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김영섭호 KT 취임 후 첫 구조조정 단행...AI 투자재원 마련 행보
KT 노조는 통신망 안전성 문제제기..."과거 아현사태 우려된다"
김영섭 KT 대표가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 중인 ‘MWC 2024’ 현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KT
김영섭 KT 대표가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 중인 ‘MWC 2024’ 현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KT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김영섭 KT 대표가 취임 후 첫 인력 조정을 단행한다. 지난해 취임 당시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다고 약속했으나 인공지능(AI)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말을 바꿨다. KT노조는 기본이 되는 유선통신망 인력이 감축되면 결국 AI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자회사 두 곳을 신설해 인력을 전환 배치하고 특별희망퇴직을 진행해 추가 인력을 감축한다. KT가 10일 KT노조 등에 공유한 '현장 인력구조 혁신 방안'에 따르면 선로·전원 등 통신·방송 관련 설비 작업을 하는 현장직과 고객상담관리(콜센터) 관련 인력을 대상으로 총 5600여명을 감축할 예정이다.

이는 막대한 AI 투자비용 재원을 마련하려는 포석인 것으로 풀이된다. KT는 9월 김영섭 대표 취임 전 AI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2027년까지 AI에 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AICT(인공지능+통신기술) 기업으로의 변신은 김 대표 취임 후 더 본격화됐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AI 부문 투자비를 마련하기 위해 메타버스 서비스 메타라운지 및 지니버스, 가상자산 플랫폼 민클을 종료했다. 디지털 물류 자회사 롤랩도 매각했을 뿐더러 베트남 헬스케어 사업도 철수됐다. 지난 1년 간 수익성 떨어지는 사업 부문이 착착 정리된 것이다.

애초 김 대표는 LG CNS 대표를 역임할 당시에도 효율성을 내세워 조직의 군살을 빼는 데 성과를 낸 인물이다. 취임 당시 "옛날 대표들이 한 것처럼 몇천 명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다. KT의 위기를 인(人) 중심으로 넘기겠다"고 약속했지만,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구조조정을 계속하는 게 기업의 순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KT 인력 규모가 1만2000명 정도로 SK텔레콤(5000명)이나 LG유플러스(1만명)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에 KT는 2분기 영업이익 감소의 주요 원인을 인력 관련 비용 탓으로 돌린 바 있다. 2009년 이석재 전 회장과 2014년 황창규 전 회장이 취임했을 때 인력을 줄였듯 김 대표도 AICT 비전을 실현하는데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지 않은 현장 직군을 중점으로 다운사이징을 이어갈 전망이다.

휴가철 트래픽 증가에 대비해 KT관계자가 양양 죽도해수욕장 인근에서 통신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다. / KT
휴가철 트래픽 증가에 대비해 KT관계자가 양양 죽도해수욕장 인근에서 통신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다. / KT

대규모 구조조정에 즉각 노조는 반발하고 나섰다. KT 1노조인 KT노동조합은 16일부터 사측을 대상으로 집회를 여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착수한다. 2노조인 KT 새노조는 "통신 선로 분야 인력을 줄이는 것은 통신기업 근원의 경쟁력을 해치는 일이다. 과거 아현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현사태는 2018년 11월 KT 아현국사 내 화재로 서울 중심부의 통신망이 마비됐던 사고다. 당시 원인으로 통신 인프라 비용 절감을 위해 시설을 집중화한 점과, 선로 유지·보수 인력이 부족했던 문제가 지적됐고 이후 KT는 인프라 안전 조직을 신설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등 통신망 안정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KT 새노조는 "KT의 근본은 통신이다. 통신의 기본 없이는 AI 사업 경쟁력 확보 이전에 회사의 근간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통신망에 숙련된 인력을 해체해 통신 인프라 안정성을 훼손하는 건 단순히 기업의 문제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업과 비용을 쇄신하기 위해 집중할 부문은 인력감축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섭호 KT의 상반기 매출 중 ICT 비중은 58.9%다. 디지코 전략을 내세운 구현모 전 대표의 취임 1년차 2020년 ICT 비중(64.0%)보다 뒤떨어진다. AI 시장이 아직은 초기 진입 구간이라 대개의 기업들이 쉽사리 수익을 내지 못한 점을 감안해도, 기본이 되는 통신 인프라를 접을만큼의 수익은 아니지 않냐는 물음이다. KT가 AI 집중하는 사이 통신사업 역량 강화에서 만년 꼴찌이던 LG유플러스가 2위로 치고 올라오기도 했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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