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등기임원 증가율 높지만 사외이사 쏠림…남녀고용 비중 차이 여전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국내 500대 기업의 다양성지수가 자본시장법 개정 이전을 기준으로 상승한 반면 여성 고용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와 위민인이노베이션이 공개한 '국내 주요 기업 다양성지수'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양성평등지수는 평균 54.7점(100점 만점)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51.7점)보다 3점 높아졌다.
다양성 지수는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353개사를 대상으로 △남녀고용 비율 △근속연수 차이 △연봉 차이 △남녀임원 비중 △등기임원 내 남녀비중 △고위임원 남녀비중 등 6개 항목을 평가해 매긴다.
지난 2020년 개정된 자본시장법 영향으로 주요 기업의 여성 임원이 꾸준히 늘면서 대기업 양성평등 지수는 개선됐다. 그러나 여성 고용 비중이나 연봉격차, 근속연수 변화는 크지 않은 것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상층부 변화에 그치고 있다.
이번 평가에서 가장 향상된 부분은 여성 임원 비중이다. 500대 기업 여성 임원 비중은 2019년 3.9%에 불과했으나 2024년 7.3%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20년 자본시장법 통과 이전에 3%대 머물던 여성 임원 비중이 법 개정 이후 7%를 넘어선 것이다.
등기임원 중 여성 증가률은 더욱 높았다. 2019년 2.9%였던 여성 등기임원이 올해는 11.3%를 기록하며 3배가량 증가했다. 증가세를 보인 곳은 대부분 사외이사였다.
2020년 5.5%였던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올해 16.4%로 10.9%p 커졌다. 반면 여성 사내이사 비중은 2020년 2.0%에서 올해 3.8%로 1.8%p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대기업들의 생색내기식 이사회 구성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시행된 새 자본시장법은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 이사회를 특정 성(性)이 독식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직원 비중은 팬데믹을 겪으며 오히려 줄었다. 조사대상 대기업들의 여성직원 수는 2019년 34만651명으로, 전체 직원(130만571명)의 26.2%였다. 이후 2020년 26.4%, 2021년 25.1%, 2022년 25.5%로 축소됐다. 이는 여성 직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유통·생활용품 업종에서 인력을 줄인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여성 직원 비중이 26.2%로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여성 임원 비중이 확대된 것과 비교하면 여성직원 고용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아울러 남녀 근속연수 격차는 줄어들면서 연봉 차이도 감소했다. 조사 대상 대기업의 남성 직원 평균근속연수가 11.3년(2018년)에서 11.6년(2023년)으로 2.3% 길어진 반면 여 성직원은 8.1년에서 8.7년으로 7.4% 늘어나면서 격차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같은 기간 남성 직원 평균연봉이 8360만원에서 1억160만원으로 19.4% 늘었고, 여성 직원 평균연봉은 5290만원에서 6980만원으로 27.1% 상승했다.
다만 여전히 여성 근속연수가 남성 대비 75%에 머무르고, 여성 평균연봉도 남성의 68.7% 수준이라 성별에 따른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지희 위민인이노베이션 회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의 여성임원 증가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여성임원 후보자를 양성하기 위한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라진 기자 jiny3410@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