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고려아연, 영풍‧MBK파트너스 측 금감원에 각각 진정서 제출
금감원, 회계심사 착수…“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
국민연금 및 주주, 금감원 결과에 따라 지지 입장 바뀔 가능성도
고려아연 측은 금감원에 영풍‧MBK파트너스를 대상으로 진정서를 2건 제출했다. / 고려아연
고려아연 측은 금감원에 영풍‧MBK파트너스를 대상으로 진정서를 2건 제출했다. / 고려아연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과 영풍 간의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양측의 비난 수위가 높아지면서 서로를 향한 날선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비방전은 금융감독원과 주주들에게 고려아연을 경영하기에 누가 더 적합한지를 어필하며 연말이나 내년 3월에 있을 주주총회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양측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금융감독원 진정서다. 금감원의 결정이 양측의 경영권 분쟁에 상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누구 손을 들어 주냐에 따라 국민연금을 비롯해 일반 주주들도 같은 편에 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측은 금감원에 영풍‧MBK파트너스를 대상으로 진정서를 2건 제출했다. 첫 진정서는 지난 10월 22일로 영풍‧MBK파트너스 대해 ‘사기적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혐의 조사’를 요청했다.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진을 상대로 진행한 두 차례의 가처분 신청 과정이 사기적 부정거래와 시세조종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해달라는 내용이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지난 9월 13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정태웅 대표이사를 상대로 1차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10월 2일 이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영풍‧MBK파트너스는 즉시 2차 가처분을 신청했고, 10월 21일에도 기각된 바 있다. 고려아연 측은 이러한 연속적인 가처분 신청이 자사주 공개매수 과정에서 주가 상승을 저지하기 위한 의도적 조치였다고 지적하며 이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왜곡한 점, 기각된 주장들을 재탕한 점 등을 문제 삼고 있다.

두 번째 진정서는 영풍‧MBK파트너스가 지난달에 진행한 주식 매수 행위에 대해 ‘사기적 부정거래’로 간주하고 조사를 요청한 내용이다. 고려아연 측에서는 영풍‧MBK파트너스가 자사주 공개매수 기간 중에 의도적으로 고려아연의 주가를 억제하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조장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기간 종료 직후인 10월 18일~11월 11일까지 자사주 1.36%를 저가에 매입해 지분율을 기존 38.47%에서 39.83%로 높였다. 고려아연 측은 이러한 매입이 투자자들에게 왜곡된 신호를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MBK·영풍이 2차 가처분 인용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을 조성하며 고려아연 주가 상승이 제한됐을 때 주식을 저가에 사들였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이러한 행위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등 거래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이나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한 자본시장법상 부정한 수단을 사용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진정서에 이어 소송도 제기했다. / 연합뉴스
영풍‧MBK파트너스는 진정서에 이어 소송도 제기했다. / 연합뉴스

영풍‧MBK파트너스도 금감원에 제출하며 고려아연 측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첫 진정서는 10월 23일로 고려아연이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여러 정보를 유포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일본의 소프트뱅크, 스미토모, 미국계 사모펀드 등이 자신의 우호 세력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정보로 시장의 기대심리를 이용해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가격보다 높은 주가를 형성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고려아연이 자사주 취득을 위한 이사회 소집을 공시하기 전 언론에 알리며, 공개매수 가격과 물량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 시장의 심리를 자극했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대한 청약 기대감이 저하됐고 공개매수 가격을 초과하게 되는 결과를 유도하고자 했다는 문제 제기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진정서에 이어 소송도 제기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이사들을 상대로 약 7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주주대표소송을 지난 11월 8일에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주요 내용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주가가 1주당 약 56만원일 때, 이를 89만원에 매수함으로써 발생한 차액이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기업어음(CP)과 회사채, 금융기관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은 제외된 수치로 매년 1000억원에 달하는 이자 비용이 추가되면 청구액은 더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소자는 총 13명의 이사 중 최윤범 회장을 포함한 10명으로, 공개매수와 유상증자에 반대한 장형진 영풍 고문과 불참한 이사들은 제외됐다.

현재 금감원은 고려아연과 영풍에 대한 회계심사에 착수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1월 8일 “상대 측 공개매수 방해 목적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되면 누구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며 조사 착수를 지시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최대 쟁점은 금감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 주냐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양측의 희비를 갈라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현재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약 44%의 의결권을 확보했으며, 최윤범 회장 측은 40~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누구도 우위에 있지 않은 상황으로 남은 16%의 주주 측의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국민연금과 기관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16%의 주주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가 승부를 가를 열쇠가 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주총회에서는 기업의 장기적 비전과 경쟁력, 산업 생태계에 대한 영향 등이 더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것이지만 그 전에라도 금감원에서 결과를 내 놓으면 이 또한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이와는 별개로 국민연금이 최근 5년간 고려아연 주주총회 안건 중 92.5%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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