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과거 정부서 이미 실패한 정책"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정부가 11월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를 발표한다. 특히 서울은 이명박 정부가 주거정책인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위해 지난 2009년~2012년 해제한 이후 12년 만인 만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8·8 주택공급 대책 발표 당시 그린벨트 지역을 풀어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에 8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5만 가구 신규 택지가 11월 일괄 공개된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은 앞서 8월 한 라디오에 출연해 "부동산 대책 발표 이전에 하루 전날 도시계획위원회와 서울 전역 그린벨트 및 인근지역 그린벨트에 대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어디를 풀어서 얼마만큼 공급할지는 11월 공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 주택이 돌아가도록 비율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서울에선 1만 가구 가량 공급될 예정인데, 공급되는 주택은 아파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는 6개 구(중구·용산구·성동구·동대문구·영등포구·동작구)를 제외한 19개 구에 총 149㎢ 규모의 그린벨트가 있다. 이는 서울 면적(605㎢)의 24.6%다. 이중 서울 북부 지역 그린벨트는 북한산·수락산·불암산 등 대부분 산으로 이뤄져 있어, 그린벨트 해제가 이뤄진다면 강남권 개발이 유력한 상황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그린벨트 해제 시 개발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내곡동을 꼽고 해당 지역의 토지 소유 현황을 분석했다.
경실련은 30일 '그린벨트 토지소유주 현황분석발표' 기자회견에서 세곡동·내곡동 토지 총 4252필지(면적 985만㎡·300만평)를 전수 조사한 결과를 밝혔다. 경실련에 따르면, 전체 세곡동·내곡동 토지의 42%인 1782필지가 개인·법인 등 민간 소유였다. 공시지가로 따지면 1조2307억원이다.
땅을 산 시점과 비교해보면, 상위 31개 법인이 1294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가장 큰 차익을 본 법인은 327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투기 의심 정황도 포착됐다. 경실련에 의하면 최근 5년 간 세곡동·내곡동 지역의 전체 토지 거래 169건 중 47%인 80건이 지분 거래였다. 특히 내곡동 산지의 한 그린벨트 임야는 지난해 5월30일 하루에만 20번에 걸쳐 지분이 직거래됐다. 거래 금액은 6억5000여만원이다.
그린벨트 해제에 따라 필연적으로 반사이익을 보는 이들이 발생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가 오히려 사익 추구에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또 실제 주택공급까지는 6~7년 이후에나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생각하는 집값 안정화 효과는커녕 투기 등 부작용만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엄청난데 수도권에 그린벨트가 풀리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마저 저해될 수 있다.
서울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점도 정부의 서울 그린벨트 해제 방침에 의문을 더하는 요소다. 2014년 1010만 명이던 서울 인구는 현재 935만 명까지 줄었다. 10년 사이 75만 명이나 감소했다.
경실련은 "좋은 위치의 그린벨트 땅을 훼손해 서울의 마곡·위례, 경기도의 판교·과천 등에서 많은 주택들이 공급됐지만, 모두 적정분양가보다 비싼 판매용 아파트로 공급되며 주변 집값만 끌어올렸다"라며 "과거 정부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