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행정부 때 탈퇴한 파리기후협정, 재탈퇴 가능성 높아
"WHO, 中 꼭두각시" 비판...탈퇴 추진 검토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출범을 앞둔 가운데 파리기후협정의 재탈퇴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1기 행정부 시작과 동시에 협정을 탈퇴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탈퇴할 전망이다. 여기에 취임식 첫 날 세계보건기구(WHO)의 탈퇴까지 예고되고 있다.
◆ 2기 행정부도 파리기후협정 탈퇴 예고...'브라질·중국' 역할론 강조
미국 싱크탱크 아메리칸 프로그레스 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의 국제 기후정책 수석 디렉터인 프란세스 콜론(Frances Colón)은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탈퇴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콜론은 최근 글로벌 전략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GSCC)이 진행한 미디어 브리핑에 참석해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이후 파리기후협정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미국은 온실가스 다배출국 하나로, 글로벌 기후 정책에서 중추 역할을 해왔다. 그렇기에 미국이 파리기후협정에 함께 한다는 것은 의미가 남달랐다. 그러나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재가입했지만, 이번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재탈퇴가 수면 위로 다시 올랐다.
콜론은 "트럼프 새 행정부가 들어선 첫날 혹은 며칠 내 파리기후협정 탈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중요한 것은 이번 탈퇴를 단순히 '미국이 떠난다'는 관점으로만 보지 않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협정은 미국만의 것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참여하고 지지한다"며 "실제 다른 국가들은 협정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
콜론이 성과를 냈다는 부분 중 하나는 지구 온도 상승폭 억제다. 파리기후협정이 체결되기 전에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폭이 4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협정 이후 약 2.7도로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부분에서 미국의 탈퇴를 바라봐야 한다"며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는 기후변화를 정치적 싸움의 도구로 전락시켰고, 국제사회가 미국을 신뢰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파리기후협정으로 인해 '손실과 피해 기금'과 '녹색기후기금' 등이 이뤄졌다고 평가하면서 "이런 노력들을 계속 지원해야 한다. 미국은 4년 동안 진전을 보였다가 후퇴하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을 것으로 봤다. 콜론은 "미국이 협정을 탈퇴하면서 유럽연합(EU)이나 브라질 같은 국가들이 기후 리더십을 더욱 강화할 기회가 생겼다"며 "브라질은 올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회의에서 중요한 리더십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올해 11월 열리는 COP30은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다.
아울러 중국의 역할론도 강조했다. 콜론은 "중국은 기후 금융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일부 분야에서는 큰 진전을 이뤘다"며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 역할을 어느 정도 대체할지에 대한 부분도 흥미롭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 이후 또 다른 정부에서는 파리기후협정을 다시 가입할 수 있지만, 신뢰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 미국 내 주(州) 차원의 노력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후동맹(US Climate Alliance)'과 '아메리카즈 올인(America’s All In)'의 역할을 강조했다.
미국 기후 동맹은 24개 주와 지역이 함께 하는 초당적 협력체다. America’s All In은 미국 인구의 약 3분의 2, GDP의 75%를 대표하는 기관이다. 이들은 파리기후협정을 준수하고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취임식 첫날부터 WHO 탈퇴하나..."백신 회의론자, 보건부 장관 거론"
트럼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취임식 날 WHO의 탈퇴를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한 준비를 이미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로렌스 고스틴(Lawrence Gostin) 워싱턴 조지타운대학교 글로벌 보건학 교수는 "믿을만한 정보원에게 트럼프 측은 취임 첫날 또는 초기에 WHO 탈퇴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WHO 국가 및 글로벌 보건법 협력센터 소장도 겸임 중이다.
트럼프의 WHO 탈퇴 움직임은 오래됐다. 1기 행정부에서도 이미 검토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2020년 탈퇴 절차를 밟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무산됐다. 트럼프는 줄곧 WHO를 "중국의 꼭두각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WHO에 기여하는 분담금을 미국 내 보건 프로젝트에 투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업계는 미국이 WHO를 탈퇴할 경우 글로벌 보건 정책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팬데믹 대응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WHO를 비판하는 인물들로 주요 공중보건 직책을 채우고 있다. 특히 백신 회의론자로 알려진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obert F. Kennedy Jr.)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는 미국의 WHO 탈퇴가 전 세계 질병 감시 및 비상 대응 체계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스틴 교수는 "미국이 글로벌 보건에서 영향력과 리더십을 잃게 되면 그 자리는 중국이 차지할 것"이라며 "강력한 WHO 리더십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미국의 탈퇴는 WHO를 심각하게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WHO 대변인은 로이터의 답변을 거부하면서, 지난달 10일 WHO 사무총장인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의 발언을 참고하라고 전했다. 당시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미국이 WHO와 관계 전환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라진 기자 jiny3410@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