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군사적 강압 수단 배제 안해”...파나마 “운하 주권은 협상대상 아냐” 일축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파나마운하 운영권에 대한 야욕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중국 견제와 높은 통항료를 문제 삼으며 군사력 개입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에 파나마 정부는 운하 주권이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며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나마운하는 미국 경제와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국의 중요한 국가자산으로 간주된다”며 “파나마운하가 잘못된 손에 넘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파나마는 중국이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는 파나마운하를 파나마에 넘긴 것이지 중국에 준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 선물을 남용하고 있다”고 중국을 겨낭했다.
파나마운하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핵심 운송로로, 매년 세계 해상 물동량의 5%를 담당한다. 그중 미국 화물이 파나마운하의 전체 물동량 중 75%를 차지하는 만큼 미국 물류의 핵심 동맥으로도 평가된다.
파나마운하는 지난 1914년 미국 주도로 완공된 이후 1977년까지 미국이 관리했다. 지미 카터 행정부 당시 오마르 토리호스 파나마 대통령과 파나마운하 관리권을 파나마 정부에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하는 ‘토리호스-카터 조약’(1977년)을 체결하며 1999년 12월 31일 정오를 기점으로 운하 통제권은 파나마에 넘겨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파나마운하 운영권 회수를 주장하는 배경으로 미국이 앞마당으로 여기는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파나마운하를 두 번째로 많이 이용하는 국가로, 중남미 국가들의 주요 인프라 투자국이기도 하다. 현재 홍콩 대기업인 CK허치슨홀딩스는 파나마운하 인근 주요 항만 5곳 중 운하 입구에 있는 2곳을 운영하고 있다.
파나마 대통령은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즉각 반박하며 파나마운하의 주권을 공고히 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중국의 간섭은 전혀 없다”며 “중국은 운하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다리를 건설하는데 자금을 지원했지만 운하를 소유하거나 통제하지 않으며 중국의 군사 개입 증거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파나마운하의 영토 주권은 타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파나마운하와 인접지역의 모든 지역은 1㎥까지 파나마에 속해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나마 대통령의 공개 연설 직후 트럼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건 두고 봐야 한다”며 미국 성조기가 걸린 파나마운하 사진과 ‘미국 운하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를 장악하기 위해 군사력이나 경제적 강압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 없다. 둘 중 어느 것도 확신시켜줄 수 없다. 경제 안보를 위해 이들 지역이 필요하다”고 답하며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하비에르 마르티네즈 아차 파나마 외교부 장관은 “운하의 주권은 협상 대상이 아니며 우리 투쟁의 역사이자 돌이킬 수 없는 파나마의 일부”라며 “운하를 통제하는 유일한 손은 파나마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기후변화로 상승한 파나마운하 통항료...트럼프, “터무니없는 요금”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파나마가 미국 함선과 상선, 기업 등에 부과하는 통항료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파나마 정부가 미국 해군과 상선에 부과하는 운하 사용료는 터무니없이 비싸다”며 “미국의 ‘관대한’ 양도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파나마운하를 완전하고 신속하며 조건없이 미국으로 반환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파나마가 운하 수리를 위해 30억달러를 요청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한해 동안 파나마운하 통항료는 상승했지만,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운하 수위 저하 때문이었다.
파나마는 2023년부터 이어진 극심한 가뭄으로 운하 수위가 낮아지면서 일일 통항 선박 수를 제한했다. 과거 파나마운하에는 일일 평균 36척의 선박이 통항했지만 지난해 2월에는 18척으로 통항 선박 수가 제한됐다. 파나마운하청(ACP)에 따르면, 2024년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기준 파나마운하를 통과한 선박 척수는 9936척으로, 전년 1만4080척에 비해 29.4%가 급감했다.
그러나 통항 선박 제한 정책으로 파나마운하 인근에 선박 혼잡도가 증가하자 통항료 또한 인상됐다. ACP에 따르면, 파나마운하의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매출액은 전년비 9.5% 증가한 34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통항 선박 수가 30% 가까이 줄었음에도 높은 통항료에 매출이 늘어난 것이다.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요금은 변덕스러운 것이 아니다”라며 “시장상황, 국제경쟁, 운영비, 대서양 항로의 유지관리, 현대화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리카우르테 바스케스 모랄레스 ACP 청장은 운하 개선을 위해 미국에 자금을 요청한 적은 없으며 트럼프가 언급하는 돈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김우정 기자 yuting4030@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