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전시현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관세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값이 연일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디지털 금'이라 일컫은 비트코인은 18일 오전 8시 1억4천만원대로 거래되고 있으며, 전일 대비 0.70%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후 나타난 '트럼프 효과'가 두 달 만에 종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향방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트럼프와 멜라니아 밈코인, 시장을 뒤흔든 열풍과 몰락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직접 연관된 밈코인은 암호화폐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의 '오피셜 트럼프 코인'과 멜라니아의 '멜라니아 코인'은 출시 직후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각각 75달러와 13달러까지 치솟았다.
특히 트럼프 코인은 한때 시가총액 150억 달러(약 21조 원)를 기록하며 시장의 중심에 섰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이 코인들을 구매하는 것이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애국심을 표현하는 행위로 여겨지며 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멜라니아 코인 출시 이후 트럼프 코인의 가격은 40% 이상 하락했고, 멜라니아 코인 역시 최고가 대비 90% 폭락하며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여기서 더 놀라운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이름을 건 코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부족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경제·금융 뉴스 채널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밈코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고 발언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는 즉각적인 투자자 이탈로 이어졌고, 연쇄적인 매도 사태를 촉발했다.
월스트리트의 한 분석가는 “트럼프-멜라니아 밈코인 사태는 암호화폐 시장의 투기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번 사태로 기관투자자들의 암호화폐 시장 진입이 상당 기간 지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금융 전문가들은 “밈코인의 본질적 가치 부족과 높은 변동성을 문제로 지적하며, 이러한 코인들이 단기적인 투기 열풍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투자자 대부분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는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멜라니아 코인의 경우, 그녀의 이름과 이미지를 무단 도용한 밈코인이 등장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멜라니아 여사 측이 “어떠한 관련도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자 해당 코인은 즉각 폭락했고, 이는 암호화폐 시장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트럼프와 멜라니아의 밈코인 실패는 단순한 코인 가격 하락을 넘어, 암호화폐 시장의 투기성과 불안정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 규제 완화와 미국 부채 문제, 암호화폐 시장의 양날의 검
트럼프 대통령은 암호화폐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그는 취임 직후 암호화폐 정책을 검토할 실무그룹을 신설하고, 미국을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정하고,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과잉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정책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트럼프 당선 직후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가인 10만 9000달러(1억 6000만원대)를 기록했다. 반면 규제 완화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졌다. 지나친 규제 완화는 시장의 투명성을 저하시킬 수 있으며, 사기와 같은 부정적 요소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와 멜라니아 밈코인 논란은 규제 없는 시장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가 단기적으로는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안전성을 해칠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규제 없는 시장이 위험하다... 암호화폐 시장 '무법지대' 논란 확산
지난달 발표된 '디지털 자산 규제 완화법'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감독을 대폭 축소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시장을 활성화시켰지만, 투자자 보호 장치가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새로운 위험을 낳았다.
특히 탈중앙화 금융(DeFi) 분야에서 발생하는 해킹과 사기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주에만 3건의 대형 해킹 사고가 발생해 총 5억 달러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SEC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규제 완화는 시장을 카지노로 만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의 규제 완화 정책은 미국의 심각한 부채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현재 미국의 국가 부채는 약 36조 달러(GDP 대비 123%)에 달하며, 이는 역사상 최고 수준이다. 트럼프는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비축함으로써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무부는 최근 2,000억 달러(약 290조원) 규모의 비트코인 매입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상승하면 연방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 자산이 부채 상환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에 국가 재정을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도박이다.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국가 자산으로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 트럼프의 코인 살리기 노력, 시장의 신뢰 회복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암호화폐 시장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활용하여 암호화폐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려 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 매체를 통해 “비트코인은 '21세기 금'이라 칭하며, 이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여기에 보답이라도 하듯 친암호화폐 성향의 인사를 규제 기관장으로 임명하고, 민주당 정부 시절 강력했던 암호화폐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하며, 트럼프가 제안한 정책들이 실제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다. 멜라니아 밈코인의 실패 사례와 비트코인 매입 구상의 현실적 한계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또한 규제 완화로 인한 시장의 불안정성과 미국 부채 문제는 암호화폐 시장의 장기적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정치적 행보가 암호화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그의 정책이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JP모건 프라이빗 뱅킹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시장 상황은 1971년 닉슨 쇼크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향후 금 가격은 6개월간 30% 이상 상승할 것“이며 “반면 비트코인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비트코인 강세론자로 유명한 샘슨 모우는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가격이 100만 달러에도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200만 달러 수준이 적정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건국대 블록체인 학과 오태민 교수의 말에 따르면 트럼프의 암호화폐 정책은 단기적으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장기적인 효과는 불확실하다.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과 정책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트럼프 효과'가 암호화폐 시장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전시현 기자 jsh41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