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 20분 이상 견디는 배터리 열폭주 지연 소재 기술도 고도화 진행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LG화학이 화재로 이어지는 배터리 열폭주를 억제하는 신소재를 개발해 배터리 열폭주 원천 차단에 나섰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의 주요 원인인 열폭주는 전지 내부의 양극과 음극이 의도치 않게 직접 접촉해 단락과 발열이 발생하며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 초 만에 온도가 1000℃ 가까이 치솟으며 화재로 이어진다.
지난 2009년부터 열폭주 지연 소재에 대한 연구 개발을 이어 온 LG화학은 지난 1일 배터리 화재를 초기에 막는 열폭주 억제 신소재 ‘안전성 강화 기능층(Safety Reinforced Layer)’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상위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9월호 온라인에 게재했다.
이번 신소재 개발에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배터리공학과 이민아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소재 해석이 진행됐고 안전성 검증은 LG에너지솔루션이 함께 했다.
LG화학이 개발한 열폭주 억제 소재는 온도에 따라 전기 저항이 변하는 복합 물질로, 온도가 오르는 초기 단계에서 전기 흐름을 차단하는 ‘퓨즈’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열폭주 억제 소재를 배터리의 양극층과 집전체(전자의 통로 역할을 하는 알루미늄 포일) 사이에 머리카락 100분의 1 수준인 1um(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얇은 층 형태로 만들었다. 전지에 이상이 발생해 온도가 90~130℃ 수준으로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소재가 온도에 반응해 결합 구조가 바뀌며 전류의 흐름을 억제하는 구조다.
열폭주 억제 소재는 온도가 1℃ 올라갈 때마다 전기 저항이 5000Ω(옴)씩 상승해 온도에 대한 반응속도가 빠르다. 최대 저항은 정상 온도일 때보다 1000배 이상 높고 온도가 내려가면 다시 저항이 낮아져 원래의 전기가 통하는 상태로 돌아오는 가역성(reversibility)까지 갖췄다고 LG화학 측은 설명했다.
실제 배터리 충격 실험과 관통 실험에서 열폭주 억제 소재를 적용한 배터리는 불이 붙지 않거나 불꽃이 발생한 뒤 곧바로 꺼져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모바일용 LCO(리튬·코발트·산화물) 배터리에 못으로 구멍을 뚫는 관통 실험에서 일반 배터리는 전체 중 16%가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열폭주 억제 소재를 적용한 배터리는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용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약 10kg의 무게추를 떨어뜨리는 충격 실험에서는 일반 배터리의 경우 모두 화재가 났지만 열폭주 억제소재를 적용한 배터리는 70% 비율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고 30%는 불꽃이 발생했지만 수 초 내로 꺼졌다.
LG화학은 모바일용 배터리에 열폭주 억제 소재 안전성 검증 테스트를 마치고 내년까지 대용량 전기차용 배터리에도 안전성 테스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LG화학은 배터리 열폭주 지연 소재 개발도 고도화 하고 있다. LX하우시스와 함께 개발한 ‘특수 난연 열가소성 연속섬유 복합소재(특수 난연 CFT)’ 소재는 강한 화염과 높은 압력에서 기존 복합소재보다 14배 이상 긴 시간 동안 견딜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LG화학의 자체 테스트(Torch test) 결과 1.6mm 두께의 얇은 특수 난연 CFT에 1500℃ 이상의 열과 압력을 가했을 때 20분이 지나도 녹아 흘러내리거나 구멍이 생기지 않았다.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의 화염 차단 성능이다.
특수 난연 CFT는 단단하고 힘에 의한 변형이 작아(고강성) 전기차 배터리 부품 중 크기가 큰 배터리팩 상단과 하단 커버 등에 쓰일 수 있다.
LG화학은 “전기차 화재 발생 시 불길이 퍼지는 것을 효과적으로 지연시켜 운전자의 대피와 화재 진압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선형 기자 peter@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