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무역이 그룹 새 먹거리로 낙점, 인수해 10여년 동안 운영해온 프리미엄 자전거 사업이 최근 실적 부진으로 분투하고 있다.  영원무역은 자금 지원에 나선 상태다. / 사진=스캇 홈페이지 캡처.
영원무역이 그룹 새 먹거리로 낙점, 인수해 10여년 동안 운영해온 프리미엄 자전거 사업이 최근 실적 부진으로 분투하고 있다.  영원무역은 자금 지원에 나선 상태다. / 사진=스캇 홈페이지 캡처.

[한스경제=이호영 기자] 영원무역의 자전거 사업이 반등할지 주목된다. 아직까지는 경기 불황에 고물가·고금리가 지속 중인데 가격대가 높은 고급 자전거여서 회의적인 시각이 짙다.

국내 노스페이스 유통으로 잘 알려진 영원무역그룹은 10년 전 신사업으로 진출한 자전거 사업이 발목을 잡는 상황이 되고 있다.

자전거 사업 부문 '스캇'은 지난 3분기 기준 영업적자만 1000억원대를 넘어선 상태다. 주력 제품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자전거여서 팬데믹 특수도 컸지만 엔데믹 골도 깊은 모습이다.

무엇보다 돌파구에 관심이 쏠린다. 처분해야 할 스캇 재고만 5000억~53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를 뚫어주는 것은 주력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원무역은 회복세를 타기 시작한 OEM 본업 경쟁력을 높이면서 자금 수혈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최근까지 영원무역은 금전 대여와 채무 보증 등 계열사 '스캇(SCOTT SPORTS SA)' 지원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스캇에 2419억1250만원을 이율 4.6%로 대여해주기로 결정했다. 이는 스캇이 추가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도록 운영자금을 대준 것이다.

같은 날 또 영원무역은 신한은행에서 신규로 5000만 유로 약 751억1250만원(원유로 1502.25원 적용)을 차입할 수 있도록 901억3500만원 가량의 채무 보증에도 나섰다.

스캇 부채 규모는 2024년 3분기 말 8500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2022년 6941억원이던 데서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스캇코퍼레이션 부채 비율은 175.4%에 달한다.

엔데믹 후 고가 자전거 수요가 줄면서다. 스캇 자전거는 60만원대 서브 시리즈도 있긴 하지만 라인 대부분 수백만원대에서 수천만원대다. 휠 세트만 수백만원대다. 지난해 스캇의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051억원 가량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엔 특수를 누렸다. 이 기간엔 버스·전철 등 대중교통 수단 대신 자전거 수요가 급증하며 2019년 8182억원이던 매출은 2020년 1조490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섰고 2022년엔 1조3975억원으로 폭증했다.

그러다가 엔데믹 전환이 가시화한 2023년 스캇 매출은 1조2424억원으로 전년 1조3975억원 대비 1500억원 가량이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87억원으로 2022년 1765억3300만원에 비해 70%가 사라졌다. 이제 스캇은 자전거 재고 소진에 집중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최대 40% 할인에 나섰지만 3분기 기준 약 6300억원 재고가 남아 있다.

경기 불황에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면서 친환경 교통 수단으로서 자전거 수요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국내 일상형 자전거 수요는 늘고 있다. 고유가에 대중교통 요금 인상(1500원) 등이 맞물리며 합리적인 가격대 자전거를 많이 찾는 모습이다. 동종업계 삼천리자전거의 일상형 라인 ‘레스포’ 는 20만~30만원대로 지난해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6% 늘기도 했다.

고가는 또 얘기가 다르다. 지금까지도 스캇 자전거 매출 80% 가량은 유럽 지역에서 나왔다. 스캇도 전기 자전거 등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지만 가격대는 여전히 약 300만~1000만원선이다.

