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억만장자에 2% 부유세 부과 촉구
“두바이에서 한 약속을 이행할 때”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선진국이 연간 5조달러(약 6640조원)의 기후 재정을 조성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단한 조치만 취하면 개발도상국이 요구하는 금액의 5배 이상을 모금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도 규칙 변경 등으로 수조 달러의 보조금을 모금하면 개도국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개도국은 온실가스를 줄이고 극심한 기상 이변의 영향에 대처하기 위해 최소 연 1조달러(약 1328조원)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세계은행(WB, World Bank) 그리고 유사한 기관의 저리 대출 같은 기존의 기후 금융에서 개도국의 요구보다 더 적은 금액을 제안하고 있다. 다만 해운 및 빈번한 항공 이용자에 대한 세금 징수 같은 잠재적인 새로운 형태의 모금도 논의하고 있다.
현재 주요 20개국(G20) 의장인 브라질은 억만장자에게 약 2%의 부유세를 부과할 것을 국제사회에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오일 체인지 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이 24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이 화석연료에 대한 횡재세,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및 억만장자 부유세 부과 등의 조치로 개도국이 요구하는 금액의 5배인 5조달러(약 6640조원)를 모금할 수 있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억만장자에 부유세를 부과하면 483억달러(약 64조1955억원), 금융 거래세로 327억달러(약 43조4500억원)를 조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무기, 명품 의류 판매 등에 대한 과세로 112억달러(약 14조8800억원)를 추가로 모금할 수 있고, 전 세계적으로 20%의 공공 군사비를 재분배하면 454억달러(약 60조3200억원)를 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 선진국에서는 270억달러(약 35조8700만원), 국제적으로는 약 846억달러(약 112조4100억원)를 모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아울러 석유 시추 등 화석연료 추출에 대한 과세로 선진국에서 160억달러(약 21조2600억원)를, 전 세계적으로는 618억달러(약 80조1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알레한드라 로페즈 카르바할 트랜스마라 기후 외교 이사는 “선진국은 실제로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이 있지만, 공공 금융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새로운 기후 재정 조성 협상을 피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로리 반 더 버그 오일 체인지 인터내셔널 공공 금융 책임자는 “지난해 국제사회는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합의했다”며 “이제 그 약속을 행동으로 옮길 때”라고 말했다.
버그 책임자는 “선진국은 국내외 기후 행동에 지불할 자금이 부족하지 않다”며 “화석연료 보조금을 중단하고, 오염 유발자에게 그 비용을 청구하며, 불공정한 금융 규칙을 변경해 수조 달러의 보조금 및 기후 재정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1월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는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새로운 목표’가 설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기후 금융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래 정상회담(Summit of Future)’을 시작으로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한 유엔 총회에서도 기후 문제가 최우선으로 다뤄진다.
블룸버그는 기업과 금융권에서 이번 COP29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감안하면 유엔 총회가 글로벌 기후 대응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유엔 총회에서 기후 대응 관련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존 케리 전 미국 기후특사는 “세계 각국 정부는 지난해 두바이에서 화석연료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합의했다”며 “문제는 지금 그것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가디언과 악시오스 등 외신은 이번 유엔 총회 논의 내용에 화석연료 전환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유출된 문건에 따르면 유엔 총회 합의문 초안에는 COP28에서 합의한 내용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애매한 문구만 들어갔다.
신연수 기자 yshi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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