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성진 기자] 대한민국은 동계스포츠 중 쇼트트랙에서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자랑한다. 쇼트트랙이 동계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92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을 시작으로 지난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까지 남녀 합쳐 금메달 26개 등 총 48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그런데 남녀 선수 모두 500m 단거리 종목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500m에서는 총 7개의 메달이 나왔는데 금메달은 1994 릴레함메르 동계 올림픽에서 채지훈이 목에 건 것이 전부다.
쇼트트랙 500m는 최고의 무대에서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으로 약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최민정(27∙성남시청)이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내년에 있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의 기대감을 키웠다. 더 이상 한국 쇼트트랙의 약점으로 불리지 않게 됐다.
최민정은 지난 8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동계 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선에서 43초016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자신의 동계 아시안게임 통산 4번째 금메달이자 처음으로 손에 쥔 500m 금메달이었다. 게다가 최민정의 500m 금메달은 동계 올림픽, 동계 아시안게임 통틀어 한국 여자 선수 최초였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했지만 유독 500m 종목에서는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500m는 50초가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경기가 끝난다. 다른 개인전 종목인 1000m, 1500m보다 경기 시간이 짧기에 스타트가 더욱더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신체의 열세로 스타트에서 다소 밀리는 약점이 있었다.
1000m, 1500m에서는 약점을 기술로 보완했지만, 500m는 기술을 써볼 여력도 없이 몇 바퀴 돌지 않고 경기가 끝난다. 남녀 선수 모두 500m에서는 유독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한 까닭이다.
올라운더 스케이터라 불리는 최민정도 500m는 주종목이 아니었다. 세계선수권에서도 500m 우승은 2018년 몬트리올 대회가 유일하다. 최민정의 초반에는 뒷순위에 있다가 한두 번 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앞선의 선수를 추월해 경기에 이기는 스타일이라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그의 주종목이 1500m인 이유다.
하지만 동계 아시안게임을 통해 약점은 사라졌다. 집중력, 가속, 추월 등 이미 실력 자체가 최정상급이기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초반부터 경기를 펼치면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민정에게도 500m 금메달은 큰 의미로 다가왔다. 1년 뒤에 있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선수 최초의 500m 금메달이라는 숙원을 이룰 자신감이 됐다. 한국 여자 선수가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이 종목에서 메달을 딴 것은 1998년 나가노 대회의 전이경과 2014년 소치 대회의 박승희가 거둔 동메달이다.
경기 후 최민정은 “500m 금메달을 정말 바랐다.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 8년 전 삿포로 아시안게임(동메달)의 아쉬움을 지워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성진 기자 sungji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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