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고려아연, 영풍 측 보유주식 의결권 제한
영풍 측 “의결권 제한에 법적 대응...책임을 묻겠다”
2시 40분이 돼서야 주총이 다시 개회되며 본격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안건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고려아연 측의 7명의 신규 이사 추천, 영풍·MBK 측의 14명의 신규 이사 추천, 이사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 집행임원제도 도입 등이었지만 시작부터 ‘영풍의 의결권행사’가 가능한지를 두고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 연합뉴스
2시 40분이 돼서야 주총이 다시 개회되며 본격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안건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고려아연 측의 7명의 신규 이사 추천, 영풍·MBK 측의 14명의 신규 이사 추천, 이사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 집행임원제도 도입 등이었지만 시작부터 ‘영풍의 의결권행사’가 가능한지를 두고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23일 오전 9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주총 현장은 시작 전부터 ‘영풍의 의결권 인정 여부’에 대해 고려아연 측과 영풍 측의 주장이 극렬하게 맞서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고려아연 측은 주총 전날인 22일 저녁 공시를 통해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영풍정밀 등이 보유하고 있던 영풍 주식 10.3%를 취득해, 영풍은 주총에서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영풍 측은 “이는 불법적인 의결권제한 시도로 효력이 없다”고 맞서며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이날 주총장 입구에는 오전 7시부터 금속노조 고려아연 노조들이 근무복에 빨간색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 시위를 이어갔다. 노조 측은 영풍, MBK파트너스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국가 기간산업 고려아연을 지켜내자”고 연호했다. 피켓에는 ‘소수주주 무시하는 MBK, 영풍을 규탄한다. 소수주주 권익보호! 경영투명성 강화! 집중투표제 도입해야!’, ‘약탈적 투기자본, MBK 아웃!’, ‘돈만 생각하는 투기자본 MBK!, 무능한 경영진, 적자기업 영풍!’, ‘환경오염 최대주범 영풍이 웬말이냐! 누가 고용안정, 지속가능경영의 적임자인가! 등이 적혀 있었다.

이날 주총장 입구에는 오전 7시부터 금속노조 고려아연 노조들이 근무복에 빨간색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 시위를 이어갔다. / 고려아연
이날 주총장 입구에는 오전 7시부터 금속노조 고려아연 노조들이 근무복에 빨간색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 시위를 이어갔다. / 고려아연

고려아연과 영풍, 양측 주장이 극단적으로 갈리며 파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오전 9시 주총이 시작됐지만, 중복위임장 확인을 거치며 개회시간은 계속 늦어졌다. 양측 모두 위임장을 통해 최대한 많은 표를 확보하려는 경쟁을 벌인 탓에 일부 중복된 위임장이 나와서다. 개회가 지연에 지연을 거듭하자 현장에 참석한 주주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한 주주는 “중복된 위임장 주주들에게 연락을 하고 끝난 시간이 오후 1시 전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꾸 연기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혹시 참석하길 바라는 주주를 기다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다른 주주는 “이렇게 지연되는 것은 무언가를 고려한 고의적 전략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중복위임장과 중복위임장을 뺀 주식 수 검수를 양측 변호사와 검사가 동시에 참관하고 있어 어떤 의도가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주총 개회는 예정시간 오전 9시로부터 5시간 정도 지난 오후 1시 52분에 주총 의장인 고려아연 박기덕 사장을 통해 선언됐다. 정확한 주총 출석주식수 집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간에 집계가 확정되면 공지하는 것을 전제로 시작했지만, 곧바로 일부 주주들이 “모든 주주총회는 출석주식수 발표가 있어야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출석주식수 발표가 없이 시작하는 주총이 어디 있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 다시 개회가 미뤄지는 촌극도 벌어졌다.

주총 개회는 예정시간 오전 9시로부터 5시간 정도 지난 오후 1시 52분에 주총 의장인 고려아연 박기덕 사장을 통해 선언됐다. / 고려아연 
주총 개회는 예정시간 오전 9시로부터 5시간 정도 지난 오후 1시 52분에 주총 의장인 고려아연 박기덕 사장을 통해 선언됐다. / 고려아연 

