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부문 강화 통해 그룹 수익원 다변화할 것"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4대 금융그룹의 실적이 모두 발표된 가운데 우리금융그룹은 2년 만에 순이익 3조원 클럽에 복귀했지만 순위표는 4위를 유지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지난해 4대금융그룹의 실적이 비은행 부문에서 갈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 중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우리금융은 올해 증권사가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고, 현재 추진 중인 보험사 인수합병(M&A)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그룹 수익원 다변화를 통해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3조860억원으로 2023년 대비 23.1%가 증가했다. 지난 2022년(3조1690억원)에 이어 2년 만에 순이익 3조원 클럽에 복귀하는 동시에 역대 두 번째 수준의 실적을 시현했다.
우라금융은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금융) 중 당기순이익 증가폭이 가장 컸으나, 절대적인 실적 수치는 저조했다.
주요 금융그룹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KB금융이 2023년 대비 10.5%가 증가한 5조782억원으로 '리딩 금융' 타이틀을 사수했다. 이어서 신한금융이 4조5175억원(전년比 3.4%↑), 하나금융이 3조7388억원(전년比 9.3%↑)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지난해 금융지주의 실적은 비은행 부문에서 갈렸다는 평가다.
실제로 KB금융은 ELS 손실보상과 금리하락 기조 등의 비우호적 영업환경에도 비은행 부문 이익이 크게 확대되면서 금융사 최초로 순이익 5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비은행 계열사별로 KB손해보험(8395억원·전년比 17.7%↑), KB라이프(2694억원·전년比 15.1%↑), KB증권(5857억원·전년比 50.3%↑)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반면 상대적으로 그룹 당기순이익 증가폭이 작았던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보험사의 실적이 저조했다.
신한라이프의 당기순이익은 2023년 대비 11.9%가 증가한 5284억원을 기록했으나, 신한EZ손해보험의 당기순손실은 78억원에서 174억으로 확대됐다. 하나금융은 하나생명이 2023년 54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7억원 순손실로 적자전환했고, 하나생명은 3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단순한 사업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우리금융으로선 한계와 기회가 공존한 2024년이었다. 우리금융은 지난 2019년 지주사 재출범 이후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출범 첫해, 우리자산신탁·우리자산운용·우리글로벌자산운용을 인수했으며 2020년에는 우리금융캐피탈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을 각각 인수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부실채권 투자 전문회사인 우리금융F&I를 출범하며 몸집을 불려왔다.
하지만 주력사인 은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증권사나 보험사의 인수합병은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우리투자증권이 출범했으며,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해 올해 1월에 금융위원회에 자회사 편입 승인 신청을 했다.
우리금융은 상대적으로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않아 타 금융그룹과 비교해 규모의 경제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성공적인 보험사 인수를 위해선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 결과가 중요하다.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3등급 이하로 나오면 보험사 인수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지주는 '건전한 경영상태'를 유지해야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을 수 있다.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 이상을 받으면 인수에 문제가 없지만. 3등급 이하로 내려가면 인수가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등급이 미달되도 금융위가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 정리를 통해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경영상태가 건전한 것으로 본다.
지난 2015년 KB금융이 조직 내분 사태와 정보 유출 사태로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았지만, LIG손해보험의 자회사 편입을 승인받은 사례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가능성은 작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의 당기순이익, 보통주자본비율(CET1) 등 재무건전성이 개선됐을 뿐 아니라 내부통제에도 고삐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1월 윤리경영실을 신설해 그룹의 윤리정책 총괄과 경영진 감찰을 전담하게 했으며, △임원 친인척 개인(신용)정보 등록 △내부자신고제도 강화 △그룹 全임직원 대상 윤리문화 진단 등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과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우리은행 영업현장 내부통제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지점장이 직접 금고 관리에 참여하기로 했다. 또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14개 전 자회사를 직접 방문해 내부통제 체계 강화와 윤리경영 실천을 촉구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이 증권사에 이어 보험사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종합금융그룹으로의 위상을 다지는 것은 물론, 리딩금융으로의 도약에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충분한 준비 과정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며 "증권사의 본격적인 영업 추진에 맞춰 은행과 증권 기업투자금융(CIB) 협업을 활성화하고 상품 라인업 확대 등을 통해 고객 이익 중심의 자산관리(WM) 영업을 강화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서 "동양·ABL생명과 SPA체결, 보험업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며 현재 자회사 편입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으며, 자본비율 훼손 없는 M&A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그룹 이익의 약 90%를 은행에 의존하고 있지만, 보험사가 인수되면 단시일 내에 의존도를 8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에도 비은행 사업 부문 강화를 통해 그룹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증권사에 이어 보험사도 성공적으로 인수한다면 향후 그룹 당기순이익은 하나금융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sungro5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