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기 기업에 기회일 수 있어
유럽 의료기기 인증 규정 강화 등은 불리한 요인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유럽연합(EU)이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정책과 결을 같이하고 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 EU와 중국 사이에 틈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의료기기 기업의 유럽 시장 점유 확대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EU 의료기기 공급업체들이 중국의 공개 입찰에 공정하게 접근할 수 없다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한다고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4월 상호주의를 보장하기 위한 국제조달규정(IPI)에 따라 해당 조사에 착수했으며 그 결과 중국이 EU 의료기기와 공급업체에 대해 여러 형태의 직간접적인 차별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로 인해 중국 전역에 걸쳐 EU 의료기기의 시장 접근이 반복적으로 저해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EU 집행위원회는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경우 시정 조치를 채택할 수 있다"며 "EU 정부 계약에 대한 중국 입찰자에 대한 제한 또는 배제를 포함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의 이런 움직임이 최근 미국에 밀착하는 EU의 정책적 경향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을 '우려국가'로 지정하고 견제하는 반면 미국의 우방국들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유럽의 견제로 주춤하는 사이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에 기대가 높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보산진)에 따르면 올해 의료기기 수출액은 전년 대비 7.4% 증가한 62억5000만달러(약 9조 906억원)를 기록한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인한 수요 저하에서 벗어나 의료기기 수요의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또한 글로벌 사회가 고령화에 접어들며 치과와 영상진단 장비의 수요 확대와 더불어 국내 제품의 기술력·가격 경쟁력이 의료기기 수출 증가를 견인할 전망이다.
대륙권 별로 살펴보면 아시아·퍼시픽이 전년 대비 13% 상승한 25억달러(약 3조 6362억원), 유럽은 전년 대비 18.6% 감소한 14억달러(약 2조 365억원), 북미는 지난해 대비 34.1% 증가한 14억달러(약 2조 365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품목 별로는 임플란트가 전년 대비 12.7% 증가한 10억달러(약 1조 4553억원), 초음파 영상진단기가 전년 대비 5.3% 증가한 8억3000만달러(약 1조 2078억원), 방사선촬영기기가 지난해 대비 9.9% 상승한 8억2000만달러(약 1조 193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인구 고령화, 만성 질환 증가, 예방적 건강 관리의 중요성 증가와 같은 이유로 임플란트, 초음파 영상진단기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럽의 경우 의료기기 규제 규정(MDR) 강화와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전체적인 의료기기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산진 관계자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탈중국 정책은 한국 의료기기 기업에 반사이익을 제공하는 동시에 중국산 의료기기와의 경쟁 속에서 품질 우위를 부각시킬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반면 유럽의 경우 의료기기 규제로 심사 기간이 장기화되고 신규 CE 인증(유럽 1등급 의료기기 인증) 획득이 어려워 시장 개척과 기존 제품의 지속 판매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물가와 원화 약세 장기화, 원자재 비용 상승, 수출 경쟁력 약화가 예상되며 이는 단기적 이익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시장 점유율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소영 기자 sylee03@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