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모녀VS형제, 지주사 이사회 5대5 동률 ‘무승부’
내달 한미약품 임시주총…박재현‧신동국 해임 등
최대주주 한미사이언스 의결권 행사 향방 관건
한미약품 본사 전경./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 본사 전경./한미약품 제공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한미약품그룹 ‘모녀(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와 ‘형제(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간 경영권 분쟁의 승부처였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가 사실상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12월 열리는 한미그룹의 핵심 계열사 한미약품의 임시주총은 종전과 공수가 바뀐 형제와 모녀의 경영권 다툼 2라운드가 될 전망이다.

이사회 5대5 동률…모녀VS형제 ‘무승부’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진행된 한미사이언스의 임시주총은 모녀와 형제 모두 반쪽짜리 승리라는 성적표를 받게 됐다.

최대주주 3인연합(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이사 수 정원을 늘리고 신동국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새롭게 이사회에 진입해 6대5 구도를 만들어 경영권 분쟁에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이사회 인원을 현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제1호 의안 정관 변경의 건이 부결되면서 3인연합의 전략은 무산됐다.

형제 측은 3인연합의 이사회 장악을 저지했다는 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제2호 의안 이사 선임의 건이 가결됨에 따라 기타 비상무이사가 된 신동국 회장의 이사회 진입을 허용했다. 임주현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건은 정관 변경이 무산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종전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3인연합 측 4명(송영숙‧신유철‧김용덕‧곽태선), 형제 측 5명(임종윤‧임종훈‧권규찬‧배보경‧사봉관)으로 구성됐으나 이번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은 3인연합과 형제 모두 5대5로 동률을 이루게 됐다.

이로써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2027년까지 임종훈 대표의 임기가 보장되지만 이사회가 동률을 이룬 만큼 형제 측이 추진하려고 했던 중장기 전략 및 주요 경영 결정 등을 단독으로 내릴 수 없게 됐다. 3인연합 역시 형제 측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가 가능한 수준에 그치게 됐다.

지난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가 진행됐다. /김동주 기자
지난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가 진행됐다. /김동주 기자

반격 준비하는 형제…‘핵심 계열사’ 정조준

수개월에 걸친 날 선 공방전과 달리 다소 밋밋한 결과가 나오면서 모녀와 형제 간 다음 경영권 분쟁 무대는 오는 12월 19일 개최되는 한미약품 임시주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미약품은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 중 형제 측의 대척점에 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지난 8월 말 한미약품의 ‘독립 경영’을 선언했고, 당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그의 사장 직위를 전무로 강등하는 조치 등을 취하면서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된 바 있다.

이후 지난 9월 열린 한미약품 이사회에서는 임종윤 사내이사의 단독 대표이사 선임 의 건과, 북경한미약품 동사장 교체 및 동사 선임의 건 모두 부결되면서 현재 한미약품은 박재현 대표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앞서 한미사이언스의 임시주총이 3인연합이 주도해 진행된 것과 반대로 한미약품 임시주총은 형제 측이 무게를 실었다. 형제 측이 제안한 주요 안건은 사내이사 박재현‧기타 비상무이사 신동국 해임과 함께 형제 측 인사로 분류되는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 등이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회는 3인연합 측이 장악하고 있다. 박재현 대표를 비롯해 전체 10명의 이사 중 7명(박명희‧윤도흠‧윤영각‧황선혜‧김태윤‧신동국)이 3인연합 측 인사로 분류된다. 반면 형제 측은 3명(임종윤‧임종훈‧남병호)이다.

이에 형제 측은 임시주총을 통해 박재현·신동국 이사를 해임하고 박준석·장영길을 선임해 핵심계열사 한미약품의 이사회 구도를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한미약품의 최대주주는 지주사 한미사이언스(41.42%)다. 이외에 국민연금(9.43%), 신동국(7.72%) 등이 있지만 지주사의 지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종전과 달리 형제 측이 모녀보다 우세한 상황이다.

다만 이사 해임 안건은 출석 주주 3분의 2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안건인 만큼 가결 여부를 낙관할 수 없다. 앞서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 ‘중립’을 선언한 국민연금과 소액주주(39.14%)의 선택도 변수다.

더욱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5대5 동률을 이루게 된 만큼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온전히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율을 활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3인연합 측은 한미약품 임시주총 의결권은 대표이사 위임이 아닌 이사회 결의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전망이다.

반면 형제 측은 대표이사 권한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맞대응할 수 있다. 실제로 임종훈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사회가 5대5로 구성됐기 때문에 앞으로 리더십을 더 발휘해야 할 것 같다”며 “다가오는 한미약품 임시주총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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