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출하량 저조...업황 둔화 시 20% 추가 하락 가능성有
[한스경제=박영선 기자] 엔비디아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내림세로 전환한 가운데, 국내 증시를 주도하는 반도체 업종의 주가도 힘을 잃고 있다. 이 중 삼성전자는 연중 최저가를 기록, 투심 회복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일 삼성전자는 장 중 전 거래일 대비 1.63% 내린 6만 64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오전 주가가 6만 6000원까지 떨어지는가 하면, 오후 3시까지 6만 6600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1.02% 하락하며 15만 5400원에 거래 중으로, 지난 7월 23만원 후반대를 기록하던 주가가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메모리 출하량과 판매량 부진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6거래일 연속 매도세가 이어가고 있으며 4거래일 연속 6만원대에 머물며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일부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며 3분기에도 주가 상승이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KB증권의 김동원 연구원은 9일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폰이나 PC의 판매 부진으로 메모리 모듈 업체들의 제고가 12~16주로 증가해 하반기 메모리 출하량과 가격 상승이 당초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며 "지난해 3분기부터 메모리 재고 축적을 지속한 스마트폰과 PC업체들은 현재 신제품 수요가 예상을 하회하고 있어 하반기 메모리를 비롯한 부품 구매에 보수적인 전략을 선택할 것이다"고 전망하며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예상치를 기존 대비 각각 15%와 11% 하향 조정했다.
국내 증시를 견인하는 주요 반도체주 주가가 하락한 데는 엔비디아의 영향이 크다. 엔비디아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가이던스를 내놓으면서 투심이 크게 흔들렸다.
실적 발표 이후 엔비디아는 2주에 걸쳐 20% 가량 주가가 하락했으며 지난 3일에는 주가가 9.5% 급락하며 하루새 시가총액만 2789억달러가 증발했다. 이에 3조달러 이상을 호가하던 시가총액이 2조 5320억달러까지 떨어지며 매그니피센트7(M7)주는 중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엔비디아와 함께 AI 반도체 대장주로 꼽힌 브로드컴의 낙폭도 투심에 영향을 미쳤다. 브로드컴은 지난 6일(현지시간) 안정적인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4분기 부진한 가이던스를 제시하면서 10.4%가 폭락했다.
증권가는 AI 반도체 열풍을 주도하던 엔비디아가 폭락과 메모리 인해 반도체주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의 류영호 연구원은 "최근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와 함께 그동안 높아졌던 눈높이를 조정하며 수치상 매출과 가이던스는 시장 예상에 부합했으나 기다렸던 실적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며, "또한 최근 모바일 메모리 가격 하락 이슈와 삼성전자 일회성 비용 논란이 확대되며 국내 반도체 업체들도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서버를 제외한 부문의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만큼 메모리 가격 인상폭도 당분간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고 당분간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주가는 박스권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고 예상했다.
연초부터 활황세를 탔던 AI 반도체주에 '거품론'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시장 기대치가 과도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 대비 시장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KB증권의 안소은 연구원은 "낙관론에도 불구. 지난해와 달리 이미 높아진 시장의 눈높이를 더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AI 관련 반도체주 전반의 투심이 약화됐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성장주를 주도했던 반도체주의 압도적인 성장 전망 우위가 약해지면서 성장주 내 반도체주의 상대 주가를 압박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 업종의 장기 성장 전망을 어떻게 다시 끌어올리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다"고 짚었다.
아울러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와 업황 부진으로 인해 삼성전자의 주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IM증권의 송명섭 연구원은 "경기와 업황이 계속 둔화되는 최악의 경우 삼성전자의 주가는 20% 수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주가가 단기간 급락한 점을 고려해 당분간 지켜보는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선 기자 pys7106@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