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내수 중심에서 최근 수출 확대로 호황
대표적 수주산업 특성상 운전자본부담 선제적 관리 필요
체계기업-협력업체 상생 밸류체인 조성 힘써야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세계 시장에서 K -방산의 성과가 부각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갈등의 심화에 따라 글로벌 방산업계는 함께 호황을 맞고 있다. 이에 글로벌 방산 수요는 공급능력을 초과하고 있는 시장 상황이다.

국내 주요 방산기업들이 비슷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수주산업이란 점을 감안하면, 기존에 확보한 잔고를 감당하는 것과 함께 공급망 전반의 생산능력도 올라와야 하는 부분이 있기에 당분간 적지 않은 기간 동안 공급자 우호적인 시장환경은 지속될 거라는 게 중론이다.

◆ 가격·납기 강점 가진 K-방산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은 호평을 받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 비교하면 절대적 경쟁력 차이가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처럼 현재 수요가 매우 많으며, 납기를 제때 맞출 수 있는 역량이 쉽게 갖춰질 수 있는 게 아니고, 이는 단순히 장비를 들여오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전력화를 위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특징을 감안하면 우리 기업들이 시장 장벽을 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러한 방산업계 상황을 감안해 ▲시장인지도 ▲기술력·품질 ▲운용편의·호환성 ▲가격 ▲납품 유연성 ▲금융 지원 등의 6가지 요소가 경쟁력으로 꼽을 수 있다고 정리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방산업체는 이중 가격과 납품 유연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게 한기평의 평가다. 기술력과 품질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경쟁력이 글로벌 선도 업체와는 아직 차이가 있지만, 자주포나 전차 등 기동화력분야의 경우 기술개발과 성능개량이 꾸준하게 이뤄지면서 품질 경쟁력도 우수하다는 판단이다.

국내 방산은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근대화 이후 식민지 시기와 해방, 분단, 전쟁을 차례로 겪었던 역사를 감안하면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이나 우호국으로부터 무기·장비를 수입하는 것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다.

이랬던 게 1970년대 기본 병기 국산화 계획에 따라 민간 방위산업체 지정 등이 시행됐다. 절충 교역을 통한 라이선스 생산, 기술 이전 등이 추진되면서 민관의 역량이 함께 제고됐다.

2000년대에 들어선 재래식 무기 대부분을 독자 개발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2010년대엔 첨단무기 개발이 본격화됐고, 킬체인·한국형 미사일방어·대량응징보복이라는 이른바 '한국형 3축체계' 개념 아래, 기존에는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지휘정찰, 유도무기, 항공기 분야 등에 예산이 투입되고 수출까지 이르게 됐다.

이에 국내 방산업계는 규모와 역량을 갖추게 됐다. 통계청과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등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방산업체는 84개이며, 총 종사자 수는 3만명을 넘어선다. 방산업계 합산 매출은 16조8000억원 가량이며, 지속 증가세다. 여전히 첨단무기의 해외 도입 비중이 높지만, 최근 국내 방산업체의 선전으로 수출액이 수입액을 상회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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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개 최상위 체계기업 중심, 전후방 공급망 사슬 연결된 방산시장

국내 방산시장도 글로벌 시장과 유사하게 다수의 부품과 소재 협력업체들이 메이저 방산기업과 전후방 공급사슬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공급사슬 최상단에 위치하는 건 방산 체계종합기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크게 화력·탄약·기동·항공유도·함정·통신전자·화생방·기타 등으로 범주를 구분해 방산업체를 지정하는데, 이는 방위사업법에 따른 방산물자 구분에 따른 분류다. 이중 앞서 말한 밸류체인 최상단 체계기업은 모두 7개사다.

함정 부문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제외하면, 기동 부문의 ▲현대로템, 항공유도 부문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 ▲LIG넥스원, 통신전자 부문의 ▲한화시스템과 같은 5개 기업이 대표 방산기업이다.

이들 체계기업은 군과 연구개발 협력으로 무기체계 완제품을 생산한다. 70여개의 방산 협력업체들은 부품과 모듈을 공급한다.

