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블록버스터 제품 전망에 국내 기업은 포함 안돼
90년대 미국 바이오텍과 유사한 상황, 지속적 도전이 중요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열흘 가까이 되는 긴 음력 설 명절은 올해 초에 세웠지만 해이해졌던 목표를 재점검하기에 마침 좋은 시기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몇 년간 최고의 목표를 살펴보면 글로벌 블록버스터 제품 출시·확보가 대표적이다. 올해에도 다양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들을 글로벌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를 올해 내로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으며, 대웅제약은 P-CAB 제제 '펙수클루'의 블록버스터 대열 합류에 대한 기대를 보이고 있다.
이는 유한양행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하며 더 실현 가능한 현실로 성큼 다가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아직 업계의 시각은 냉정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전문기관 클래리베이트가 발표한 '2025년 블록버스터 신약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될 제품들은 ▲노보노디스크 아위클리 ▲노보노디스크 카그리세마 ▲BMS 코벤피 ▲일라이릴리 엡글리스 ▲사노피 피투시란 ▲GSK MenABCWY ▲암젠 임델트라 ▲모더나 엠레스비아 ▲소비 SEL-212 ▲화이자 벱데제스트란트 ▲엑셀리시스 잔잘린티닙 등이다.
당뇨·비만, 알츠하이머, 고형암 등 다양한 분야의 치료제가 블록버스터 약물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했거나 협력한 경우는 한 건도 없다.
어차피 장거리 경주니 마음 급할 필요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며 올해 연초부터 전 세계에서 제약바이오 분야에 격변의 풍랑이 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후발주자 입장으로선 애가 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글로벌 빅파마들 역시 국내 기업들처럼 한때는 업계에서 병아리 취급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암젠은 1989년 만성신부전증 환자 대상 빈혈치료제 에포젠을 출시하며 미국내 직접 판매망을 구축하고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암젠이 본격적인 고성장 루트에 들어선 것은 1991년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뉴포젠을 출시한 후부터다.
리제네론 역시 자가염증성 질환치료제 알칼리스트 출시 후 매출 실적 부진을 겪은 바 있다. 기업가치 재평가와 실적 성장을 이룬 것은 2011년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를 출시 이후다.
우리보다 앞서있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상황도 유사하다. 일본 역시 1990년대 글로벌 신약을 출시한 후 2000년대 해외 직판망을 확대하는 시기를 거치며 현재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중국은 우리와 유사하게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2018~2019년 미국에서 대형 신약 승인을 받기 시작했고 2020년대 초 위탁개발생산(CDMO) 성장과 미국 판매 확대 시기를 겪으며 시가 총액이 크게 확대됐다.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이미 미국 내 직접 판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를, 셀트리온은 짐펜트라, 녹십자는 알리글로, 유한양행은 라즈클루즈를 직판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우 이제 미국 진출을 막 시작한 단계기 때문에 아직 시장의 신뢰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선 결국 임상을 통한 중요 데이터 제공과 기술 계약 등의 성과가 필요하다.
국내 기업들은 현재 글로벌 트렌드인 당뇨와 비만, 자가면역질환 등의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중 올해 내 주요 지표들이 공개될 예정인 경우가 다수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대감을 안고 기다리고 있다.
계속해서 도전하고 두드리다 보면 결국 문은 열리게 돼있다. 올해에는 우리 기업들이 발표할 주요 지표가 훌륭해 종국엔 글로벌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도약했다는 소식이 쏟아지길 기대하며, 오늘도 계속되고 있을 그들의 도전을 응원한다.
이소영 기자 sylee03@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