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상황 예의주시...현대제철, 美생산시설 구축 가속화
[한스경제=김태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도 미국발 ‘관세전쟁’의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선다는 의미로 앞서 발표한 중국(10%)과 캐나다, 멕시코(25%)를 대상으로 발표한 첫 관세 부과 조치와는 성격이 크게 다른 것으로 파악된다.
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프로풋볼 결승전인 슈퍼볼이 열리는 뉴올리언스로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으로 들어오는 어느 철강이든 25% 관세를 부과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루미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에 25% 관세를,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각각 부과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미국과 협상을 통해 철강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수용했다. 하지만 이번 관세 부과 조치로 이 제도가 철폐될 경우 대미 수출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새로 발표하는 관세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기존 관세에 추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11일이나 12일에 상호관세를 발표할 계획이며 상호관세는 발표 즉시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들이 우리에게 130%(관세)를 부과하는데 우리가 아무것도 부과하지 않는다면 그런 상황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에 관세 등 불리한 교역 조건을 적용하는 국가와 공평한 교역을 위해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철강과 알루미늄이라는 특정 상품을 대상으로 한 관세부과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처음으로 세계 전 나라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번에 미국이 철강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일률적으로 매긴다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포함한 한국 기업들의 대미 수출에는 부담 요인이 될 전망이다.
현재 한국은 대미 철강 수출에서 '263만t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고 있는데 향후 여기도 25%의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트럼프의 이번 관세 조치는 한국을 겨냥한 조치는 아니다.
기존 25%의 관세를 적용받던 국가들은 추가 관세로 50%의 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어 이와 비교하면 한국이 받는 타격은 상대적으로 작다고 볼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액에서 미국 비중은 약 13% 수준이지만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철강 시장에서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상품 전반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미국산 철강 제품의 생산 확대와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 한국 기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해외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려는 트럼프의 계산이 명확한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한국 철강기업들의 대미 투자 움직임을 가속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에 자동차 강판 제품 등을 생산하는 제철소 건설을 검토 중이며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자동차 생산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에 현대제철은 그룹 내 현지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해나가기 위해서라도 관세 위험이 없는 생산시설의 필요성이 커졌다.
철강업계는 이번 관세 부과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구체적인 영향은 최종 정책 발표와 시행 이후에 더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최근 멕시코·캐나다와도 관세 부과를 한다고 했다가 유예하는 등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이라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모니터링하며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도 "이번 철강 제품 관세에 대한 구체적인 행정명령이 나와 봐야 상황을 알 수 있을 것 같고 현재 개별 국가와의 협의 가능성이 알려지지 않아 대미 철강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말하기는 어렵다"며 "이번 관세 조치가 국가 쿼터 체결국에 대한 것인지, 비체결국도 포함될 것인지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tadkim@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