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재계, 제주항공 참사 애도...'새해 전략 추진‘ 제동
경제단체 신년인사회와 기업 신년회도 차분하게 진행
새해 “기업쇄신 위한 끊임 없는 변화와 혁신” 강조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각사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각사

[한스경제=김태형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수출경기 악화, 대통령 탄핵 등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을사년 새해를 맞는 대기업들의 경제 전망은 어둡다. 

미국의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등 복합위기 속에 새해를 맞은 경제·산업계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비상계엄 후폭풍과 제주항공 참사 등 악재가 겹치면서 기업쇄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해 전략 추진은 일단 정지된 분위기다. 

특히 원‧달러 환율 급등, 내수부진, 수출 증가세 하락, 트럼프 정부와 경제 협상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시급하지만 어지러운 국내 상황에 차분한 연말연시를 보내며 주요 그룹의 추진 전략은 국내외 상황에 따라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작년 업황 부진에도 견조한 실적을 기록하며 긍정적 평가를 받은 주요 그룹 총수들의 공통된 새해 메시지는 "도전적 목표 수립과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기존 틀을 깨고 새로운 변화와 혁신"에 방점이 찍혔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에 이어 새해 사업 전략을 구상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도 마무리했다. 이에 1월 7일부터 10일 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 참가도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연말부터 대외활동 없이 새해 사업 전략 구상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진행되는 부당합병 의혹 사건 2심 재판도 준비하며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분야 새해 전략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분야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경쟁사에 밀리면서 위기론이 대두됐지만 대대적인 정기인사와 조직개편으로 기업쇄신에 나서며 경쟁력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삼성은 작년 12월 초 한종희·전영현 부회장 공동명의 창립기념사를 통해 변화와 쇄신에 중점을 두고 "변화 없이는 아무런 혁신도 성장도 만들 수 없다.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과 편리한 삶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세상에 없는 기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미래 차별화 경쟁력의 원천으로 만들자"고 강조한 바 있다. 

SK그룹도 지난해 초부터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을 추진하며 운영 효율화를 위해 바쁘게 달려왔다. 최태원 회장도 그룹 총수로서 대외적 연말 일정을 진행하지 않고 신년 사업 구상에 몰두했다. 다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직하고 있어 이에 따른 연례 업무는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 초 미국에서 열리는 ‘CES 2025’에도 참석한다. CES 2025에서는 최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만남이 성사될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의 주요 계열사인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3세대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어 두 사람의 만남을 계기로 양사의 협력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일 그룹 전체 구성원에 보내는 새해 신년사에서 “지금 우리에게는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 ‘지난이행(知難而行)’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시도와 혁신은 언제나 어렵다”며 “저부터 솔선수범하며 용기를 내어 달릴 것이니 함께 나아가자”고 덧붙였다.

또 다가올 미래에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본원적 경쟁력’의 확보를 꼽았다. 본원적 경쟁력은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본질적으로 보유한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쟁력이다.

최 회장은 “본원적 경쟁력의 확보를 위해 운영개선(O/I, Operation Improvement)의 빠른 추진을 통한 경영의 내실 강화가 필요하다”며 "운영개선이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경영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접목해야 하는 ‘경영의 기본기’로 자리잡아야 하며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모든 경영의 요소들이 그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최 회장이 작년 12월 29일 발표한 새해 신년사에서는 옛것을 뜯어고치고 새롭게 바꾼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혁고정신'을 들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촉구했다. 이어 "단순한 비용절감과 효율성 개선에서 더 나아가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장기 전략을 수립·실행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래 첨단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광모 LG 회장도 특별한 연말 일정 없이 대외 환경 대응 방안과 신사업 가속화를 위한 전략 마련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달 12일 구 회장은 사장단 협의회를 주재하고 미래 성장 사업과 관련해 '빠른 실행력'을 주문했다.

구 회장은 주요 기업 중 가장 빨리 지난달 19일 전세계 임직원에게 이메일로 보낸 신년사 영상을 통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전에 없던 가치를 만든 순간이 지금의 LG가 되었듯 혁신의 기반 위에 LG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세우자"고 강조했다. 또 '도전'과 '변화'를 키워드로 새해 조직을 재정비할 것임을 예고했다.

구 회장은 "LG의 창업정신에는 도전과 변화의 DNA가 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미래 소비자에게 꼭 필요하고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철학을 내비쳤다. 이어 "차별화된 가치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으며 익숙한 방식을 벗어나야 하는 어려움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조용히 새해 사업 전략 논의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자동차그룹 1월 3일 예정된 신년회를 1월 6일로 미루기로 했다. 신년회는 그룹의 새해 경영방침과 목표 등을 임직원들에게 공유하는 자리로 2019년 이후 매년 정의선 회장이 직접 참석해 발표해 왔다. 정 회장은 새해 신년사에서 '끊임없는 변화를 통한 꾸준한 발전'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가 애도 기간 등을 고려해 신년회 날짜를 변경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기차 전용공장인 기아 광명 이보플랜트에서 작년에는 남양연구소에서 신년회를 개최했고 모두 정 회장이 참석해 임직원에게 새해 메시지를 전달했었다.

지난해 ‘유동성 위기설’로 힘든 한해를 보낸 롯데그룹은 심화되는 경영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영을 선포한 이후 사업경쟁력과 경영효율성 강화에 집중했다. 롯데월드타워를 은행 담보로 내는 등 유동성 개선에 나섰다. 

또 지난 연말 고강도 인적쇄신 인사를 통해 신유열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3세 경영 체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 회장은 이와 함께 연말 정기 임원인사 체제에서 수시 임원인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성과 기반 적시·수시 임원 영입과 교체를 통해 경영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롯데는 식품, 화학, 유통, 관광 등 사업 범위가 넓어 그에 맞는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월 중순에는 사장단 회의로 불리는 VCM에서 새해 사업계획과 중장기 전략을 구체화하고 주력사업의 부진 타개와 지속 성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빈 회장은 작년 신년사에서 '변화'라는 단어를 11차례나 언급했으며 최근 비상 경영에 앞선 사장단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새해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형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