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휠라코리아.
/ 사진=휠라코리아.

[한스경제=이호영 기자] 패션업 불황기에 골프용품 사업 아쿠쉬네트가 본업 적자에 시달려온 휠라홀딩스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침체기에 실적 성장은 물론 이와 맞물린 배당금 확대에 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식 처분 이익까지 안겨주고 있다. 

현재 휠라홀딩스는 해외 매출 비중 80%로 골프 사업이 해외 주력 사업군이다. 이 중심엔 아쿠쉬네트가 있다. 아쿠쉬네트 실적은 전사 실적의 75~80%를 이룬다.  

휠라홀딩스는 휠라와 아쿠쉬네트 두 사업이 회사를 지탱하고 있다. 최근엔 아쿠쉬네트보다 10년 앞서 인수했던 휠라 브랜드가 미국에서 영업적자 폭을 키우면서 사업을 접고 전열 재정비에 나서며 아쿠쉬네트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윤윤수 회장의 글로벌 일등 골프 기업 '아쿠쉬네트' 인수가 국내 내수 침체로 인한 극심한 패션 불황에 전사 실적을 견인하며 신의 한 수격 결정으로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10년 대계격 인수였던 셈이다.

최근에도 휠라홀딩스는 아쿠쉬네트를 통해 800억원 가량의 현금을 쥐었다. 지난달 30일 휠라홀딩스는 아쿠쉬네트홀딩스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소각 목적)에 따라 휠라홀딩스 100% 자회사 매그너스홀딩스가 보유한 아쿠쉬네트홀딩스 주식 93만5907주(기존 97만2006주), 자기 자본 대비 11.06%(기존 10.29%)를 처분한다고 정정 공시했다. 

이에 따라 매그너스홀딩스는 지난달 30일 기준 달러당 1474.10원을 적용해 829억원(기존 771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매그너스홀딩스의 아쿠쉬네트 지분율은 50.12%(기존 50.78%)가 됐다. 

휠라홀딩스는 패션업계 전반적인 불황 속 지난 3분기 실적 기준으로 아쿠쉬네트 덕분에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늘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F&F 등 연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들 모두 고전하는 가운데 이뤄낸 성과다.

휠라홀딩스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 3조4074억원, 영업이익도 누적 39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확대됐다. 당기순이익도 누적 2771억원 가량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다.  

아쿠쉬네트홀딩스 3분기 기준 매출은 2조7218억원 가량으로 휠라홀딩스 전체 매출 3조4074억원의 약 80%를 차지한다. 전체 3분기 누적 순이익 2771억원에 비해 아쿠쉬네트홀딩스 누적 순이익은 2788억원으로 전체 순이익을 이끌고 있다. 

골프공 브랜드 1위의 타이틀리스트 매출은 아쿠쉬네트 매출의 70% 이상이다. 아쿠쉬네트홀딩스가 운영하는 대표 골프 전문 브랜드는 타이틀리스트로 골프공과 골프클럽, 골프용품 등을 제조, 판매한다. 타이틀리스트는 골프공 시장 1위다. 이외 골프 관련 브랜드로 풋조이(골프화·골프 장갑)·피나클(골프공)·보키 등을 보유하고 있다.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는 인수 당시 세계 시장 점유율 50%를 웃돌았다. 휠라 브랜드로는 옷과 신발, 시계, 화장품, 골프 장비 등을 판매하고 있다. 

휠라 그룹은 미국에 근거지를 둔 아쿠쉬네트가 실적을 이끌면서 해외 매출 비중이 80% 가량이다. 휠라와 아쿠쉬네트 등 64개 종속 기업 소재지는 북미(미국·캐나다)와 남미, 아시아(중국·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 유럽(이탈리아·영국·아일랜드·독일·스위스·스페인·덴마크·네덜란드·스웨덴·룩셈부르크), 뉴질랜드·호주 등 전 세계에 걸쳐 있다.