스캇코퍼페이션(SCOTT Corporation SA, 1958년~)은 스위스의 세계적인 고급 자전거 제조사다. 1986년 산악 자전거(MTB) 출시로 자전거 시장에 진출한 이후 자전거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유럽 이바이크 시장에서도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영원무역과의 인연은 스캇의 스키웨어 등 OEM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지속됐고 2011년엔 국내 유통 합작 법인 스캇노스코리아를 세웠다.

영원무역은 성장 지속을 위한 신사업으로서 스캇 인수에 나섰던 것이다. 2015년에 지분율 30.01%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스캇코퍼레이션 경영권을 획득했다. 앞서 2013년 이미 스캇 주식 20%를 사들인 데 이어 2015년에 지분율 50.01%로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 것이다. 투자 금액만 약 1545억원이다.

스캇의 현재 영원무역그룹 매출 비중은 27% 가량으로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약 7225억3500만원(누적 영업손실 1051억원)을 거뒀다. 같은 기간 영원무역 전체 연결 누적 매출은 2조6709억원이며, 영업이익은 3420억원이다.

◆ 영원무역 수출 비중 95%...회복세 ‘OEM', 미국 수출 높아 “예의주시”

성기학 회장의 아웃도어·스포츠 기업인 영원무역그룹은 업황 악화에도 지난해 5월 자산 규모 6조890억원 준대기업으로서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될 정도로 성장했다.

영원무역그룹은 50년(1974년 영창실업~) 연속 흑자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영원무역은 세계 최대 아웃도어 OEM 기업으로 해외 수출 비중이 95%다. 아웃도어·스포츠 의류, 신발, 백팩 등 제조 OEM이 주력인데, OEM 방식으로 의류를 수출하면서 매출 95%가 해외에서 나온다.

주요 해외 바이어로는 노스페이스·룰루레몬·파타고니아 등이 있다. 이들 제조 브랜드만 40여개다. 아웃도어와 스포츠 의류, 신발 등 제품을 수주 받아 방글라데시·베트남·엘살바도르 및 에티오피아 현지 법인 공장에서 생산, 수출한다. 노스페이스 경우 국내 내수 유통(영원아웃도어)도 영위하고 있다.

최근 들어 OEM 사업 업황이 풀리면서 자전거 사업 돌파구 역할도 감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기학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수직계열화, 자동화뿐 아니라 신규공장 설립과 함께 신사업 등 여러 투자를 바탕으로 해외 공장 생산성을 향상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영원무역은 OEM 해외 설비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5월 성기학 회장은 방글라데시·베트남·중국·엘살바도르 4개국에 이어 다섯번째 글로벌 생산 기지가 들어설 케냐를 방문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4000만 달러 한화 약 540억원을 들여 케냐 수도 나이로비 인근 '아티리버 수출가공 지대'에 의류 공장을 세우는 것이다. 올 1분기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사실 반등 추세에 접어든 OEM 사업도 스캇처럼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22년까지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급증하다가 엔데믹 전환이 시작된 2023년 OEM 매출은 4조167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000억원 가량이 줄고 이 기간 영업이익도 5598억원으로 전년 대비 761억원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2023년엔 영원무역 전체 영업이익도 6391억원으로 전년 대비 22.4% 가량이 줄었다. 전체 당기순이익은 2023년 5166억원으로 전년 대비 30.5%가 증발했다.

시장에서는 올해도 스캇 부문은 재고로 인해 여전히 흑자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영원무역은 본업인 OEM 사업 경쟁력 강화, 체질 개선 등에 주력하면서 올해 지역별 신규 수주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시애틀·스위스 베른·태국 방콕·홍콩·베트남 하노이·대만 타이페이·일본 도쿄·우즈벡 타슈켄트 등지 세계 각국 마케팅 사무소에서 신규 거래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아웃도어·스포츠 OEM 업계 한 관계자는 "업황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불확실성이 큰 상태"라며 "영원무역 등 업계는 현재 미국 수출이 가장 큰데 이 미국이 정권 이슈, 금리 변동 예측이 쉽지 않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미국은 의류 소비가 회복되고 있고 소비심리도 개선되고 있다"며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현재로선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이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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