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선 기간 내내 IRA 폐지·파리협정 재탈퇴 공언
공화당 장악 주(州) 수혜로 IRA 전면 폐지는 쉽지 않을 전망
공화당 내부에서도 IRA 유지 주장 나와...행정명령으로 법안 축소 가능성↑
재가입 파리협정 재탈퇴 시사...다음주 COP29에도 영향 미칠 전망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돼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IRA 폐지와 기후변화 부정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돼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IRA 폐지와 기후변화 부정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05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선거운동 기간 내내 공언했던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적인 친환경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와 기후변화 불신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집권 2기에서는 초반부터 현재 조 바이든 정부가 만든 거의 모든 정책을 지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 IRA 폐지 공언했지만...공화당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 높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인단 과반 이상을 확보하면서 제4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친환경 정책 폐기를 줄곧 외쳐온 트럼프 당선인이 재집권하게 되면서 국내 자동차·배터리·반도체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 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바로 IRA와 반도체법 재검토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IRA 보조금 철폐와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조해 왔다. IRA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표적인 친환경 정책 법안으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4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후변화 관련 투자 기업들에 세액공제 및 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IRA를 ‘그린 뉴 스캠(Green New Scam, 신종 녹색 사기)’로 규정하고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선거 캠프 측도 세액공제와 보조금에 지급됐던 예산을 다른 도움이 필요한 곳에 사용할 것이라며 IRA 축소 및 폐지를 시사했다.

그중 청정에너지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전기차 등에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 왔다. 법안을 폐지하려면 의회의 조처가 필요하지만, 세액공제 혜택을 시행하는 수단을 통제하는 데는 행정명령 등을 발동하면서 법 자체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인 IRA를 폐지하면 그동안 전기차 활성화 정책을 감안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온 전기차·배터리 업계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또 반도체 업계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국내 반도체 기업 역시 투자 전략을 대대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IRA 보조금으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을 버티고 있는 배터리 업계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2기 출범 후 IRA 등 관련 정책 폐기나 축소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IRA 전면 폐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미국의 일부 대기업과 트럼프 당선인의 우군 및 후원자, 공화당 소속 주지사나 의원들이 많은 지역이 IRA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녹색 제조업의 중심인 조지아에서는 IRA 보조금을 받는 한화큐셀과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이 대거 진출한 상태다. 특히 3000에이커(약 367만평) 규모의 현대자동차 공장에서는 85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부 의원들도 IRA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8월 ▲앤드류 가르바리노 뉴욕주 하원의원 ▲데이비드 발라다오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로리 차베스 드레머 오리건주 하원의원 ▲마커스 몰리나로 뉴욕주 하원의원 ▲에린 허친 인디애나주 하원의원 ▲안소니 데스포지토 뉴욕주 하원의원 ▲마이크 로열 뉴욕주 하원의원 ▲젠 키건스 버지니아주 하원의원 ▲닉 랄로타 뉴욕주 하원의원 ▲영 김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존 커티스 유타주 상원의원 ▲돈 베이컨 네브래스카주 하원의원 ▲토마스 킨 주니어 뉴저지주 상원의원 ▲데이비드 조이스 오하이오주 하원의원 ▲마리아네트 밀러 믹스 아이오와주 하원의원 ▲후안 치스코마니 애리조나주 하원의원 ▲버디 카터 조지아주 하원의원과 ▲마크 아모데이 네바다주 하원의원 등 공화당 의원 18명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IRA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은 7일 미국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이차전지 산업의 전망과 관련해 “종전 IRA 체제를 바꾸지는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조정 시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주민우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상태에서 IRA를 폐지할 수 있지만, 이차전지 투자가 집중되는 미시건·오하이오·네바다 등 지역구에서 반대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짚었다.

주 연구원은 “트럼프 1기 때도 오바마 케어(기초 건강보험) 폐지에 실패했던 전례가 있다”며 “법안 폐지가 어려워지면 트럼프 당선인이 행정명령으로 보조금이나 세액공제를 받을 조건을 까다롭게 바꿔 예산을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은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사진=COP29 홈페이지 갈무리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은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사진=COP29 홈페이지 갈무리

◆ 파리협정 재탈퇴 시사...기후변화 부정 주도할 것으로 전망

이와 함께 파리협정 재탈퇴도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후위기론을 부정하고 재생에너지를 폄하하는 동시에 화석연료의 무제한 생산을 옹호하는 입장이다. 1기 행정부에서 파리협정을 탈퇴했던 만큼, 2기에서도 재탈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미국이 또다시 파리협정을 탈퇴하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협정 동력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각국의 기후변화 정책도 영향을 받게 돼 여러 환경 보호 조처가 후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한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선 캠프 웹사이트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해 2월 9일자 연설 ‘미국 에너지를 다시 독립시키는 트럼프 대통령(President Trump on Making America Energy Independent Again)'에서 조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비난했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급진적 기후에너지 정책이 국민 가계부담을 늘렸고, 중국에 가장 큰 혜택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선 TV토론에서도 “파리협약으로 미국은 바가지를 썼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파리협약에 따라 개발도상국 기후 대응 지원에 미국이 1조달러(약 1390조원) 부담 압박을 받는데, 온실가스 대량 배출국 중국·러시아·인도 등은 분담금이 적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더불어 다음 주 예정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도 그림자가 드리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COP29의 주요 의제 중 하나는 개도국의 녹색 에너지 시스템 구축과 온난화 적응을 돕기 위한 새 기후금융 목표 합의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이자 국제 금융기관의 주요 주주인 미국의 참여가 필수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이러한 목표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의 재집권이 COP29에 거의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탈리아의 기후변화 싱크탱크 ECCO의 기후 외교 선임 고문인 알렉스 스콧은 “미국 대통령직 인수인계 때문에 트럼프는 2025년에야 취임할 예정이며, 이번 회의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라고 말했다.

스콧 고문은 “부시가 교토 의정서를 탈퇴한 2001년, 트럼프가 파리협정을 탈퇴한 2016년에 대부분의 국가는 자신의 계획을 고수했다”며 “COP29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업무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하지만 한편으로는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기후 금융 공약을 피할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이 이미 약속한 자금을 지불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프리데리케 오토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기후과학자 역시 “세계는 트럼프가 마지막으로 권력을 잡았을 때와는 매우 다른 위치에 있다”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어떤 일도 재생에너지가 석유, 가스, 석탄보다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화석연료는 이제 과거의 유산”이라고 전했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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