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과학적 검토, 韓 소송‧재판뿐
건약 “사실 검토부터 다시 해야” 반발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과학적 분야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법원이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케이주(인보사)’의 성분 조작 의혹과 관련해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이례적으로 소송의 의미를 되물었다. 동일한 문제를 두고 사뭇 달랐던 한국과 미국의 대응을 언급한 것이다.
인보사는 성분 조작 의혹으로 국내에서 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지만 미국에서는 임상 3상 투약까지 마무리하며 식품의약국(FDA) 허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인보사 성분 조작 의혹에 관여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에게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지난 2020년 기소 이후 약 4년 10개월 만이다.
인보사는 코오롱티슈진이 연구개발한 골관절염 치료제로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형질전환 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됐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 2017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인보사 2액을 허가받은 연골세포 대신 신장유래세포 성분으로 제조·판매해 160억원의 매출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하지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인보사 2액 세포 성분 착오에 관한 코오롱생명과학과 피고인들의 인식 시점은 제조·판매보다 늦은 2019년 3월30일 이후”라며 “코오롱 담당자들이 2액 세포의 기원의 착오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미국 사례와 비교하고 우회적으로 한국 규제기관을 비판했다.
인보사는 지난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획득했지만 지난 2019년 미국 임상 도중 주요 성분 중 착오가 확인돼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이후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가 부당하다는 취지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고 마지막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당시 미국에서는 임상이 보류됐지만 소명 절차를 통해 ‘TG-C’라는 이름으로 1년 만인 지난 2020년부터 미국 임상 3상 시험이 재개됐다. 결국 지난 2006년 미국 내 임상 1상에 착수한 지 18년 만인 지난 7월 미국에서 임상 3상 투약을 마무리했다. 이후 2년간 치료 경과 등 추적관찰이 진행되며 이 기간 FDA 품목허가를 위한 준비도 병행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FDA는 인보사 성분 착오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안전성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과학적 관점에서 차분히 검토한 이후 문제가 해소됐다고 보고 임상을 개시하도록 승인했다”며 “반면 한국은 인보사 허가를 취소한 후 이를 다투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고 주요 임직원들에 대한 소추가 진행돼 수년간 형사 재판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성 문제는 한국에서 아직 논란이지만 더 엄격하다고 알려진 미국에서는 안전성 우려가 없다고 봤다”며 “이 사건의 최종적 판단이 1심 법원 판단의 판단과 동일하다면 수년간 이어진 소송의 의미는 과연 무엇이었는지, 과학적 분야의 사법적 통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판결에 대해 약사단체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는 논평을 통해 “인보사 대국민 사기 사건에 미국 사례를 거론한 판사는 사실 검토부터 다시 해야한다”고 반발했다.
건약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라면 시험과정에서 대상자(환자)를 보호 가능한 범위에서 여러 변경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허가승인을 받은 약이 알고 봤더니 회사가 허가제출과정에서 위조된 문서를 낸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미국 FDA에 위조된 자료를 제출한 기업이 있었다면 고발 조치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게다가 허위 자료로 허가된 약을 투여받은 환자들은 집단소송을 벌여 회사는 파산 수준의 피해보상을 해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특히 건약은 “명백하게 다른 사안에 대해 재판부가 미국을 비교해 소송의 의미를 되묻는 것은 모자란 의문 제기”라며 “인보사 사건에 대한 식약처의 고발은 과학분야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아니라 사회 신뢰 시스템을 이용한 기업의 행태에 대한 철퇴로 봐야 한다. 제약기업이 허위의 허가자료를 제출함으로써, 보건당국과 주주, 환자들이 모두 피해를 입은 한국 의약품 규제의 허술함을 낱낱이 보여준 사건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사실 국내에서 허가취소된 치료제가 미국에서는 안전성을 인정받고 임상 3상 투약까지 마무리됐다는 것은 상당히 모순적인 상황”이라며 “앞으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대법원 판단만 남은 행정소송에 일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김동주 기자 ed3010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