특히 아쿠쉬네트는 매출 절반 가량이 미국에서 나온다. 휠라홀딩스 관계자는 "한국은 엔데믹 후 골프가 조금 침체돼 있고 전성기는 지났다고 보는 시각도 많지만 미국은 라운딩이나 골퍼가 계속 늘고 있다"며 "미국에서 골프는 인기 종목으로서 초고급으로 포지셔닝된 아쿠쉬네트의 타이틀리스트·풋조이 브랜드가 계속 호실적을 내며 휠라 그룹에 도움이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찌감치 휠라홀딩스는 해외 사업을 재편 중인데, 휠라 그룹 전체 이익을 견인하며 아쿠쉬네트가 사업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영업적자를 키워온 휠라 미국 사업은 구조조정하면서 아쿠쉬네트 사업 부문은 확대되는 모양새다. 최근에 아쿠쉬네트는 아직 컨설팅이 주된 목적이긴 하지만 베트남에 신규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 윤윤수 회장의 고정관념 깬 '10년 대계 인수' 거듭하며 휠라홀딩스 사업 구조 갖춰

휠라 그룹은 10년을 내다본 핵심 사업 인수로 그룹 먹거리를 마련해온 모습이다. 약 10년 단위로 휠라와 아쿠쉬네트 2개 핵심 브랜드를 인수해 현재의 사업 구조를 갖추게 됐다.

휠라는 한국지사가 글로벌 본사를 인수하는 전례 없는 인수·합병(M&A)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2005년 휠라코리아를 인수한 데 이어 2007년엔 한국 지사로서 본사 휠라 그룹을 인수한 것이다. 다시 10여년만인 2016년에 뉴욕 증시 상장과 함께 2011년에 인수한 아쿠쉬네트를 자회사로 편입하며 인수를 마무리했는데, 현재 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12억5000만 달러(현재 환율 기준 한화 1조8000억원) 가량의 인수 금액은 국내 패션업 사상 한 획을 그을 정도로 사상 최대 규모였던 데다 글로벌 브랜드에 취약한 국내 패션업계에 큰 족적을 남긴 인수였다. 

이는 오너가만이 추진할 수 있는 투자로 읽힌다. 인수 방식은 미래에셋피이에프(PEF)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산업은행·노무라 지원까지 받아가며 인수에 나섰는데 당시에도 세계 패션·투자업계 이목을 집중시킬 정도로 선풍적인 것이었다. 동시에 약 10년 후 견고한 실적을 내고 있는 현재의 휠라홀딩스를 만든 결정이었다. 

◆ 휠라, '연간 손실만 1500억원' 미주 사업 구조조정...올 1분기 해외 사업 청사진 예고

휠라홀딩스는 비전에 따라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면서 해외 사업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지난해 11월4일 휠라홀딩스는 휠라 USA 북미 사업 일부 영업을 정지했다. 이는 지속적으로 발생한 북미 법인 적자구조 해소와 현금 흐름 개선을 위한 것이었다. 적절한 시점에 시장에 재진입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해당 사업부는 2023년 기준 2879억원의 매출이 나오던 곳이다.

미주 법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인데 휠라 USA는 2022년 802억원이던 순손실은 2023년엔 1516억원으로 천억원 단위를 훌쩍 넘어섰다. 영업정지 결정을 내린 올 3분기 기준으로도 773억원 순손실을 입었다. 무엇보다 이런 미국에서의 적자는 저마진 유통 채널에 재고 처리를 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져 확대된 것이다. 

이번 영업정지는 휠라홀딩스의 글로벌 전략 '위닝 투게더' 장기 비전에 따른 것으로 읽힌다. 2022년 2월 발표한 이 전략은 100년 이상 축적해온 브랜드의 고유한 헤리티지를 활용,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스포츠 브랜드로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자리매김하기 위해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고 브랜드 가치를 재정립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휠라홀딩스는 이 비전에 따라 2026년까지 브랜드 가치 재정립과 주주환원 등에 1조원을 사용하기로 한 상태다. 

올 3월엔 지난 2022년 밝힌 휠라 그룹의 이 같은 5개년 글로벌 중장기 전략 '위닝 투게더' 비전 아래 미주 사업을 접은 휠라 브랜드의 구체적인 해외 사업 계획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휠라홀딩스 관계자는 "아쿠쉬네트 부문은 독립적으로 신사업 계획을 수립해오고 있다"며 "휠라 부문 경우 해외 사업은 구조조정에 집중됐는데 새 방향성이나 계획은 올 1분기경 더 구체적인 내용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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