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 전년대비 3.6% 감소…본격 캐즘 진입
전기차 대중화 모델 출시, 하이브리드전기차 라인업 확대 등도 부담
K배터리, 글로벌 생산시설 운영 효율화‧차세대배터리 개발 등으로 돌파
상반기까지 이어진 K배터리 기업들의 저조한 실적 반등은 내년쯤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 연합뉴스
상반기까지 이어진 K배터리 기업들의 저조한 실적 반등은 내년쯤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상반기까지 이어진 K배터리 기업들의 저조한 실적이 반등하기까지는 내년쯤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일시적 수요 감소인 캐즘(Chasm)에 직면하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실적 개선세는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와 증권가에서의 추정이다.

7일 배터리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7.5만대(3.6%) 감소한 199.7만대를 기록하는 등 캐즘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특히 2023년까지 각각 50%, 30% 내외를 기록했던 미국, 유럽 시장 전기차 성장률이 2024년 상반기에는 각각 7.4%, 1.6%로 하락하는 등 수요 둔화·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K배터리 업체들은 상반기까지 부진한 실적을 이어왔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상반기에는 전기차 캐즘으로 인한 전방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해 SK온, 삼성SDI,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SK아이이테크놀로지‧엔켐 합산 기준 매출액이 전년대비 33.7% 감소한 15.8조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2.9%로 적자 전환했다.

하반기 배터리 업황은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전략이 변경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개선세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K배터리의 하반기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3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를 집계한 결과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4452억원으로 전년대비 39.1%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697억원으로, 전년대비 65.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출범 이래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SK온은 3분기에도 흑자전환이 어려울 전망이다. SK온은 지난 9월 말 사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자구책 차원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 받은 바 있다.

하반기 업황이 좋지 않은 데에는 전기차 대중화 모델 출시, 하이브리드전기차 라인업 확대 등 완성차업체의 친환경차 전략이 수정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김경률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2024년 이후 성장률 추정치가 2023년 대비 하락하는 등 친환경차 전환 속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전방 수요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갈수록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는 점도 K배터리 기업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이 공급 포화 상태에 직면하면서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유럽, 신흥국 등으로의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 1위는 CATL이 차지했다. CATL은 전년대비 12.1% 성장해 27.2% 점유율(44.9GWh)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K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1.8%p 하락한 46.8%에 그쳤다.

국내 배터리 기업의 판가가 중국 경쟁업체 대비 높은 수준이라 향후 중국 배터리 기업과의 경쟁 심화에 따른 가격 인하 압력이 실적 개선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종일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자국 내 경쟁이 심화되고 미국 진출이 어려워진 중국 기업들의 배터리의 공급 과잉이 유럽 시장 등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완성차업체들은 값이 싼 중국산 배터리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며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값싼 제품으로 대체되며 국내 기업들이 주력하는 프리미엄 제품의 납품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K배터리 3사는 전기차 캐즘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K배터리 3사는 전기차 캐즘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에 K배터리 기업들은 전기차 캐즘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7일 창사 이래 첫 비전 발표를 통해 2026년까지 글로벌 생산시설 운영 효율화를 통해 전기차 캐즘 극복의 전환점을 마련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사업의 의존도를 낮추고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의 비중을 높이는 한편 도심항공교통(UAM), 선박, 로봇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사업에도 적극 나서며 캐즘 극복에 올인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북미 시장 점유율 높이기에 집중한다. GM과의 합작법인을 통해 북미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발판을 마련하고, 이후 각형 배터리 채용 고객사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또한 전고체 배터리와 46파이 배터리를 2027년까지 상용화하는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도 선점해 나간다는 포석이다.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는 마이크로 모빌리티(M-Mobility)용 신규 고객 확보에 따라 계획 대비 1년 정도 빠른 2025년 초 양산할 계획이다.

권선형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