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SCFI 6주 연속 감소...1700선 밑돌아 운임 하락 불가피
관세 전쟁·수에즈운항 정상화·신조 선박 대량 인도 여파
머스크·CMA CGM, 멀티모달·창고보관 통해 리스크 감소
HMM 소속 컨테이너선이 항만에 접안해 있다./ 연합뉴스
HMM 소속 컨테이너선이 항만에 접안해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HMM, SM상선 등 국내 원양 정기선사들이 올해 해상운임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기선사들이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의 해상운송이라는 기존의 사업에서 육상·철도운송, 창고보관, 통관대행 등 종합 물류기업 역할까지 추가로 수행해야 현재와 같은 해운 시황 악화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나아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세계 해상운송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21일 기준 1595.08로 집계됐다. 지난달 3일 2505.17을 기록한 이후 6주 연속 하락했다. SCFI가 1700선을 밑돈 건 14개월여 만이다. 전문가들은 1분기가 전통적인 해운업계 비수기인 점을 고려해도 두 달 새 33% 이상 급락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한다.

고공 행진해 온 컨테이너선 운임이 내림세로 접어든 것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고관세 정책을 본격화하며 아시아~미주항로 수출입 물동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일부 선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조만간 홍해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올해 아시아~유럽항로를 운항하는 정기선사들에 달갑지 않은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23년 말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기 시작한 이후 글로벌 선사들은 해당 항로의 지름길인 수에즈 운하를 포기하고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 운항해 오고 있다. 희망봉 우회로는 기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루트보다 항해 거리가 약 9000km 길어진다. HMM이 운영하는 부산~로테르담 노선의 경우 기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때 왕복 12주가 걸리던 운항 기간이 희망봉 우회로 변경되면서 2~3주가 추가됐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해 연평균 SCFI가 전년 대비 149% 오르는데 마중물 역할을 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수에즈 운하 정상화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연중 컨테이너선 운임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팬데믹 시기 발주된 초대형 컨테이너선 물량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되기 시작한 것도 운임 하락의 또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2023년부터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코로나 시기에 풀었던 유동성을 회수하는 정책을 폈고 이는 전세계적으로 소비수요가 줄어들면서 해상 물동량 감소로 이어졌다”며 “반면 2021~2022년 대규모의 흑자를 낸 글로벌 정기선사들은 이 시기 새 컨테이너선을 대량 발주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발주량은 전체 글로벌 정기선사 선복량의 25%에 해당한다”며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선박을 발주한 선사에 꾸준히 인도돼 왔고 올해까지 이들 선박이 시장에 풀려 공급과잉 상태가 장기간 지속돼 운임 하락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기선사들은 컨테이너 운송 서비스만으로는 해운 시황 변동에 대응하기가 매우 취약하다. 컨테이너 선복량 기준 세계 2위 정기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는 창고 보관부터 배송, 통관 대행까지 다양한 종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2023년에는 미국 LA국제공항 근처에 13만평방피트  규모의 새로운 항공화물 수출입 게이트웨이를 개설했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프랑스 남부 툴루즈, 보르도 및 리옹을 연결하는 화물 철도 운송 서비스도 선보였다.

프랑스의 CMA CGM은 2021년 스페인의 주요 민간 철도 운영사인 컨티넨털 레일을 약 2500만유로(약 2950만달러)에 인수하며 스페인의 주요 항만 간 인터모달(해상·육상·항공이 결합된 복합 운송 서비스) 컨테이너 운송사업에 진출했다. 물류업계에서는 CMA CGM이 이같은 움직임은 해운과 항공, 도로, 철도 운송을 아우르는 종합 물류기업으로 발전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최근 HMM이 벌크선 사업 강화를 위해 SK해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며 “HMM이 해운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보다는 머스크나 CMA CGM과 같이 물류사업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해 리스크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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