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최회장 측,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정기주총서 이사수 일부 우위나 동률 전망
영풍·MBK 파트너스, “정기주총 후 한 두 번의 임시 주총으로 이사회 과반”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법원의 판결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7일 영풍·MBK파트너스가 제기한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영풍·MBK파트너스의 의결권을 인정하면서다. / 고려아연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법원의 판결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7일 영풍·MBK파트너스가 제기한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영풍·MBK파트너스의 의결권을 인정하면서다. / 고려아연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법원의 판결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7일 영풍·MBK파트너스가 제기한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영풍·MBK파트너스의 의결권을 인정하면서다. 이번 판결로 이달말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양측의 표 대결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고려아연의 의결권 제한 조치를 무효화하며, 영풍·MBK파트너스가 보유한 25.4% 지분의 의결권을 복구했다. 이는 지난 임시 주총에서 고려아연 측이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영풍·MBK파트너스의 의결권을 제한했던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다만 법원이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은 효력을 인정하며, 정기주총에서 양측 모두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집중투표제를 인정한 점은 고려아연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주주가 선임할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특정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다. 이는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강화하는 장치로, 지분율에서 열세인 최윤범 회장 측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고려아연의 지분 구조는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포함해 34.35%, 영풍·MBK 연합이 40.97%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기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적용되면 ‘13대 11’ 또는 ‘12대 12’와 같은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 회장 측이 일부 우위를 점하거나 동률을 이루는 시나리오다.

최 회장 측은 영풍의 파트너인 MBK파트너스가 경영할 자격이 없다고 연일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MBK파트너스는 경영권 탈위와 이익 회수 방안에만 골몰해 오며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이 자신들의 곳간을 채우는 사적 이익에만 관심을 쏟아왔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 측은 9일 입장문에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최 회장 측은 “MBK는 고려아연에 적대적M&A 뿐 아니라 과거 수많은 기업 인수 과정에서 지속적인 말바꾸기와 온갖 허위사실 유포, 기업경쟁력 훼손, 고용악화와 노동자들과의 갈등 등 온갖 문제를 일으키며, 자신들이 내세운 명분이 거짓과 허울 뿐이었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MBK는 기업을 장악한 뒤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적극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며 “투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핵심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강행하며 경쟁력을 훼손하더니, 이후 경영이 악화하고 매각이 어려워지자 폐기물 처리하듯 법정관리로 단숨에 손을 떼는 등의 무책임하고 비상식적인 행태로 시장을 충격에 빠트렸다”고 날을 세웠다.

영풍에 대해서도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최 회장 측은 “영풍은 각종 환경오염과 중대재해의 여파로 연간 수천억 원 대 적자를 내는 등 무너져가는 본업을 외면한 채 오직 적대적 M&A에만 몰두하는 무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에는 본업인 석포제련소가 58일 조업정지에 돌입하며 국내 아연 공급에 차질을 초래하며 관련 고객사 기업들을 곤경에 빠트려놓고, 은근슬쩍 또 다른 문제로 부과 받은 열흘간의 조업정지를 추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엔 영풍 주주들의 현물배당 요구 등을 무시하고 영풍의 존속과 사업에 있어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주식을 빼돌리는 만행을 저지르며, 본업인 영풍의 사업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은 외면한 채 오로지 고려아연의 경영권 빼앗기와 협박에만 올인하며 빈축을 사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법원의 판결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7일 영풍·MBK파트너스가 제기한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영풍·MBK파트너스의 의결권을 인정하면서다. / 고려아연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법원의 판결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7일 영풍·MBK파트너스가 제기한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영풍·MBK파트너스의 의결권을 인정하면서다. / 고려아연

반면 영풍·MBK파트너스는 복구된 의결권을 활용해 최대 17명의 신규 이사를 추천하고 기존 이사회를 재편하겠다는 방침이다. 자사주 소각, 현금 배당 등 주주제안을 통해 소액주주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특히 집중투표제 도입은 자신들에게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입장이다. MBK파트너스는 9일 입장문에서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MBK 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 이상 확보는 기정사실로 굳어졌다”며 “집중투표제로 인해 주총을 거듭하면 할수록 최대주주인 영풍·MBK 파트너스 측 선임 이사수가 늘 2대 주주인 최윤범 회장 측 선임 이사수보다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3월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MBK 파트너스 측이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대세에는 별 지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영풍·MBK 파트너스는 정기주주총회 후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할 수 있으며 주주총회마다 최 회장 측보다 많은 수의 이사를 선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한두 번 정도의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하루 빨리 이사 수 과반 이상을 확보해 고려아연의 훼손된 기업 거버넌스를 바로 세우고, 고려아연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회복시키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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