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 건설사 부도에···국내 10대 건설사 중 7곳 CEO 교체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2024년 부동산·건설업계의 키워드는 단연 '산 넘어 산'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과 비(非)수도권 간 양극화 현상과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아파트)', '영끌족'(대출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매수), '로또청약' 등이 시장을 좌지우지해왔다.
건설업계는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급등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국내 주요 건설업계는 해외로 눈길을 돌려 나름의 성과를 올렸다. 반면 국내 아파트 분양의 의존도가 컸던 중소건설사들은 철퇴를 피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1월10일 첫 부동산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주택 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1·10 부동산 대책)은 공공주택 14만호 공급,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 신규 공공택지 2만호 추가 확보 등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정책에도 집값은 오히려 급등하며 공급부족 우려를 낳았다.
특례보금자리론에 이어 신생아특례대출이 1월 말부터 시행됐고, 거래시장 정상화 유도에 의해 금융 정책 완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하반기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다. 그러자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 가격은 연일 상한가를 갈아치웠다.
이에 금융 당국은 조기 대응 차원에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를 시행과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 및 디딤돌 대출 개편 등 후속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소통이 부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화와 추가적인 공급을 위해 8월8일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8·8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8·8 부동산 대책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촉진법(특례법) 제정으로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정비사업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용적률 상향 및 각종 세제·금융 지원안이 포함됐다.
그럼에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집값은 도무지 잡히지 않게 됐고, 정부는 결국 대출규제라는 칼을 꺼내들었다. 각종 규제를 통해 급한불은 껐지만 장기적인 공급 대책을 위해 개선방안을 추가로 발표했다.
올해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다. 8·8 부동산 대책 후속조치로 11월5일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5만호 주택공급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는 2012년 이명박 정부 이후 12년 만인데, 정부는 오는 2026년 상반기까지 경기 의정부시, 고양 대곡, 서울 서초구 등 지역에 공공주택지구를 지정하고, 2029년 분양한 뒤 2031년 입주할 계획이라고 국토교통부는 설명했다.
올해 부동산의 뜨거운 감자는 얼죽신이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낳는 '황금알'로 불려 청약광풍을 일으켰다. 동시에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양극화 현상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
올해 10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경쟁률이 1025.71대 1을 기록했고,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도 667.26대 1로 높았다. 또 1순위 청약에 10만명 가까이 몰린 '래미안 원펜타스'(경쟁률 527.33대 1)에는 84점 만점 통장이 3개나 나오는 등 올해 청약시장을 이끈 곳은 단연 '강남'이었다.
반면 지방의 경우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 한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거나, 미달 사태를 빚은 경우도 허다했다. 정부도 부동산 양극화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건설업계도 다소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건설사 부도 건수 최대치, 국내 10개사 최고경영자(CEO) 역대급 물갈이 등 매서운 한파에 시달렸다.
25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들어 12월(24일 기준)까지 부도를 신고한 국내 건설업체 수는 총 30곳. 이는 지난해(21곳)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이달 집계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기준 2019년(49곳)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건설경기 불황은 1군 대형 건설사들도 피하지 못했다. 업황 악화와 원가 급증 영향으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사 중 대부분의 올해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하는 등 실적 성적표는 참담했다. 상황이 이렇자 10개사 중 7개사(△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는 새 수장을 CEO 자리에 앉히고 조직 개편에 나섰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홍현성 대표 후임으로 주우정 부사장(기아자동차 재경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내정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그룹 내 재무전문가 정경구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하면서 사장 승진 발령했다. 약 4년 만에 수장을 교체한 현대건설은 1970년생인 이한우 신임 대표 체제로 세대교체에 나섰다.
대우건설은 김보현 신임 대표이사 선임과 함께 조직 슬림화와 세대교체를 통해 책임경영 강화에 나섰다.
이밖에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 대형건설사들이 잇따라 수장을 교체했다. 대부분 업계 불황으로 인한 실적 악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2월 전중선 대표를 선임했으며, SK에코플랜트는 7월 김형근 대표를 선임했다.
부진한 성적에도 올해 10대 건설사 모두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1조원 이상을 달성하며 체면을 세웠다. 건설경기 불황 속에서도 사업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에 나선 건설업계의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각 건설사가 선별 수주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초 국내 건설사들이 연이어 대형 해외 공사 수주에 성공하면서 연간 목표액인 400억달러(58조360억원) 달성에 성공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국제 정세 불안과 공사비 급등 등으로 인해 신규 수주·발주 급감하면서 목표 달성이 사실상 무산됐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인한 대외 신뢰도 하락이 뼈아팠다.
문제는 현 시국이 장기화되면서 내년 해외 수주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해외 건설 진단과 수주 전략' 보고서를 통해 "사업 수주는 한 국가가 보유한 경쟁력이 해외 건설시장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을 때 가능하다"며 "'국가 신인도'는 해외 수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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