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투자자에게 잘못된 신호 보낼 가능성 커
가상자산, 주식보다도 시가 변동 요인 예측 어려워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업비트의 '코인 모으기'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이 금융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7일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가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업비트는 해당 서비스인 ‘코인 모으기’의 누적 투자액이 출시 5개월 만에 600억원을 돌파했다며 시장 안착을 자평했지만, 금융권과 소비자보호단체는 투자 위험성을 은폐한 채 수익성만 과도하게 부각시키는 '사기성, 투기성 마케팅'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 '대박 신화' 뒤에 숨은 위험... 5개월간 600억 몰린 '코인 모으기'의 실체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선 업비트의 '코인 모으기' 서비스가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투자액 600억 원을 돌파했으며 하루 평균 설정액만 12억 원에 달하며, 8만 6천 명 이상의 이용자가 이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이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유례없는 규모다.
업비트 관계자는 '코인 모으기'는 적립식 투자 방식을 통해 단기 변동성을 줄이고 장기적인 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서비스 개시 이후 매일 리플(XRP)을 투자 한 투자자들이 332%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사례는 높은 수익률의 가능성을 부각시키는 대표적인 홍보 포인트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10월 28일부터 최근까지 급등기만을 자의적으로 선별해 계산한 것이었으며, 실제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에 그쳤다.
업비트 ‘코인 모으기’를 통해 리플 투자자들이 332%의 수익을 올렸다는 이러한 메시지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가상자산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성과 고변동성을 특징으로 한다. 리플의 높은 수익률은 예외적인 사례로, 이를 모든 가상자산의 일반적인 결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 특히,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은 규제, 경제적 환경, 시장 심리 등에 따라 급변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키울 가능성이 크다.
A 대학교 김영호(가명)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자산 시장은 전통적인 금융시장과 비교해 규제와 감시의 수준이 낮고, 내재 가치 평가가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며 “리플과 같은 특정 자산의 사례를 통해 안정성을 강조하는 접근은 본질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의 불확실성을 축소시키는 위험한 단순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투자자들, 특히 초보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라고 경고했다.
◆ 332% 수익률의 함정... '장기 투자' 미끼로 투자자 현혹
전문가들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업비트는 '코인 모으기'를 통해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가능성이 있는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상자산은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전통적인 자산과 달리 내재 가치를 기반으로 하지 않으며, 시장의 심리적 요인과 외부 환경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장기 투자 전략이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유효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특히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상, 장기 투자 전략은 오히려 투자 손실의 위험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전통적인 자산 시장에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가상자산은 그 자체로 실질적인 생산성을 보장하지 않으며, 시장 유동성 과 신뢰에 의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가상자산이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유지 할 것이라는 가정이 근본적으로 불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상거래 업계에 있는 권혁훈(가명) 대표는 “적립식 투자는 본질적으로 거래소의 수익을 증대시키는 구조다. 거래소는 투자자가 정기적으로 거래를 할수록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게 된다”면서 “'코인 모으기'는 이용자보다 거래소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서비스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인 투자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적립식 투자 방식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 365일 24시간 거래의 덫... '자동투자 안전 신화' 붕괴
이러한 우려는 실제 투자자들의 피해 사례를 통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현재 -10% 손실률을 보고 있는 리플 투자자 박익균(가명)씨는 “자동투자라 안전한 줄 알았는데, 결국 더 큰 손실만 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4시간 운영되는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상, 야간이나 주말의 급격한 시세 변동에 대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손실이 컸던 것으로 파악됐다.
업비트 관계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친 가상자산 행보 등으로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와중에 높은 변동성에 대응하려는 투자자들의 니즈가 증가하면서 '코인 모으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대대적으로 업비트 이용자들의 안정적인 활동을 지원하겠다”라고 밝혔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은 부족하다. 예를 들어 투자자들에게 리스크 관리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거나 손실 방지를 위한 보완 장치를 마련하는 등의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워렌 버핏의 재무제표 활용법’이란 책을 보면, 워렌 버핏이 재무제표 읽기 연습에 매우 충실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상자산 투자도 마찬가지이다. 백서(White Paper)를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면 가상자산에 투자해서는 안된다. 또한 해당 가상자산이 유명 학회 등에서 제3자 검증(Peer Review)을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 투자한도 통제 실패... 가족명의 등 편법 투자 만연
그러나 이러한 전문가의 신중한 투자 조언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투자한도 통제의 실패가 그것이다. 업비트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건전하고 계획적인 가상자산 투자 문화 정착을 위해 '코인 모으기' 서비스는 가상자산 한 개 주문당 최대 100만원까지 신청이 가능하고, 최대 주문 가능 금액은 300만원이다.
