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법 제재 대상 아니지만, 검사 결과에 따라 소급 적용될 수도"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내부통제 강화를 천명했던 IBK기업은행에서 을사년 첫 금융사고가 적발됐다. 금융회사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는 책무구조도가 본격 시행된 올해 첫 번째 금융사고로, 업계 안팎에서는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책무구조도 1호 제재 대상'의 불명예를 안게 될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지난 9일 오후, 239억5000만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 등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IBK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은 지난 2022년 6월 17일부터 2024년 11월 22일까지 서울 강동구 소재 지점들에서 부동산 담보 가치를 부풀려 더 많은 대출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부터 현장검사에 착수해, 대가성 승인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IBK기업은행의 금사고는 금융권 책무구조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 첫 번째 사고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당국은 매년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고 있는 금융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지난해 금융사 재배구조 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하고,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책무구조도 도입에 착수했다. 개정 지배구조법 시행 관련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및 제재 운영지침안을 마련했으며,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 나섰다. 이에 총 18개(금융지주 9개사, 은행 9개사) 금융사가 시범운영에 참여했으며, 이 중에는 IBK기업은행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시범운영 기간(접수일~2025년 1월 2일) 중에는 내부통제 관리의무 등이 완벽하게 수행되지 않은 경우에도 지배구조법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는 등, 조기 도입에 따른 인센티브를 적용했다. 인센티브에는 사전 컨설팅을 포함해 시범운영을 통한 위법행위 자체 적발‧시정 시 제재 감경‧면제 사항도 포함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은행검사 2국 3팀원 모두가 IBK기업은행에 총동원 돼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아직 검사가 진행 중으로 제재 여부는 결정된 것이 없지만, 당장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선 제재 대상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추후 검사 결과에 따라 일부 소급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도입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이며, 현재로서 IBK기업은행은 지배구조법상 제재 대상은 아니다"면서,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말 책무구조도를 제출했으며 사고는 책무구조도 시범기간인 11월까지 발생됐는데 추후 검사 결과에 따라 제재 일부가 소급 적용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 참여한 금융사를 대상으로 '위법행위 자체 적발‧시정 시 제재 감경‧면제'라는 인센티브를 부여한 상황이지만, IBK기업은행은 제재 여부와 관계없이 국책은행의 금융사고라는 도의적 책임에선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IBK기업은행에서 100억원 이상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2014년 '모뉴엘 대출사기' 이후 10년 만이지만, 지난 2020년에는 76억원 규모의 '셀프대출' 금융사고가 적발된 바 있다.
이후 윤종원 전 행장을 비롯해 2023년 1월 취임한 김 행장 역시 윤리경영, 내부통제 강화를 천명했으나, 매년 금융사고는 끊이질 않았다.
특히 김 행장은 취임 이후 약 2년동안 내부통제 강화를 천명하고 있으나, 결과는 아직 미진할 뿐이다. 2024년 3분기 누적 금융사고는 모두 7건(△사적금전대차 4건 △배임·도난피탈·금융질서 문란행위 각각 1건)으로 2023년 동기의 4건과 비교하면 약 두 배 가까이 상승했으며 이는 2023년 한 해 동안 발생한 금융사고 규모(5건)를 넘어섰다.
김 행장은 지난 2023년 1월 취임사에서 "철저한 내부통제로 금융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뒤,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빈틈없는 내부통제를 통해 금융사고 없는 IBK기업은행을 실현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책무구조도 작성 및 시범운영 참여 등으로 빈틈없는 내부통제 체계 마련으로 반듯한 금융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 신년사에서는 '반듯한 금융 완전 정착'을 중점 과제로 제시하며 "금융사기 예방 등 금융소비자보호를 강화하고 책무구조도 기반의 내부통제 관리체계를 빠르게 안착시킴으로써 고객신뢰를 유지·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이며, 내부적으로도 검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며, "IBK기업은행은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여신 프로세스 개선 및 임직원 대상 사고 예방 교육을 지속 실시하는 등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sungro5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