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DEI 프로그램 폐지 행정명령 서명
맥도날드, 메타, 월마트 등 대기업들 정부 방침 따라
타깃, DEI 프로그램 폐지 합류...현지 언론 주목
코스트코는 정부 방침 반대하며 DEI 프로그램 ‘유지’
미국 유통업체 타깃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DEI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 사진=타깃 홈페이지
미국 유통업체 타깃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DEI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 사진=타깃 홈페이지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상당수의 미국 대기업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다양성·포용성·형평성(DEI) 정책 폐기 방침에 순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형유통업체 타깃(Target)도 이 같은 대열에 합류했다. 다만 코스트코, 애플, 골드만삭스 등은 반대 의사를 밝히며 정부 정책과 반대되는 행보를 보였다.

24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 등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타깃은 3개년 목표로 추진해 온 DEI 정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타깃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포괄적인 글로벌 조달 프로세스를 보다 잘 반영하기 위해 기존의 ‘공급업체 다양성 팀’을 ‘공급업체 참여 팀’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타깃 측은 “성장을 촉진하고 진화하는 외부 환경에 발맞추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업평등지수 등을 산출하는 외부 인권단체의 조사에 응하지 않고, 소수인종 소유 기업의 제품 취급을 확대하는 기존 프로그램도 종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키에라 페르난데스 타깃 지역영향·형평성 최고책임자는 “수년간 이뤄진 데이터와 통찰, 경청, 학습은 우리 전략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지난 2020년, 경찰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최근 몇 년간 DEI 정책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최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DEI 정책을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민간 기업에 불법적인 DEI로 인한 차별과 특혜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면서 기업들이 이 방침을 따르고 있다.

현지 언론은 그동안 흑인 및 성소수자 권리 등 DEI 프로그램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행해 온 타깃이 입장을 바꿨다는 데 주목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미니애폴리스에 위치한 타깃 본사 인근에서 발생했고, 당시 시위와 폭동 등으로 매장이 훼손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타깃은 다양성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그 일환으로 올해까지 회사에 흑인 직원 비중을 20%로 늘리고, 흑인 소유 기업에 20억달러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모든 프로그램은 올해 안에 종료된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내 다른 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앞서 미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도 입점업체들이 미성년 성소수자를 겨냥한 제품들을 올리지 못하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맥도날드도 DEI 프로그램일부를 없애고 고위직 중 소수자 비율 목표 등 채용과 승진에 관한 DEI 규정을 폐지하며 외부기관 설문조사에도 불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도 사내 DEI 프로그램과 관련 부서를 폐지하기로 했고,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역시 DEI 프로그램 일부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기업 컨설팅업체인 레퓨테이션매니지먼트의 에릭 쉬퍼는 “포괄적인 고객층을 보유한 타깃의 이번 사건은 브랜드로서 ‘자살 행위’와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코스트코의 주주들과 경영진은 DEI 프로그램 폐지에 단호히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열린 코스트코 연례 주주총회에서 한 보수단체가 주주제안 안건으로 제출한 사내 DEI 정책 재검토 요구안이 98%가 넘는 반대표를 받아 압도적으로 부결됐다.

주총 전 코스트코 경영진은 DEI 정책을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주주들에게 안건에 반대표를 던져 달라고 권고했다. 론 배크리스 코스트코 최고경영자(CEO)는 투표 결과 발표 후 “회사가 올바른 결정을 내렸음을 입증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코스트코 주총에서 부결된 이 안건은 ‘공공정책연구전국센터(NCPPR)’라는 보수단체가 마련해 제출한 것이다. NCPPR은 애플, 의류업체 리바이스, 제약업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투자업체 버크셔해서웨이, 금융업체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등에도 유사한 요구를 하고 있다.

이 중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의 CEO들은 최근 NCPPR의 요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면서 “DEI 정책은 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애플 이사회도 25일로 예정된 연례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에게 NCPPR이 제출한 안건을 부결해 달라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각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소속감의 문화를 만들도록 노력하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불법적 차별이나 선호에 해당하는 민간 부문 DEI를 폐기토록 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진보 성향이 짙은 주들을 중심으로 법조인 지역단체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DEI 장려를 위한 연수 지원 등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매사추세츠주 변호사회와 캘리포니아주 변호사회는 “우리의 프로그램은 불법적 차별이나 혜택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트럼프의 방침에 저항하겠다는 뜻을 각각 밝혔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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