그런데 함정 부문은 2개사, 항공유도 부문은 3개사가 제한적인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며, 특정 분야는 독점인 모양새다. 이는 주된 수요자가 정부라는 방산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시장규모 역시 무한정 확장되기엔 현실적 제약이 있다. 따라서 각 방산기업이 일정한 수익기반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면서도 경쟁력 강화는 필요하고, 동시에 적정한 경쟁도 유도해야 한다는 복잡한 상황인 것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K-방산 대규모 해외 수주를 기반으로 이들 5개사는 우상향 실적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 수요가 유지되는 가운데, 수출 물량 확대는 채산성이 높기에 매출 증대와 수익성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함정 부문 2개사를 제외한 것은 조선 기업들의 주력 사업이 방산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방위사업법 방산물자 구분을 넘어서 개별 완제품이나 솔루션 차원에서 보면 '적정한' 경쟁 구도의 얼개가 나온다. 가령 항공 분야를 놓고 보자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군용기 엔진을 만들고 한국항공우주산업이 FA-50을 대표로 하는 군용기 생산 기업이기에 겹치는 사업영역이 있다. 기동화력에서 K-9 자주포는 역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만들며,  K-2 전차는 현대로템이 만든다. 지휘정찰 부문은 한화시스템이 천궁 다기능레이더를 생산하고, LIG넥스원은 대포병탐지레이더를 생산한다.

2023년 연결기준 영업이익률만 비교하자면 LIG넥스원이 8.1%,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7.4%, 한국항공우주가 6.5%, 현대로템이 5.9%, 한화시스템이 3.8%이고, 전반적으로 올라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5개 체계기업의 실적 추세가 이렇다보니 부품이나 소재를 납품하는 후방 협력업체도 유사한 추이다. 대표적으로 해외 수출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기동화력 분야 협력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K-9 자주포는 국내 전력화가 종료됐고, K-2 전차는 양산이 지연됐던 시기였기에, 실적 저하분을 수출 확대 등 최근 일련의 상황이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K-9의 포신을 만드는 현대위아와 엔진을 만드는 STX엔진이, K-2 전차의 엔진을 만드는 HD현대인프라코어와 궤도를 만드는 LS엠트론의 매출이 증가했다. K-9 화포 모듈을 생산하는 이엠코리아와 다연장로켓인 천무 분산탄 체계를 만드는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의 실적 개선도 눈에 띈다. 이러한 기동화력 분야는 타 무기체계보다 국산화율이 높기에 체계업체와 협력업체 사이의 실적이 동조되는 경향이 더욱 짙다.

한기평은 "여타 분야의 방산업체도 군의 첨단화 기조하에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지휘정찰·통신장비 분야의 휴니드테크놀러지스, 이오시스템, 빅텍 등은 한화시스템과 LIG 넥스원에 통신장비와 체계구성품을 공급하고 있고, 항공기·유도무기 분야의 한국화이바, 퍼스텍, 단암시스템즈 등은 한국항공우주산업과 LIG 넥스원에 항공기용 캐노피와 유도탄 구동장치 및 노즐, 항법부품을 납품하며, 무기체계 전반에 활용되는 각종 커넥터와 방산 소재를 생산하는연합정밀, 삼양컴텍, 세아항공방산소재, 코오롱데크컴퍼지트 등도 마찬가지로 최근 업황 개선의 수혜를 입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런 결과는 수출에서 활로를 찾은 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기술력과 품질이 일정 수준 올라온 우리 장비가 가격 경쟁력과 납품 유연성 등 생산효율성 면에서 역량이 높기 때문이다.

◆ 국제 정세만큼 불확실성 큰 시장···장·단기 대응 역량 갖춰야

그러나 국제 정세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확실성이 큰 것처럼, K-방산의 미래 경쟁력 역시 감안해야 할 요소가 많다. 우선 대부분 수출 프로젝트들이 규모가 크고 통상 4~5년 이상 기간이 소요되는 장기계약이라는 점에서 원가 변동 리스크를 얼마나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된다.

아울러 수주산업 특성상 사업 초기보다 본격적인 생산이 진행되는 시기에 운전자본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기에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수주산업인 조선업도 이는 매한가지인데, 가령 2010년대 초중반 조선업계는 대형 해양프로젝트들을 연이어 수주했으나, 선박 건조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과 운전자본부담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현금흐름이 악화됐던 상황을 참고할 수 있다.

방산은 국내 수주와 관련해선 착수금이나 중도금을 지급하는 제도적 규칙이 마련돼 있기에 조선업 상황과 직접 비교할 건 아니지만, 수출계약에 대해선 변수가 있으며, 향후 운전자본부담이 점차 가중되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기에 선제적인 재무정책 수립과 자금수지 관리가 필요하다.

장기적인 안목에선 체계업체와 협력업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나, 내수 중심에서 수출 확대로 시장이 변화하는 데 발맞춰 국내 방산기업의 역량 홍보나 시장지배력 확대를 위한 모색이 이뤄져야 한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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