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조사 대상 24% ‘멸종 위기’...십각류 가장 심각
환경오염·댐·농업 등 영향...5차 대멸종 때보다 속도 빨라
“전 지구적 생물종 손실 막기 위한 대처 시급”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전 세계 민물에 서식하는 물고기와 게, 새우, 잠자리목 곤충 등 담수 생물종 중 약 24%가 오염과 토지 이용 변화 등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기후변화와 오염 등의 영향으로 생물다양성이 위협받고 있지만, 담수 생태계에 사는 동물들의 멸종 위험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는 부족한 상태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생물종의 손실을 막기 위한 대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캐서린 세이어 연구원이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9일(현지시간)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게재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IUCN 멸종위기종 적색 목록에 등재된 담수 동물 2만3496종에 대한 멸종 위험 평가에서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지구에 있는 물은 대부분 바다에 있다. 하천이나 호수, 지하수, 빙하 등에 있는 담수는 지구 표면의 1% 미만을 차지해 비중은 미미하지만, 육지에 사는 생물들에게는 중요하다. 생명 활동을 유지하려면 물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담수는 전 세계 수십억 인구의 식수나 산업용수 등으로 쓰이며, 단백질 섭취를 민물고기에 의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 등으로 담수 생물을 포함한 생물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다. IUCN은 생물종의 멸종 위험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멸종위기종 ‘적색 목록’을 만들고 관리한다. 조류나 양서류, 포유류 평가는 20년 이상 반복적으로 진행됐고, 최근 파충류에 대한 평가도 완료됐다. 그러나 담수 생태계를 이루는 동물종의 멸종 위험 평가는 부족했다.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생물다양성, 물, 식량, 건강 간 상호연계에 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생물다양성 파괴로 해마다 10~25조달러(약 1경4000조원~3경6000조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에 달한다.
IPBES의 과학자들은 생물다양성이 10년마다 2~6% 속도로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식량 안보와 기후 회복력을 뒷받침하는 생태계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캐서린 세이어는 “담수 생태계는 수많은 생물을 품고 있는 생물 다양성의 중심지”라며 “담수 동물들은 흔히 더 눈에 띄는 포유류나 조류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지만, 환경적·경제적·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이어는 이어 “담수 생태계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지구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가치와 경제적으로 제공하는 가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전 세계 담수에 사는 2만3496종의 어류·십각류·잠자리·연체동물 등을 조사해 멸종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십각류는 게, 가재, 새우처럼 다리가 10개인 갑각류를 뜻한다.
평가 결과, 전체 조사 대상 종의 약 24%가 멸종위기 종으로 분류됐다. 분류군별로 보면 십각류의 멸종위기 종 비율이 30%로 가장 높았고, 민물고기가 26%, 잠자리목 곤충이 16%로 뒤를 이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담수 동물의 멸종 위험 비율은 전체 종 가운데 23%가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추정되는 네발 동물(tetrapods)보다 더 높은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1년 독일 기센대 연구팀은 6600만 년 전 공룡을 포함한 지구 생물 76%를 멸종시킨 5차 대멸종보다 빠른 속도로 담수 생태계의 생물 다양성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기센대 연구팀은 2120년경 민물 생물종의 3분의 1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또한 담수 생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원인도 분석했다. 조사 대상 종의 54%가 쓰레기 등 오염에 노출됐고, 39%는 댐 건설과 물 추출, 37%는 농업을 위한 토지 사용이 위협 요소로 지목됐다. 28%는 외래종과 질병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1970년부터 2015년 사이 늪지대, 연못 등과 같은 습지의 약 35%가 사라졌는데, 이는 산림 감소 속도의 3배에 달한다.
지형별로 분류한 결과 담수 멸종위기 종의 71%가 강에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석회동굴처럼 석회암이 많은 지하수나 빗물에 녹아 만들어진 지형을 총칭하는 카르스트 지역에서는 기존 예측보다 더 많은 담수 동물이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연구팀은 전 세계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담수 동물이 가장 많이 분포한 지역으로 ▲아프리카의 빅토리아호 ▲남아메리카의 티티카카호 ▲서인도 지역 ▲스리랑카 등 4곳을 꼽았다.
빅토리아호는 표면적 기준으로 세계에서 2번째로 큰 담수호로, 케냐·탄자니아·우간다와 접해 있다. 이 지역 생물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오염 ▲남획 ▲농업 ▲외래종이다.
티티카카호는 안데스산맥에 위치해 있고,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에 걸쳐 있다. 이 호수도 빅토리아호와 비슷한 위협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호수 모두 풍부한 어류 다양성을 자랑한다.
IUCN은 이번 조사에서 담수에 사는 모든 동물종을 파악하지는 못했다. 연구팀은 “세계 담수 생물 다양성의 현황과 분포에 대한 그림을 크게 개선하긴 했으나 조사 범위를 더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생물다양성 분포가 생물학적·비생물학적 요인 사이 복잡한 상호작용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수질과 부영양화 등 비생물학적 요인에만 의존하는 생태계 보전 전략은 재평가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북애리조나대학의 담수 보존학자이자 IUCN 종 보존위원회 위원이면서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이안 해리슨은 “담수 생물종 감소를 막기 위해 생태계 보존에 즉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인간의 물 수요라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생태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통합적인 물 관리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의 가장 큰 가치는 보존 문제가 시급하고, 심각한 강 유역이나 호수를 밝혀냈다는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보호 대책과 비교해 보존 공백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다. 또 이 연구는 우리의 노력으로 위협이 감소하고 있는지 평가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도 “전 지구적인 생물종 손실을 막기 위해 시급히 대처해야 한다”며 “정기적인 국가 차원의 재평가를 통해 담수 동물의 적색 목록을 진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신연수 기자 yshi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