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中 10년새 기업수 4배, 투자액 11배 증가하며 미국 턱밑
韓 기업 40개로 세계 8위, 투자액 425억 유로로 세계 5위
미국과 중국이 R&D(연구‧개발) 투자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특히 기술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최근 10년동안 중국이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부동의 1위였던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해온 모양새다. /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R&D(연구‧개발) 투자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특히 기술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최근 10년동안 중국이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부동의 1위였던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해온 모양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미국과 중국이 R&D(연구‧개발) 투자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특히 기술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최근 10년동안 중국이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부동의 1위였던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해온 모양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5일 EU 공동연구센터의 ‘2024년 R&D 투자 스코어보드’ 2000대 기업 명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세계 R&D투자 상위 2000대 기업 분야에서 미국은 기업 수와 투자액 모두 1위를 유지했지만 2위를 기록한 중국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부터 10년간 2000대 기업에 포함된 중국기업 수는 405개 늘었고, 투자액은 11.5배 증가했다. 상위 10개국 중 10년간 기업수와 투자액이 계속 증가한 국가는 중국이 유일했다. 한국의 경우 기업 수는 14개 감소했지만 순위는 8위를 유지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G2인 미국과 중국으로의 쏠림 현상이다. R&D투자 상위 2000대 기업에 포함된 미국(681개)과 중국(524개)의 기업 수는 1205개로 전체의 60.3%를 차지했고, R&D투자액의 합은 7477억유로로 59.5%에 달했다.

지난 10년간 R&D투자 상위 200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 미국은 기업 수, 투자액에서 1위를 계속 유지했다. 투자액 기준으로는 2013년 1910억유로로 전체의 36.1%였으나, 2023년에는 5319억유로로 42.3%를 차지해 비중이 10년 전에 비해 더 높아졌다.

중국은 2013년에는 기업 수 119개로 4위, 투자액 188억 유로로 8위였으나, 2023년에는 기업 수 524개, 투자액 2158억유로로 2위까지 올라섰다. 특히 투자액은 10년간 약 11.5배 증가하며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의 등재기업 수가 늘어나면서 일본, 독일, 영국 등 주요국의 기업 수는 감소했다. 한국의 기업 수도 2013년 54개에서 2023년 40개로 줄었지만, 순위는 10년 연속 8위를 유지했다. 투자액 기준으로는 2013년 193억유로로 7위였으나, 2023년에는 425억달러로 5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을 나타내는 R&D 집중도도 미국과 중국의 증가세가 컸다. 미국은 2013년 5.1%에서 2023년 8.5%로 3.4%p 늘었으며, 중국도 1.4%에서 3.9%로 2.5%p가 늘어났다. 한국의 R&D 집중도는 2.4%에서 4.0%로 1.6%p 늘었으며, 2000대 기업 전체로 보면 3.3%에서 5.1%로 1.8%p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미·중간 기술패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기초기술 R&D 강화, 반도체 대기금, 배터리 보조금 등 대규모 투자자금 및 R&D 지원, 각종 세금감면 등 세제지원, AI(인공지능) 육성 위한 규제완화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한국도 반도체 지원법 등과 같은 입법 지원을 신속하게 진행해 기업들을 옭매고 있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도 미래 기술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산업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R&D투자 2000대 기업 Top 10 국가 현황 / 대한상의
세계 R&D투자 2000대 기업 Top 10 국가 현황 / 대한상의

기술경쟁이 치열한 첨단산업 분야별로 R&D투자를 분석한 결과, 반도체 산업에서는 엔비디아가 2013년 9.6억유로에서 2023년 79억유로로 8.2배 늘어 가장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한국의 SK하이닉스가 6.7배, 미국의 AMD가 6.1배, 대만의 미디어텍이 5.1배 늘어나며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의 R&D 투자액은 199억유로로 반도체 기업 중 1위였으며, R&D 투자액은 10년간 약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모두 AI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엔비디아, AMD는 고성능 AI칩, SK 하이닉스는 AI를 위한 HBM 반도체, 미디어텍은 스마트폰 등 온디바이스 AI칩의 선두주자다.

IT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산업에서는 미국의 메타(페이스북)가 10년 전 대비 32.4배 증가한 332억유로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중국 1위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는 15배, 이어 고객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미국의 세일즈포스는 10.1배 증가해 뒤를 이었다. 한국의 네이버는 10년전에 비해 R&D 투자액이 약 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전기차 선두주자인 미국 테슬라의 R&D투자가 10년 전에 비해 2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세계 전기차 점유율 1위인 중국의 BYD가 15.8배 증가했고, 인도의 타타 자동차가 2.9배 늘었다. 투자액 기준으로는 폭스바겐, 벤츠, GM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한국의 현대차는 10년간 R&D 투자가 2.7배 늘었다.

제약 산업에서는 미국의 길리어드 사이언스(3.4배), 애브비(3.1배), 브리스톨 마이어스(3.1배), 아스트라제네카(3배)의 투자액 증가속도가 높았으며, 특히 코로나19를 기점으로 R&D 투자가 크게 늘어났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한미약품의 R&D 투자액이 가장 컸다. 10년간 R&D 투자가 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등장에서 보듯이 산업별 선도기술을 둘러싼 기업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이라며 “한국도 국회에 계류 중인 첨단 R&D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상향과 일반 R&D에 대한 공제율 상향 등 세제지원을 통해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반도체특별법과 같은 선제적이고 과감한 지원을 통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R&D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제도적인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U 공동연구센터의 ‘2024년 R&D 투자 스코어보드’ 2000대 기업 명단 연구는 EU 산하의 공동연구센터(Joint Research Center)에서 매년 발간하는 R&D 투자 스코어보드의 자료를 바탕으로 작년 12월 18일 기준으로 분석된 것으로 2023년도 회계 정보를 바탕으로 했다.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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