오후 2시 40분이 돼서야 주총이 다시 개회되며 본격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안건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고려아연 측의 7명의 신규 이사 추천, 영풍·MBK 측의 14명의 신규 이사 추천, 이사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 집행임원제도 도입 등이었지만 시작부터 ‘영풍의 의결권행사’가 가능한지를 두고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고려아연 측은 주총 전부터 최대주주인 영풍의 보유 지분 25.4%에 대해 주총 의결권을 제한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라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것”이라며 “이는 법적으로 정당한 조치”라고 말했다. 의결권 제한 조치가 상법상 ‘상호주’ 규정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르면 회사가 자사 주식을 보유한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 해당 회사의 의결권은 제한된다. 고려아연은 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영풍 지분 10.33%를 매입함에 따라 영풍과 고려아연 간 상호주 관계가 성립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2%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주총에서도 공식적으로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SMC의 영풍 지분 매입은 정당한 투자 활동의 일환이며, 상법 규정을 준수해 이번 의결권 제한 조치를 내렸다”며 “법적 근거에 따른 것이며, 회사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영풍은 강하게 반발하며 고려아연의 의결권 제한 조치가 부당하고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영풍 측은 SMC가 외국 법인이라는 점을 들어 상호주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법리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SMC는 호주에 본사를 둔 고려아연의 100% 자회사로, 국내 법인이 아닌 외국 법인의 지분 매입 행위가 국내 상법상 상호주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무리하게 법 해석을 왜곡하고 있다”며 “이번 의결권 제한 조치는 명백히 위법적이며,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고려아연이 자신들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법을 왜곡 적용하고 있다‘며 ”의결권 제한에 대해 법적 대응을 통해 반드시 바로잡아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연합뉴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연합뉴스

이어진 안건 표결에서 집중투표제 변경안은 찬성률 76.4%로 총 901만6432주 중 689만6228주의 동의를 얻어 가결됐다. 해당 안건은 최윤범 회장측 우군으로 분류되는 유미개발이 발의해 안건으로 상정됐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고 원하는 후보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소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는 조치로 꼽힌다. 예를 들어 1주를 보유한 주주가 5명의 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 총 5주의 의결권이 주어지고, 이를 특정 이사 선임안건에 집중해 투표할 수 있다. 
이사회 내 이사 수를 19인으로 제한하는 안건도 통과됐다.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을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73.2%, 반대 26.4%, 기권 0.6%로 가결됐다. 주식의 액면분할 안건도 통과됐다. ‘발행주식 액면분할 및 액면분할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은 찬성 71.44%, 반대 26.9%, 기권 0.4% 등으로 가결됐다.

이어진 주총에서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도 통과됐다. 찬성 71.44%, 반대 28.15%, 기권 0.41% 등으로 집계돼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했다. 해당 안건에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사외이사 가운데 1명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려아연은 기존 사내이사인 최윤범 회장이 이사회 의장까지 겸직하고 있었다. 최 회장은 이번 정관 변경에 따라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당기준일 변경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 ‘분기배당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도 각각 통과됐다. 

이어진 안건 표결에서는 제 1-1안으로 상정된 집중투표제 안건이 통과했다. / 고려아연
이어진 안건 표결에서는 제 1-1안으로 상정된 집중투표제 안건이 통과했다. / 고려아연

안건이 연이어 가결되자 영풍 측인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오후 7시 40분쯤 "참 부끄러운 날"이라고 말하며 주총장에서 퇴장했다. 김 부회장은 "자의적으로 1대주주와 주주들, 자본시장을 우롱하는 의사진행에 더 이상 남아있을 의미가 없다"며 이사 선임 수 표결이 끝난 뒤 강성두 영풍 사장, 자문단과 함께 주총장에서 퇴장했다. 그러면서 "세상에 1대주주를 적으로 돌리거나 이렇게 우롱하는 회사가 어떻게 온전히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냐"며 "특히 이 앞에 앉아계신 임원분들이 참 부끄럽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오후 7시 50분쯤 주총장을 나서고 나서 프레스룸에서 취재진과 관계자 등을 만난 자리에서 "고려아연이나 자본시장 모두가 한 걸음 더 나가기 위해서 겪어야 하는 고통이라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SMC가 갑작스럽게 영풍의 주식을 매입해 의결권을 제한하고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총회를 진행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전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임시주총이 4개월 이상 지속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며 "1대 주주와 주주들, 그리고 자본시장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고려아연 임원들의 행동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풍 측은 이후 성명을 통해 한국 자본시장과 고려아연이 '최윤범 회장 지키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SMC의 영풍 주식 취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이는 단순히 최윤범 회장 측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임시주총의 결과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영풍 측은 "비록 시간이 걸리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관련 법규와 제도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양측 간 다툼은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12시간 넘게 주총이 이어졌지만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아 반쪽짜리 주총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권선형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