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정라진 기자] 헌법재판소가 지난 8월 내린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전문가들은 '2030년 이후 감축 목표를 법률로 정하고, 그 기준은 과학적 사실과 국제 규범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 판결의 취지라고 주장했다.
기후헌법소원 공동소송단(청소년기후소송, 시민기후소송, 아기기후소송, 탄소중립기본소송)과 공동대리인단은 1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판결 후속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자리는 지난 8월 29일 헌재 판결 후 약 50일 만에 첫 공식 토론회였다.
이날 함께 자리한 전문가들은 결정문을 분석하고, 이번 판결이 가진 법적·사회적 의미와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
공동소송단 및 대리인단은 이번 판결이 기후위기를 국가가 법적으로 대응해야 할 위험상황으로 처음 인정하는 한편, 현행 법안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최소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가 최소한의 기준을 넘어서 국민을 보호할 '최선의 정책'을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의 김보림 활동가는 "단순히 변호인단에 소송을 맡기고 기다렸다면 지금의 관심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소송의 주체로서, 단순히 '청소년'으로 대상화되지 않기 위해 매 순간 메시지를 고민하고 맥락을 분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위기를 마주한 개인들의 이야기가 실질적인 변화의 장치로 연결될 수 있는 판을 고민했다"며 "그 결과로, 5289명 개인의 기후변화를 마주한 이야기를 담은 '국민참여의견서'를 모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지난 4년여간 법정 밖에서 이어온 고민을 나눴다.
황인철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중요한 것은 온실가스 수치만이 아니라, 기후헌법소원을 통해 지키고자 했던 기본권"이라며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폭넓은 국가의 책무가 뒤따라야 하고 헌법소원의 판결은 '최저선'일 뿐, 남은 일은 기후대응의 '최선'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만, 일본, 네덜란드, 스위스 등 해외 여러 기후소송 단체들도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네덜란드 기후소송을 이끈 우르헨다 재단의 데니스 반베르켈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인해 앞으로 정부의 모든 기후정책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야 하고 이는 결코 작은 성취가 아니"라며 "기후소송이 아니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큰 승리이자 큰 걸음"이라고 전했다.
정라진 기자 jiny3410@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