법’의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 법안은 미국 해운을 재건하고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10년 안에 미국 국적의 전략 상선대 250척을 운영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김인현 교수에 따르면 국제 해운 시장에서 운항 중인 미국 국적 선박은 85척에 불과하다. 85척을 포함해 전략 상선대 250척을 구성하려면 165척의 선박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165척은 조선소에서 새로 짓거나 현재 운항에 투입된 타 국적 선박을 빌리는 형태로 추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실적으로 165척을 전부 신조선으로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65척을 타 국적·해운사 선박을 용선함으로써 급한 불을 끌 수 있다.
나머지 선박 수요 100척은 현재 미국의 선박 건조 능력이 사실상 붕괴된 상황에서 중국을 제외한 한국, 일본, 유럽 등 동맹국 조선소에 발주해 인도받는 ‘임시선박’(interim vessel) 형태로 전략 상선대가 채워질 것이란 관측이다.
사실상 미국의 동맹국 중 한국과 일본의 조선소들이 미국 전략 상선대 선박을 일정 부분 건조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본은 낮은 생산성과 건조 능력 저하 등으로 미국으로부터 선택받은 확률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김 교수는 “‘선박재건법’이 의회를 통과하면 미국은 현실적으로 유일한 ‘솔루션’인 한국 조선소에 연간 10척을 발주할 수 있으며 계산상으로 10년이면 100척의 선박 신조를 한국에 맡기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국 해운·조선산업 견제 정책에 한국 대형 조선사가 ‘어부지리’로 이득을 보는 현실이 한 발짝 더 가까워지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2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 4기수주에 유리한 고지를 밟았다. 총 8조원 이상으로 지난해 이 회사 매출(9조9031억원)의 80%에 달하는 규모다.
확인 결과 삼성중공업은 이탈리아 ENI, 미국 델핀, 캐나다 웨스턴LNG, 노르웨이 골라LNG 등 4개사에 FLNG를 납품하기 위해 세부 조건을 협의 중이다. 이 중 ENI가 발주한 모잠비크 FLNG는 철강재 절단 등 건조 작업에 들어갔다. 사실상 계약서 사인만 남은 상태다. 나머지 3개 기업도 내년까지 차례대로 건조 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화석연료 회귀’ 정책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주문이 몰린 게 1차 원인이지만 중국 조선소 견제의 산물이란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비록 상선이 아닌 FLNG이지만 중국 조선업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당국의 조치로 삼성중공업이 반사이익을 본 첫 사례”라고 분석했다.
현재 FLNG를 제작할 수 있는 조선소는 전 세계에 삼성중공업, 중국 위슨조선소 두 곳뿐이다. 지난 1월 미국 정부가 위슨조선소를 거래금지 기업으로 지정해 글로벌 기업의 수요가 삼성중공업 한 곳에 쏠렸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추가 수주 가능성도 높다. FLNG 4기를 건조하기로 한 미국 델핀이 위슨조선사에 주려던 2기를 삼성중공업으로 돌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FLNG 2기를 수주할 목표로 발주사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임준혁 기자 atm1405@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