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적 시스템으로 기업에 책임 물어야
비사법적 메커니즘 병행으로 기후변화 피해 복구 지원도 권고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유엔이 전 세계 기업들이 기후변화 영향 부정과 ‘허위 정보’를 퍼뜨린 것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인권이사회 결의안에 따라 제출한 보고서 초안에는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변화를 다루기 위한 여러 법적, 정책적 권고가 포함돼 있다. 각국이 이를 이행할지는 미지수다.
포브스지는 지난달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 사무소와 유엔 인권사무소에 제출한 보고서를 1일(현지시간) 인용 보도했다.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으로 인한 손실과 피해가 인권의 완전한 향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 연구: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형평성 기반 접근법과 해결책 탐구’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지난달 27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됐다. 보고서는 오는 9일부터 내달 9일까지 회기 동안 검토될 예정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커짐에 따라 각국 지도자들은 국가와 기업의 행동을 강제할 새로운 법적 개념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보고서는 “파리기후협약과 같은 국제 조약이 행동의 틀을 만들었다면, 이 협정을 실행하는 것은 정부와 법원의 몫”이라며 “한 가지 방법은 기후변화와 인권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전부터 기후변화와 인권을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최근 들어 커지고 있다. 기후 운동가들은 다양한 조약과 법률 문서의 수정을 시도하며 기후변화와 인권을 연결하려 시도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기후 정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기후정의는 기후변화의 영향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받는지 고려한다.
기후정의는 또 기업의 법적 책임을 확립하는 데 필수적인 부분이다. 기후 운동가들은 기후 소송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기업과 화석연료 기업들을 가해자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은 사람을 피해자로 특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제출한 이 보고서에는 기후변화와 기후 정의에 관한 다양한 제안이 포함돼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직접적으로 기업 커뮤니티와 화석연료 산업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글로벌 기업에 기후변화 기여에 대해 법적 처벌을 부과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후변화 관련 ‘허위 정보’에 대한 책임과 화석연료 기업의 광고 금지가 포함돼 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서부, 중부 및 동부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남미, 소규모 섬나라와 개발도상국, 북극이 20% 더 부유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가난한 가구는 평균적으로 열 스트레스로 인해 총소득의 5%를 잃고, 홍수로 인해 4.4%를 잃는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는 자산과 인프라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가 유발한 가뭄은 물과 위생에 대한 권리에 영향을 미치고, 자급 작물과 어장이 파괴되면 식량과 적절한 생활수준에 대한 권리가 영향을 받는다.
비경제적 손실도 발생한다. 비경제적 손실은 개인, 사회 또는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손실을 말한다. 생명을 잃을 수 있고, 영토나 문화유산이 파괴될 수 있으며, 생물다양성 등이 사라질 수 있음을 뜻한다.
실제로 필리핀에서는 2011~2021년 사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태풍으로 인해 약 120억달러(약 16조62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수천 명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보고서는 “기후의 영향이 인권의 완전하고 효과적인 향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포함해 시스템 전반에 걸쳐 더욱 만연해짐에 따라 비경제적 손실과 피해는 엄청나고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긴급 조치의 필요성이 재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 인권법에 따라 글로벌 기업이 법적, 경제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구제책과 배상적 정의는 국제 인권법에 근거한 포괄적이고 다각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배상권, 회복 및 재발 방지가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또 “권리 기반 이동 경로 지원 형태로 정확하고 포괄적인 손실 및 피해를 평가하고 구제책을 내놓아야 하고, 선진국이 사회 보호 시스템을 강화하면서 개발도상국에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손실 및 피해에 대한 자금을 조달해 개도국에 지원하고,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는 기업에 사법 및 비사법적 메커니즘을 통한 책임을 져야 하며, 국가는 오염자에 책임을 묻기 위한 법적, 정책적 및 규범적 조치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허위 정보를 적시한 경우 손실 및 피해 관련 청구를 지원하고 해당하는 경우 영토 밖 기후 소송도 진행해야 한다”며 “화석연료 회사의 광고 금지도 포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각국이 손실과 피해 및 이와 관련된 인권 피해를 탐구하기 위해 기후 정의에 대한 전문가 그룹이나 다른 메커니즘 설립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제출한 이 보고서는 권고사항일 뿐이다. 이를 국내법이나 국제 조약을 통해 실행에 옮기는 것은 각 나라 지도자의 몫이다.
각국은 이 권고사항을 실행할 수 있고 완전히 무시할 수 있지만, 비슷한 맥락의 보고서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어 앞으로 이를 이행하라는 압력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신연수 기자 yshin@sporbiz.co.kr




