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하늘길 열리면서 지난해부터 매출 반등...중국VIP·드롭액 회복세 관건
"외인 카지노사 중 주주환원 가장 적극적"
'코로나 돌파구'였던 무차입 경영...부채비율 47%대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중국VIP의 귀환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의 매출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2019년 매출은 4908억원이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간은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창사 이래 처음 적자를 기록했지만, 그 기간을 무차입 경영으로 돌파했다.

지난달 한국거래소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공개한 가운데 지수 편입 종목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그중 올해 실적을 반영하면 편입 가능성이 높은 GKL에 대한 주목도가 증가하고 있다.

GKL 관계자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배당절차 개선을 도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올 연말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이 배당금을 확인한 뒤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주주친화 배당절차'를 정관 변경을 통해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주가치 제고도 준비 중으로, 2025년 상반기 공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 하늘길 열리면서 소폭 개선...드롭액 회복은 더뎌

GKL은 한국관광공사 자회사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세븐럭'을 운영하는 공기업이다. 매출은 크게 △카지노 △환전 두 가지로 나뉘지만 대부분은 카지노 사업에서 발생한다. 올해 상반기만해도 카지노 매출이 전체 98.7%를 차지했을 정도다.

카지노 사업 특성상 매출이 일어나는 방식은 간단하다. 고객이 현금으로 칩을 구매(드롭액), 그 칩으로 테이블에서 게임을 하게 된다. 남은 칩은 출납담당부서에서 현금으로 교환된다. '고객이 구매한 칩'에서 '현금으로 교환한 칩'의 차이가 매출로 산출된다. 

주력 시장은 중국을 비롯해 일본, 몽골, 홍콩, 대만 등 우리와 인접한 국가들이다. 관광객이다. 그중 일본과 중화권의 방문 비중이 압도적이다.

그렇기에 하늘길이 막혔던 팬데믹이 더욱 뼈아팠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부터 방문객은 급격히 하락, 지난 2021년 중국과 일본 VIP 방문객은 5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그해 일본VIP는 500명에 불과했다.

이후 방문객은 점차 늘어나면서 지난해 중국 VIP는 2019년 대비 79.3%, 일본 VIP는 69.6%까지 회복했지만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진 않았다. 특히 중국VIP의 드롭액(고객이 칩으로 바꾼 금액) 회복세가 더디다. 지난해 중국VIP 드롭액은 2019년(1조639억원)의 57.4% 수준이다. 

영종도와 제주도 이외 지역에서 지난 6월부터 강화된 중국 정부 카지노 제재와 경기 악화에 따른 인당 드롭액 감소는 올해 실적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다만 중국 국경절(10/1~7)이 포함된 10월을 잘 보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곧 다가오는 연말 연휴 성수기 시즌도 남아있다. 

키움증권은 "중국 프리미엄 매스(Premium Mass) 방문객과 드롭액이 소폭 개선되고 있어 중국 경기부양 발표에 따른 정책 훈풍을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중국 당국은 통화정책을 시작으로 재정 경기부양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여기에 마카오의 카지노 규제 강화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한국을 찾는 중국인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VIP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부진한 실적이 지속되는 모습"이라며 "다만 중국 경기 회복 시 가장 가파른 중국 VIP 성장세가 기대되며, 외인 카지노사 중 주주환원 정책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향후 실적 회복 시 밸류에이션 매력 부각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적자 탈출' 하자마자 배당 재개..."배당성향 55% 끌어올릴 것"

밸류업 지수는 시가총액, 수익성, 유동성, 시장 평가 등 다양한 척도를 기준으로 매년 6월 심사를 거쳐 선정된다. 구체적으로는 △시장대표성(코스피, 코스닥 시총 400위 이내) △수익성(2년 합산 적자기업 제외) △주주환원(2년 연속 배당, 자사주 소각 실시 등) △시장평가(PBR 상위 50% 이내) △자본효율성(산업군별 상위 100종목) 등을 살펴보고 있다. 

매년 진행되는 심사를 통해 당초 포함된 종목이 심사를 거쳐 제외될 수도, 미편입된 종목이 포함될 수도 있다. 다만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을 두고 다른 지수들과 비슷하게 시장평가나 자본효율성에 방점을 둔 평가라는 지적이 있다. 그간 강조했던 주주환원 가치와는 멀다는 평가다. 논란 속에 오는 12월 리밸런싱을 단행하기로 했다. 당초 밸류업 지수의 취지였던 주주환원을 중점에 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걸맞게 GKL은 꾸준한 배당으로 주주환원을 실천하고 있다. 다만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부터 3년간은 영업적자로 인해 무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에서 벗어나면서 배당을 재개했다. GKL의 지난해 기말 배당금은 1주당 353원으로, 총 배당액은 218억원 규모, 시가배당률은 2.62%였다. 올해도 벌써 주당 6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했고 시가배당률은 0.46%였다. 컨세서스는 올해 연말 기준 배당성향 54.97%를 전망했다. 배당성향은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 중에서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GKL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평균 배당성향 55%)으로 회복하지 못했지만 배당성향 최소 50%는 유지할 계획"이라며 "기말 배당 역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팬데믹 위기의 돌파구 '무차입 경영'...지난해부터 점진적 회복세

GKL의 또 다른 강점은 높은 재무건전성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리스부채 665억원 이외에 차입부채가 없는 반면 현금과 금융자산은 3천억원이 넘는다. 외국인 고객 의존도가 높은 사업 특성상 코로나19라는 변수는 3년간의 암흑기를 만들었다. 이런 암흑기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무차입 경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GKL은 창사이래 영업손실을 처음 맞이했다. 2020년부터 3년간 2485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당시 위기는 그간 두둑하게 채워둔 곳간 덕분에 버텨냈다. 2019년 말 5330억원이던 이익잉여금은 2022년 3303억원을 찍고 다시 쌓이고 있다. 

아울러 부채비율도 타 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들의 2분기 말 연결 기준 평균 부채비율은 113.1%에 달한다. 반면 GKL은 같은 기간 47.2%로, 현저히 낮은 수치다. 특히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음에도 부채는 2021년 말 2276억원에서 올해 2분기에는 1944억원까지 줄어들었다. 

GKL의 최근 실적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10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2분기(4~6월)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32억원으로, 전년 동기(110억원)보다 20%가량 증가했다. 

올해 실적 컨센서스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매출은 400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을 전망한다. 영업이익은 511억원을, 당기순이익은 453억원을 예측해 2023년 말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봤다. 다만, 상반기 누적 실적이 전년보다 떨어져 컨센서스를 하회할 수 있다.

반면, 장점으로 꼽힌 무차입 경영은 역으로 투자에 대해 보수적임을 나타내고 있어 사업의 확장이 제한적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더구나 온라인 도박 시장이 커지는 상황 속에 리조트 등 부대시설 사업이 없는 GKL의 성장은 더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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