주문 최대 금액 제한을 두고 있다. 이는 자칫 건전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 정착을 하는 것처럼 보이나 일부 투자자들은 가족명의를 이용해 수십 개의 계정을 만들어 수억 원대의 투자를 손쉽게 진행하고 있다.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라 믿고 대출까지 받으면서 투자했다. 오히려 더 손실이 나서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또 다른 피해자 이모씨(42)의 증언이다. 24시간 운영되는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상, 야간이나 주말의 급격한 시세 변동에 대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손실이 컸던 것으로 파악됐다.
◆ 20~40대가 주요 투자층... 대출·퇴직금으로 무리한 투자 심각
이처럼 무분별한 투자로 인한 피해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실태조사 결과는 더욱 충격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이 국내 14개 거래소와 7개 지갑·보관업자를 조사한 '2024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보유 총액은 2023년 말보다 27% 늘어난 55조 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상반기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 가능 이용자는 2022년 하반기 645만명에서 776만명으로 21% 늘었다.
가상자산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대는 30대(29%)로 나타났다. 그 다음 ▲40대(28%) ▲20대 이하(19%) ▲50대(18%) ▲60대 이상(6%) 등으로 집계됐다. 전체 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20~40대인 셈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대출이나 퇴직금 등으로 투자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상자산 업계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투자자 보호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무분별한 마케팅과 부실한 투자자 보호 체계가 지속된다면, 제2의 금융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조성연 아일럼인베스트(YLEM INVEST) 이사는 "지난 주말 트럼프 관련 밈코인들이 폭등을 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포모(FOMO, 나만 소외된다는 두려움)를 만들었다. 가상자산은 특히나 가치와 활용도에 대해서 아직 논란이 많은 투자자산“이라며 ”더군다나 자산의 가치 상승과 상관도 없으며 활용도가 없는 밈코인들은 언제 가격이 하락할 지 모른다. 시장 변동성을 활용하며 수익을 추구하는 (단기)투자자들도 빠른 손절을 각오하고 거래를 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 금융당국, 특별감사 착수... "불완전판매 확인 시 영업정지 불가피"
이러한 위험성과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금융당국도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24시간 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하고 피해구제 전담 TF를 구성했으며, 금융위원회는 광고규제 강화와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불완전판매나 과장광고가 확인될 경우, 영업정지를 포함한 강력한 제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가상자산에 대해 우호적인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가상자산 시장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어 “가상자산은 주식보다도 시가 변동의 요인이 훨씬 더 예측이 어려워 투자 위험성이 크므로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 "투자자 보호 위한 개선방안 시급"... 전문가들 한 목소리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권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코인 모으기' 서비스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서는 크게 네 가지 개선방안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투자 위험성에 대한 명확한 고지 의무화다. 현재와 같은 모호한 위험 고지는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손실 가능성과 리스크 요인을 명시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특히 과거 수익률이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둘째, 투자자 보호를 위한 구체적 안전장치 마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거래소가 단순히 플랫폼 제공자라는 책임 회피성 태도에서 벗어나,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장치를 의무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투자 한도 초과 방지 시스템, 고위험 투자자 분류 기준 마련 등이 포함된다.
셋째, 필수적인 리스크 관리 교육 프로그램 도입이다. B대학교 최영숙(가명) 교수는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최소 20시간 이상의 교육 이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야간 시장 변동성, 레버리지 위험 등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마지막으로, 시장 급변 시 자동 손절매 등 안전장치 구축이다. 24시간 거래되는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상, 급격한 가격 변동에 대비한 자동화된 위험 관리 시스템이 필수이다. 특히 20% 이상 급락 시 자동 매도 기능, 투자 한도 초과 방지 장치 등이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윤석빈(트러스트커넥터 대표) 서강대 정보통신 대학원 특임교수는 “가상자산은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수단이지만, 급격한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투자 결정을 내리기 전에 철저한 리서치와 리스크 관리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지나친 투기로 인한 충동적 선택은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감정적 판단을 피하는 게 좋으며, 여유 자금으로 분산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라고 조언했다.
◆ 앞서 업비트 3개월간 정지처분 받은 적 있어
이러한 전문가들의 신중한 투자 조언이 나오고 있지만, 업비트의 행보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업비트 관계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친 가상자산 행보 등으로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와중에 높은 변동성에 대응하려는 투자자들의 니즈가 증가하면서 '코인 모으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업비트 이용자들의 안정적인 투자 활동을 위해서 이용자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소의 과도한 홍보 마케팅으로 인해 피해자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편, 이러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업비트의 과거 행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금융당국은 업비트가 고객 신원 확인을 철저히 하지 않아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에 악용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 지난 9일 업비트에 대해 신규 고객의 입출금 3개월간 정지 처분을 사전 통지한 바 있다.
전시현 기자 jsh41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