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후변화·순환경제 지표, 소폭 개선...일부, 정보 공개 '미흡'
女임원 선임 늘어, 이사회의 독립성·전문성은 물음표
"정보 공개, 홍보 차원 그치면 안돼"
사진=쳇GPT 이미지 생성.
사진=쳇GPT 이미지 생성.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국내 시총 250대 기업의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지표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게 좋아지는 일부 항목도 존재했지만, 정보 공개를 하지 않는 기업들도 확인됐다. 국내 ESG 공시 의무화는 연기됐지만,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는 만큼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ESG행복경제연구소가 공개한 국내 시총 250대 기업(2023년 12월 말 기준)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까지 보고서를 공시한 곳은 201곳(코스피 176곳·코스닥 25곳)이다. 공시율은 전년 200대 기업 공시율(83%)보다 하락한 80.4%로 집계됐다. 

국내 시총 250대 기업(2023년 12월 말 기준) 주요 환경지표 현황. / 표=ESG행복경제연구소.
국내 시총 250대 기업(2023년 12월 말 기준) 주요 환경지표 현황. / 표=ESG행복경제연구소.

◆ 환경지표 전반 소폭 개선, 장애인은 여전히 의무 고용률 '미달'

기업들은 ESG 경영을 위한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공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환경 부문에서는 기후변화와 순환경제 대응을, 사회 부문에서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과 관련된 지표를, 거버넌스 부문에서는 지배구조의 적정성 지표 등을 공개했다. 

보고서에 공시된 환경 정보는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사용량 ▲미세먼지 배출량 ▲용수 재활용률 ▲폐기물 재활용률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산업분류, 사업특성, 생산규모, 지역별 등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전체 기업평균 집약도(매출액 1억원 기준)는 2023년 대비 0.6톤(이산화탄소환산톤) 저감됐다. 미세먼지 배출량은  0.00021PM톤 증가했다. 에너지 사용량은 2023년 대비 0.61TOE(석유환산톤)이 감축된 것으로 파악됐다. 수치는 스코프3(가치사슬 전반)와 해외 사업장에서 배출되고 사용되는 총량은 제외됐다. 

순환경제의 경우 용수 재활용률은 평균 22.28%, 폐기물 재활용률 평균 73.53%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대비 0.72%p와 2.56%p가 각각 개선되는 자원절감 효과를 나타냈다. 

기업들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효율 및 전환 등의 목표를 수립하고 구체적인 실천 및 성과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공개했다. 연구소는 "정보는 공개했지만 자가진단(업종 및 타사비교)에 대한 가시적 정보가 부족하다"며 "일부기업들은 환경정보 공개에 미온적"이라고 전했다. 

국내 시총 250대 기업(2023년 12월 말 기준) 주요 사회 지표 현황. / 표=ESG행복경제연구소.
국내 시총 250대 기업(2023년 12월 말 기준) 주요 사회 지표 현황. / 표=ESG행복경제연구소.

아울러 최근 사회적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중요시되는 'DE&I' 가치의 실현을 위한 기업들의 관심과 노력이 커지는 추세다. 그러나 정량적으로 나타난 지표별 개선효과는 부진하다. 2023년과 비교했을 때 ▲직원평균 근속연수(0.1년↑) ▲여성 직원구성비율(0.5%p↑) ▲비정규직 비율(7.4%↓) 등은 개선됐다.

반면 장애인 고용률(1.85%)도 다소 개선된 모습이지만, 법정 의무 고용률인 3.1%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또는 사회 환원의 척도로 평가받는 기부금 비중은 매출액 대비 0.1% 수준에 머물러 있다. 

거버넌스 부문 역시 일부 항목은 전년보다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운영의 적정성과 관련해 2023년 대비 ▲여성등기 임원수(0.4명↑) ▲최대주주 지분률(2.2%p↓) ▲등기임원 보수적정성(1.2배↓) 등으로 좋아졌다. 

연구소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의무공시 대상기업의 단계적 확대와 ESG 경영의 확산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했다. 공시의무 대상이 2019년부터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2022년 자산규모 1조원 이상, 2024년 자산규모 50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됐고, 2026년에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될 예정이다.

