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17조의 2배 규모 조성…'캐즘·트럼프 악재' 배터리 등 지원
中딥시크 "경제 변수에 2월 중 '국가AI위원회' 조속 개최" 예정
[한스경제=김태형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정부도 발 빠르게 적극 지원에 나선다.
정부가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산업과 기술을 지원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가칭)을 신설, 34조원 이상으로 조성해 저리대출 등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두 배 이상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 규정' 폐지 선언 등으로 실적 우려가 커진 배터리업계가 직접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배터리·바이오 등 첨단산업과 기술을 지원하는 가칭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산업은행에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반도체산업협회, 배터리산업협회,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자동차협회, 철강협회 관계자도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반도체·배터리·조선·자동차·철강 등 5대 산업에 미칠 영향과 대응책을 집중 논의했다.
최 권한대행은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17조원)의 2배 이상 규모로 조성하고 저리 대출·지분 투자 등 다양한 지원방식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기금 신설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관련 법률 개정안을 3월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지원 규모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소 34조원 규모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한국의 첨단산업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국책금융기관을 통해 첨단산업 분야에 투자·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다.
최 권한대행은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조선, 철강협회와 함께 실제 현장의 상황을 짚어보고 대응 전략을 모색하겠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도 아낌없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산업분야에서는 협회와 배터리 3사를 중심으로 대미 아웃리치 활동을 벌이고 한미 배터리산업 협력의 중요성을 전파하는데 노력할 방침이다. 한 달간 관세부가가 유예됐지만 캐나다에 관세부과가 이뤄질 경우 정부는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셀을 미국 외 국가(유럽 소재 고객 공장 등)에 수출할 수 있는지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은 트럼프 정부의 수혜 대상으로 기대되며 미국 해양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수주 확대와 신조 수주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정부와 업계는 한미 조선협력의 효율적 대응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 및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자동차산업은 멕시코산 관세(25%)가 부과되면 현지 공장의 대미 완성차 수출 감소, 수익성 악화와 부품공급의 차질로 미국내 완성차 가격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대미 투자확대 등 현지화 노력을 강화하고 아세안 등 다른 지역으로의 투자·수출 다변화를 추진키로 했다.
철강산업은 위기와 기회 요인이 상존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미국이 한국에 부여한 연간 263만t 무관세 쿼터 축소시 현지에 있는 현대기아차, 삼성, LG 기업에 대한 소재 공급 영향이 우려되지만 캐나다와 멕시코 등 주요 수입국 대상으로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수와 수입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대미 수출을 통한 수익 향상도 기대된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 철강제품이 미국 제조업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통해 올해 상반기 중 미국 정부와 상·하원 의원, 싱크탱크 등을 대상으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아웃리치를 추진키로 했다.
또한 최 대행은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도 강조했다. 중국의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 딥시크(DeepSeek)도 거론하면서 "신선한 충격이고 우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며 ”글로벌 AI 경쟁이 소프트웨어(SW) 경쟁력과 합쳐진 복합 경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 AI 컴퓨팅센터 가동 절차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이달 중 '국가AI위원회' 회의를 조속히 개최해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세부 전략들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은 국회의 협조가 뒷받침돼야만 결실을 거둘 수 있다어 정부 차원의 지원도 빠르게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며 반도체특별법 및 전력·에너지 법안 조속한 처리도 거듭 요청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대규모 지원으로 첨단산업을 육성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미 신정부 출범에 따른 산업별 영향 및 대응방향 ▲지역활성화 투자펀드 출범 1년 성과 및 향후 추진방안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녹색산업 보증지원 방안 등도 함께 논의됐다.
김태형 기자 tadkim@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