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신약 내년 출시…MASH 치료제 개발 두각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한미약품그룹이 기존 오너 경영이 아닌 전문경영인 체제로 새 판을 짠다. 경영권 분쟁으로 잠시 주춤했던 R&D(연구개발)이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대표직에 김재교 전 메리츠증권 부사장이 내정됐다.
대표이사로 내정된 김 전 부사장은 이달 초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으로 입사했다. 회사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김 전 부사장 등 4명의 사내이사 후보와 3명의 사외이사 후보 선임 안건을 오는 26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 부의하기로 했다.
한미사이언스가 전문경영인을 대표로 선임하는 건 지난 2010년 지주사 전환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종윤 북경한미 동사장, 임종훈 전 대표 등 오너 일가가 대표직을 맡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모녀와 형제 구도로 갈라져 1년여간 벌어진 경영권 분쟁이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주장한 모녀 측의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그룹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새 대표로 내정된 김 전 부사장은 제약과 투자 분야를 두루 경험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990년 유한양행에 입사한 그는 30년간 인수합병, 기술수출 등 전반적인 제약산업 투자 업무를 총괄했으며 지난 2021년 메리츠증권에 합류해 제약·바이오 투자 전문 IND 본부를 이끈 바 있다.
핵심 계열사인 한미약품은 이미 전문경영인인 박재현 대표이사 체제가 굳건하다. 박 대표는 한미약품에서 품질관리, 생산, 영업, 연구개발 등 다양한 부문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정통 ‘한미맨’으로 지난 2023년 3월 취임 이후 경영 리더로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주사와 핵심계열사 모두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게 된 한미약품그룹의 주요 현안은 대내외 신뢰 회복과 경영 안정화, R&D 성과 도출, 실적 개선 등이다. 특히 고 임성기 회장이 강조한 R&D 역량은 포기할 수 없는 자존심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에도 매출의 14%에 해당하는 2098억원을 R&D에 투입했다.
‘New 한미’는 R&D 명가 재건에 박차를 가한다. ‘신약개발 전문 제약기업’으로서 신규 모달리티를 접목한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을 가속화한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올해는 조속한 경영 안정화를 추진해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혁신과 도약을 실현하겠다”며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을 선도하는 R&D 중심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더욱 힘차게 전진하고 기업 가치를 한층 더 높여 주주들의 기대와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하반기 출시 목표인 비만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롯한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는 한미약품의 주력하고 있는 핵심 과제다. 오는 6월 ‘HM15275’의 임상 1상 결과 발표도 예정돼 있다. 이 약물은 근 손실 없는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는 후속 비만 후보물질로 업계 안팎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미충족 수요가 높아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MASH(대사이상 지방간염) 치료제 개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의 위약 대비 치료 유효성, 안전성, 내약성 등을 확인하기 위한 글로벌 임상 2b상을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미국 머크(MSD)는 지난 2020년 1조 1000억원 규모로 수입한 한미약품의 후보물질 ‘에피노페그듀타이드’에 대해 글로벌 2b상을 진행 중이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1년간 지속된 경영권 분쟁 및 굵직한 R&D 모멘텀 부재로 부진한 흐름이 지속됐으나 올해에는 경영권 분쟁 해소와 함께 다수의 R&D 모멘텀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김동주 기자 ed30109@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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