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주요 기업 내년 사업계획회의 열고 위기극복 위한 논의
경제 불확실성 예의주시...자금조달은 예정대로 진행
한미 재계회의서 한미 기술동맹 강화, 경제안보 공급망 협력 강조
경기침체와 글로벌 불확실성 장기화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탄핵정국이라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재계도 비상이 걸렸다./사진=연합뉴스
경기침체와 글로벌 불확실성 장기화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탄핵정국이라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재계도 비상이 걸렸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태형 기자] 경기침체와 글로벌 불확실성 장기화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탄핵정국이라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재계도 비상이 걸렸다. 재계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져올 경제적 위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내년 사업 점검 회의 등을 개최하고 대응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데다 최근 비상계엄 여파로 환율까지 치솟는 등 경영 환경이 '안갯속'에 빠진 만큼 위기를 타개할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이달 초 1400원 아래였던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9일 1430원을 돌파하면서 미국 내 투자를 늘린 기업들은 비용 부담이 커졌다. 내년 투자 계획을 재조정하거나 경영계획의 수립을 미루는 기업들도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최근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하고 내년 사업·투자계획과 자금 조달방안 등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고 내년도 경영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최근 위기에 직면한 삼성전자의 근원적 경쟁력 회복 방안을 논의하고 내년 사업 목표를 공유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국내외 임원급이 모여 사업 부문·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회의다. 이번 회의에서는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각각 회의를 주재한다. 

SK그룹도 지난 5일 연말 인사를 단행하고 연초부터 추진해온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구조조정)과 운영 개선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경쟁력 강화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다음 주 해외 권역본부장회의를 열어 글로벌을 비롯한 권역별 사업계획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반기 한 차례씩 미주와 유럽, 인도 등 해외 권역 본부장들을 국내로 불러 회의를 개최하는데 이번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핵심 경영진들이 모두 참여해 국내 상황과 환율, 해외 정책 등이 그룹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LG그룹은 분기에 1번씩 사장단 협의회를 진행하는데 구광모 LG그룹 회장 주재로 조만간 회의를 열고 차별화된 미래사업 역량 확보와 성장기반 구축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구 회장은 앞서 지난 9월 사장단 워크숍에서 "기존 해오던 방식을 넘어 최고 최초의 도전적 목표를 세워 LG의 미래에 기록될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 포스코와 한화, HD현대 등의 기업들도 고환율 등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그룹의 주력인 철강과 조선, 석유화학 분야는 국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환율 급등으로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

또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기업들도 금융시장 상황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 주요 자금 조달 창구인 회사채 시장이 냉각될 수 있고 자산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아도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시장 안정을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으로 시장 참여자들을 안심시켜 기존 자금조달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하는 분위기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최근 정치상황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해외교역 파트너를 점검하거나 환율, 금리와 같은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가 식물 정부가 되면서 국정동력을 상실, 리더십의 부재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정부 차원의 외교적 지원과 협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을 위한 '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국회 논의도 일단 정지됐고 언제 다시 논의될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됐다.

특히 반도체 특별법으로 투자비와 세액공제 혜택을 받아 고대역폭 메모리 개발에 집중하려 했던 반도체 기업들은 새로운 전략 짜기에 고심하고 있다. 

국정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원전과 방산 등 나라밖에서 각광을 받던 국내 제조업들의 해외 진출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하루빨리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 정세의 혼란 속에 한미 경제계가 워싱턴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 이하 미상의)와 공동으로 ‘제35차 한미재계회의 총회’를 개최했다.

미국 대선 이후 한 달여 만에 한미 경제계 리더들은 양국 간 강력한 기술동맹으로 경제안보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가기로 하고 주요 산업 분야 공급망 협력, 배터리 및 반도체 등 핵심 첨단산업 협력 공고화를 위해 논의했다.

이번 총회는 팬데믹 등으로 인해 5년 만에 미국에서 열린 회의로 한경협 회장단 일부와 4대 그룹을 포함 역대 최대 규모의 민간사절단이 파견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혁신 촉진 및 주요 신흥기술 협력 강화 △한국의 바이오테크 허브 도약 전략 △美 의회가 바라보는 한미 관계 등을 주제로 논의가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투표가 진행되는 국회.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투표가 진행되는 국회./사진=연합뉴스

류진 한경협 회장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들은 비즈니스 환경에 다양한 변화를 예고했다”며 “이 변화의 파도를 넘어서며 양국 경제계가 더욱 긴밀한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기술 패권을 좌우하는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서 한미 양국의 변함없는 공급망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며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은 트럼프 1기 정부 출범 후 지난 7년간 1430억달러의 대규모 대미국 투자를 통해 미국 내 질 좋은 일자리 창출과 기술 혁신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조선, 방산 등은 한국 기업이 세계적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양국의 적극적인 산업 협력 방안 모색을 주문했다.

양국 기업인들은 SMR을 포함한 원자력 산업 및 조선업과 같은 양자 협력이 유망한 주요 분야에서 투자‧공급망 협력을 촉진하고 전문직 비자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양국 간 인력 교류를 활성화할 것을 요청했다. 반도체, 배터리, 핵심 광물, 제약·바이오, 의료 기술, 방산 및 항공우주 등 전략 산업의 공급망 회복력 강화 협력도 주문했다.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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