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중국, AI 패권을 노리는 거대한 전략의 일환
위안화 가치 안정적 관리, 수출 경쟁력 확보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최근 중국이 최신 AI 모델인 딥시크(DeepSeek)를 전격 공개하면서 전 세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는 AI 기술이 이제 경제 성장, 국가 안보, 그리고 글로벌 패권 경쟁의 중심에 놓이면서, 시진핑 주석이 딥시크를 통해 서방의 제재를 돌파하고 중국의 AI 패권을 노리는 거대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반도체와 AI 기술 수출을 제한하며 중국을 견제하는 가운데, 딥시크는 중국이 자체적으로 AI 독립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중국 딥시크 본사./연합뉴스
중국 딥시크 본사./연합뉴스

이번 발표는 AI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 무기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이제 딥시크가 불러올 파장은 단순한 기술 성과를 넘어, 글로벌 AI 전쟁에서 미국과 중국의 격돌을 더욱 심화시킬 전망이다.

◆ 딥시크 공개,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중국의 거대한 전략

향후 중국이 딥시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에 따라 글로벌 AI 질서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전문가는 “단순히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산업 전반에 AI를 접목해 스마트 제조, 자동화, 금융 AI, 의료 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주도권을 장악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AI 산업에도 직접적인 도전이 되며, AI 기술을 둘러싼 각국의 규제와 정책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딥시크가 미국 AI 모델 대비 5~10%의 비용으로 유사한 성능을 구현했다는 것이다. 베이징 소재 한 글로벌 투자은행의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미국의 기술 제재를 무력화하려는 전략적 카드"라고 평가했다. 실제 성능 테스트에서 딥시크는 GPT-4에 근접한 성능을 보이면서도, 학습과 운영 비용은 크게 절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딥시크는 엔비디아 H800 칩 2,000개만으로 고성능 AI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미국의 GPU 수출 제한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과학기술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성과는 중국의 AI 기술 자립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일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기술 격차 극복의 증거"라고 강조했다.

딥시크가 중국 정부의 생성형 AI 규제를 철저히 준수하면서도, 한국어 등 일부 언어에서는 검열이 완화되어 있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 입장에 맞춘 응답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이는 중국식 AI 거버넌스를 글로벌 표준화하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베이징 소재 한 AI 정책 전문가는 "중국은 AI 기술과 통제 시스템을 패키지로 수출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내 AI 스타트업과 제조업체들은 이미 딥시크 기술을 활용한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AI 스타트업 대표는 "딥시크의 등장으로 중국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일부 제조업체들은 딥시크를 활용해 생산 효율을 최대 40%까지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AI 전문가들은 "딥시크 공개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AI정책연구소 린 교수는 "이제 AI 기술 경쟁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며 "중국의 도전이 글로벌 AI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콩과학기술대학 AI윤리센터 장웨이 교수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중국이 자국 내 통제와 해외 진출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위안화와 엔화의 약세도 이어져 일각에선 연말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합뉴스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위안화와 엔화의 약세도 이어져 일각에선 연말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위안화 폭락 막아라, 중국 경제의 숨통을 틔울 비장의 카드

업계 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하면 최근 약 3% 하락한 위안화 환율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 위협 속에서, 중국은 직접적인 환율 시장 개입 대신 기술력 과시를 통한 우회 전략을 선택했다는 게 지배적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딥시크 공개 시점이 중국 위안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며 글로벌 경제에 다양한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던 때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약세가 중국 경제에 긍정적인 측면도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하며, 특히 수출 경쟁력 강화와 내수 활성화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전자제품, 자동차, 의류 등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위안화 평가절하로 인해 중국 제품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가격 매력이 증가하면서, 제조업 중심의 중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상하이 국제금융센터의 리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딥시크 공개가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는 심리적 방어선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대학교 경제학과 장웨이 교수는 "딥시크 공개는 위안화 가치의 안정적 관리와 수출 경쟁력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AI 기술력 과시를 통한 외국인 투자 유치 효과도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JP모건의 아시아 전략가는 "기술 민족주의가 강화될수록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담경제연구소 어예진 소장의 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의 안정적 관리와 수출 경쟁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심하며 중국 정부는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해 5조 위안 규모의 부동산 구제 펀드를 조성하고, 소비자 신용대출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등 대규모 재정 및 통화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이어 소비 촉진과 투자 효과 제고를 경제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며, 팬데믹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시키려는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투자분석실 김경환 연구원은 “이번 정책은 단순한 경기 방어를 넘어 장기적인 내수 기반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술 혁신과 생산성 중심의 기존 성장 모델에서 소비와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 위안화 가치 하락,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 기회

위안화 가치 하락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과 맞물려 외국 자본 유입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금융시장 안정과 경제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위안화 약세는 단기적 수출 호조를 이끌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전했으며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며 한국과의 무역 경합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경기 부양책과 맞물려 위안화 약세는 내수 진작과 고용 창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급격한 약세는 외국인 투자 이탈을 초래할 수 있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위안화 약세가 중국 경제에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금융시장 안정과 대외 신뢰 확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약세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구조적 개혁과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해 국채 매도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중국 정부가 오픈소스 공개로 인한 미국의 추가 제재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를 강행한 것은 기술 확산을 통한 글로벌 영향력 확대와 자국 산업 생태계 강화라는 더 큰 그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딥시크의 성과가 과장되었거나 조작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시장에 미친 실질적 영향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위안화 가치 안정과 외국인 투자 심리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중국 정부의 의도된 효과를 달성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과적으로 딥시크 공개는 중국의 정치·경제·기술·외교 정책이 복합적으로 얽힌 전략적 결정으로 평가된다. 위안화 약세는 단기적 수출 호조와 관세 충격 흡수에 기여하지만, 구조적 문제인 내수 부진과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심화시킬 수 있다. 2025년 중국 정부는 7.3 위안/달러 수준 방어와 유로화 다각화 전략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의 강력한 통제 정책이 지속될 경우 국제사회와의 마찰은 불가피해 보인다. 향후 미중 갈등 구도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이 어떤 카드를 추가로 꺼낼지 주목된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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