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국,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입건
주우정 대표 취임 3개월 만에 위기 봉착...수주·실적 악화 전망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토건) 4위에 빛나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최근 안전사고와 재무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대형 사고 두 차례가 발생하면서 기업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현대건설의 2024년 4분기 경영실적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연간 매출은 지난해 14조7604억원으로 전년(13조633억원) 대비 1조6971억원(13%) 증가했다. 수주실적은 14조9910억원에서 12조20억원으로 2조9890억원 감소했으며 수주잔고도 30조9082억원에서 28조1499억원으로 2조7583억원 줄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실적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기아 최고재무설계자(CFO) 출신 주우정 대표를 선임하고 올해 매출 목표치를 14조201억원으로 정했다. 수주 목표는 13조1650억원, 영업이익 6331억원 등을 내세웠다.
주 대표는 취임 후 1조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한번에 반영하는 '빅배스'(대규모 손실처리) 회계처리를 단행했다. 이는 잠재 손실을 털어내고 향후 실적 개선을 기대하게 만드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 중이던 서울세종고속도로의 교각 상판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져 목표 달성이 불투명해졌다. 주 대표는 부임 3개월여 만에 위기관리 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는 사고가 난 뒤 사흘이 지나 공개석상에 나와 사과했다. 해당 건설사는 지난해에도 불미스러운 사고로 사과한 일이 있었다. 시공한 아파트에서 하자가 5만8000여건 접수돼, 당시 대표이사가 사과문을 낸 바 있다. 결국, 지난해 10월 국토부가 발표한 하자판정 건수 1위 건설사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오명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 3년간 현대엔지니어링 시공 현장에서 5명이 사망하고 500명이 넘게 부상한 기록이 있다. 이번에 발생한 참사는 심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다. 해당 법은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죄 판결을 받은 건설사는 시공능력평가에서 공사실적 10%가 깎인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후 곧장 현대엔지니어링의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민홍철 민주당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4년 건설 재해 사망자는 1211명, 부상자는 3만340명으로 조사됐다. 매년 건설 현장에서 200명 이상 숨지고, 6000명 이상 다친 셈이다. 특히 시평 상위 20위 건설사의 설 현장 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1만868명으로 나타났다.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건설사는 대우건설로 7명이 숨졌다. 이어 GS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각 5명), 현대건설(3명)이 뒤따랐다.
최근 정부가 사망 사고를 낸 건설사 명단을 공개하도록 하게 하는 법안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은 사망 사고가 발생한 건설사들의 명단을 국토교통부가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건설기술 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개정안에 건설사 명단 공개 자체는 국토부령으로 정하되, 구체적인 공개 범위와 절차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명시됐다.
정부도 같은 날 발표한 '건설현장 추락사고 예방 대책'에서 사망사고 건설사 명단 공개를 재개하겠다고 공식화했다.
국토부는 앞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한 100대 건설사 명단을 공개했다. 건설 현장의 인명 피해를 줄이려는 취지로 시행한 것이지만, 건설업계들로부터 '법적 근거가 없다'는 항의가 잇따르자 지난해부터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토부는 올해 한 해 동안 전국 2만2000개서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국토부 측은 "건설현장 추락사고 예방에 역량을 집중해 건설안전과 품질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모든 건설참여자들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근로환경 조성에 동참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