반면 2023년 대비 개선되지 않은 항목은 ▲사외이사 비율(0.3%p↓) ▲지배구조 핵심지표 미준수(0.4건↑) 등으로, 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은 숙제로 남아있다. 

국내 시총 250대 기업(2023년 12월 말 기준) 주요 거버넌스 지표 현황. / 표=ESG행복경제연구소.
국내 시총 250대 기업(2023년 12월 말 기준) 주요 거버넌스 지표 현황. / 표=ESG행복경제연구소.

◆ "정보공시, 단순 홍보 목적 안돼...경쟁력·성장의 전략 선택 궤 같이 해야"

연구소는 정보 공시가 단순히 기업 홍보나 규제 대응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며 보고서 작성이 조직 문화와 경영과 연계될 수 있는 '내재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SG 경영의 본격화는 지속가능성의 정보공개에서 비롯된다. 글로벌 ESG 공시 표준화 및 의무화 추세에 발맞춰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주객전도가 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연구소는 "전사적 전략으로 통합 관리하는 투명한 지속가능성 공시를 통해 국제적 정합성을 높여나가야 한다"며 "이런 맥락에서 지속가능성은 기업의 경쟁력과 성장의 전략적 선택과 궤를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다수 기업들이 ESG를 특정 부서에 한해 진행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ESG경영은 특정 부서가 주도해 이끌어야 하지만, 특정 부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칫 그린워싱(환경위장주의)이나 자율규제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아울러 ESG를 이끌어야 할 ESG위원회가 실질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이라고 봤다. 보고서의 전체적 흐름이 산출적 차원에서 사회적 책임성과 홍보성 영향이 크지만 ESG 관점에서는 다양한 투입 자본에 대한 사회적 가치창출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기업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ESG 관리체계의 고도화를 통해 다양한 ESG 데이터와 정보를 양적·질적으로 축적해야 한다"며 "ESG 정보공시기능을 내재화해 ESG 경영활동에 대해 자기규율적인 최종 결과물이 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늦춰진 공시 의무화..."3개년 실적 공개 필요"

보고서 작성 측면에서는 통일성을 재차 강조했다. 우선 기업들의 보고서 명칭은 제각각 달랐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라는 명칭을 가장 많이 사용했지만 ESG 보고서와 통합 보고서, CSR⸱사회공헌보고서 등으로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장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ESG 보고서는 투자자나 투자평가사가 대상"이라며 "보고서 제목을 선택하는 데 있어 지향점이 달라야 하지만 그러지 않은 곳들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 기준의 경우 기업들은 대표적인 국제 기준 4가지 중 취사 선택해 활용하고 있다. 연구소는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CFD) 권고안에 기반한 보고서를 작성하되, 기후변화의 중요한 위험과 기회가 미치는 재무적 영향을 단기, 중기, 장기 등 기간별로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활용한 기후적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치한 소장은 "글로벌 공시기준 다양해 서로 다른 기준과 지표를 사용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상호운용성 강화를 통해 서로 융화하고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며 수렴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ESG 정보 공시에 대해 기업의 재무성과를 비롯해 ESG 영역별 주요 비재무성과에 대한 비교가능성을 위해 최근 3개년 실적(비교가능성)의 공개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 세계적으로 ESG 공시 표준화를 토대로 의무화하는 추세인 반면 국내 공시 의무화가 연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대응 준비 기간이 촉박해 적응지체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비교 가능한 3개년 실적의 공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 소장은 "ESG 공시의 글로벌 기준선으로 빌딩블록접근(building block approach) 기반과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의 범위가 넓다"며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참조하는 IFRS재단의 ISSB 공시기준을 중심으로 국내외 공시 의무화에 적극적인 수준에서 대응과 적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봤다. 

특히 중대성 평가를 통한 주제 도출과 전략적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차원에서도 이해관계자 관점의 이중 중대성 평가로 수립된 전략화 과제에 대한 핵심활동이 보고서의 구성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있어 주주와 이해관계자간의 균형을 강조했다. 그는 "주주환원율을 비중 있게 다루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이해관계자의 자본주의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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